송예걸은 말을 더듬거렸다.“당신... 아빠를 구할 생각이 없지 않았어? 병원에는 왜 온 거야?”송연아는 냉정하게 말했다.“깁스 제거하러 온 거야.”“흥, 그래, 당신은 정말 배은망덕해!”송예걸은 분개했다! 입을 열면 욕설이었다.송태범은 그녀가 보고 싶었다.그런데 그녀는 너무 무정했다!“저희 사모님은 이미 충분히 하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이 그곳에 가지 않으셨을 거...”“아주머니.”송연아는 오은화의 말을 가로챘다.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을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백수연의 아들에게는 더욱이 말하고 싶지 않았다!송예걸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의 의견과 생각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병실에서 송태범은 목소리를 듣고 외쳤다.“연아니?”송연아는 입술을 앙다물다가 대답했다.“저예요.”“들어와, 너한테 할 말이 있어.”송연아는 들어가기 싫어서 말했다.“편히 쉬세요.”“연아야!” 송태범은 더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내가 일어나서 너를 찾아가기까지 해야 해?” “아빠, 부르지 마세요. 저 여자는 양심을 개나 줘버렸어요.” 송예걸은 그녀를 비난했다.“어떻게 감히 네가 그렇게 말해?” 송태범은 침대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 송예걸에게 엄숙하게 말했다.“네 누나에게 사과해!”송예걸은 고집을 부렸다.“안 할 거예요!”“얼른!”송태범은 화가 나서 격렬하게 기침을 했다.송예걸은 서둘러 그의 등을 두드렸다. 아버지를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마지못해 송연아에게 말했다.“미안해요.”“아빠, 나 사과했어요. 화내지 마세요. 그 병은 화내면 안 돼요.”그는 걱정스럽게 말했다.송태범의 기침이 조금 약해졌다.조금 진정하고 그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아빠가 이렇게 부탁할게.”병으로 인해 모습이 변한 송태범을 바라보며 송연아는 마음이 약해져 동의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세요. 저 볼 일이 있어요.”송태범은 송예걸을 내보냈다.“네 누나와 따로 할 얘기 있
“그만해!”송태범이 그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백수연은 코웃음 치며 그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송연아에게 경고했다.“넌 이미 시집간 딸이라 송씨 집안의 재산을 넘볼 생각도 하지 마. 그건 전부 예걸의 몫이야.”“나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나눌 생각이야? 지금 날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야 뭐야?”송태범은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백수연 때문에 제 명에 못 살 것 같았다!백수연이 씩씩거리며 그의 등을 두드려줬다.“지금 무슨 말 하는 거예요? 당신은 내 기둥이에요.”그녀는 아직 송태범이 죽길 바라지 않는다. 남편을 설득하여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으니까!송연아는 백수연을 흘겨보며 그녀가 송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걸 단번에 알아챘지만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병실을 나서서 오은화에게 말했다.“가요 인제.”오은화가 그녀의 휠체어를 밀어주었다.다리의 깁스를 풀었고 의사 선생님이 며칠 후면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했지만 아직 격렬한 운동은 삼가라고 했다. 예를 들어 달리기, 줄넘기 등 다리를 쓰는 운동 말이다.송연아는 깁스를 풀고 전문의를 찾아가 송태범의 상태를 전해 들었다.전문의는 솔직하게 고백했다. 송태범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아 살 날이 며칠 안 남았다고 그녀에게 말했다.의사의 말을 들은 송연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만 저희도 환자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며칠이라도 더 살게 해드려야죠.”전문의가 말했다.송연아는 온 마음을 다해 고마움을 표했다.“고마워요 정말.”그녀는 병원을 나선 후 줄곧 흐리멍덩하고 정신이 딴 데 팔린 것 같았다.저녁도 조금 먹고 씻은 후 바로 침대에 누웠다.강세헌은 매우 바빠 밤늦게서야 집에 돌아왔다.그는 샤워를 마친 후 그레이색 실크 잠옷을 입었다. 건장한 체구에 뭘 입어도 옷 태가 살아 잠옷을 대충 걸쳐도 안구 정화되는 기분이었다!강세헌은 송연아의 옆에 누웠다. 송연아는 그가 들어올 때 이미 잠에서 깼지만 꼼짝하지 않고 쭉 잠든 척했다.강세헌이 팔을 뻗
“언제 발생한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임지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저도 방금 접한 소식입니다. 아마 요 이틀에 일어난 일인 것 같아요.”“반드시 사람 찾아와!”강세헌이 목소리를 내리깔았다.“네.”그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식탁에 내던졌다.“쾅!”요란한 소리가 그의 현재 기분을 드러냈다.송연아가 재빨리 질문했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화를 내요?”안에 갇혀 있던 최지현이 누군가에게 구출되어 나갔는데 그녀를 구출한 사람이 바로 전에 만나던 재벌 2세 주혁이었다.송연아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강세헌은 말을 아꼈다.“아니에요, 아무것도.”강세헌은 최지현이 밖에서 잘 먹고 잘사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그녀가 사칭한 바람에 강세헌은 제 아이까지 다치게 했다!송연아도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그가 회사 일이 내키지 않는 거로 여기며 계속 머리 숙이고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강세헌이 외출하려 할 때 전 집사가 왔다.“도련님, 회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저랑 함께 본가에 다녀오시죠.”강세헌이 대답했다.“알았어요.”그는 고개 돌려 송연아에게 당부했다.“집에서 푹 쉬고 있어요.”그녀의 다리는 아직 완치하지 못했다.송연아는 얌전히 머리를 끄덕였다.전 집사는 강세헌의 뒤에서 따라 나갈 때 고개 돌려 송연아를 힐긋 쳐다봤는데 그 눈빛이 실로 의미심장할 따름이었다!송연아는 강의건이 왜 강세헌을 보자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송태범이 강의건을 찾아가서 그런 걸까?어르신은 지금 강세헌에게 이혼에 관한 얘기를 하려는 걸까?송연아는 의외로 살짝 긴장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흐트러진 눈빛으로 멍하니 있었다.지금 왜 긴장하고 있는 걸까?이혼이야말로 그녀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던가?다만 강세헌의 자상함을 생각하노라면 왠지 자신이 너무 야박한 것 같았다.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이 너무 싫었다.이건 완전히 그릇된 생각이다.그녀의 아이를 간접적으로 해친 남자인데, 어떻게 그런 남자를 좋아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녀는 누구
전 집사가 앞으로 다가갔다.“회장님, 도련님께서 화나셨어요?”강의건이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몰라서 물어?”강세헌의 태도는 더없이 강경했다!“도련님은 지금 연아 씨에게 감정이 생겨서 이혼하기 싫으신 거죠?”전 집사가 추측했다.강의건도 얼추 눈치챘다.“다 내 탓이야. 그 아이의 됨됨이도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세헌이 옆에 붙여줬어. 세헌이랑 연아 이혼시키는 거 쉽지만은 않겠어.”“도련님 성격은 회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도련님이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이룰 수 없어요.”전 집사가 말했다.“잊었어? 세헌이한테도 마음 약한 구석이 있잖아.”강의건의 말에 전 집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회장님 말씀은...”“세헌이는 그걸 아주 중시해. 내가 알기로 세헌이가 열 살 되던 그해, 인공산 뒤의 연못에 빠졌을 때 옥패를 잃은 여자아이가 세헌이를 구해줬어. 나중에 세헌이도 찾고 나도 대신 찾아다녔는데 그날 집에 온 사람이 하도 많아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지.”“그때도 못 찾은 걸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찾을 수 있겠어요?”전 집사가 물었다.강의건은 전 집사를 힐긋 쳐다봤다.“찾고 안 찾고는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세헌의 믿음이야.”전 집사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아이고, 왜 이렇게 멍청해?”강의건이 설명했다.“그냥 믿을 만한 여자아이를 한 명 데려와 세헌이한테 그때 구해준 여자애라고 말하면 될 거 아니야?”“하지만 도련님께서 쉽게 믿어주실까요?”전 집사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강의건은 전 집사가 꽉 막힌 사람이라고 꾸짖었다.“그때 세헌이는 고작 열 살이야. 그 일은 기억하겠지만 세부적인 건 거의 다 잊혔을 거야. 게다가 우리가 그 과정을 대충 여자아이에게 말해주고 그 애가 당시 상황을 대략 설명하면 세헌이도 믿게 돼 있어.”전 집사는 강의건보다 섬세했다.“하지만 갑자기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눈치 빠른 도련님이 수상한 낌새를 바로 알아챌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 여자아이가 왜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연아 씨
그녀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상대가 강세헌이란 걸 똑똑히 보았다.“왜 그래요?”송연아가 물었지만 강세헌은 못 들은 것처럼 그녀의 옷을 힘껏 찢었다.마치 성난 야수처럼 난폭하고 거침없었다.송연아도 몸부림쳤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그녀의 몸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고 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순간 그녀는 발가벗은 채로 강세헌에게 알몸을 드러냈다.송연아는 눈가에 눈물이 고인 채 갈라 터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강세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나야말로 묻고 싶어! 너 나랑 이혼하려고 아버님까지 동원해서 우리 할아버지께 무릎 꿇게 해? 송연아, 이혼이 그토록 하고 싶어?!”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싸늘했다.송연아는 문득 어리둥절해졌다.‘아빠가 회장님을 설득하려고 무릎까지 꿇었어? 내가 이혼하는 걸 도와주려고?’그녀는 숨이 턱턱 막혔다.분노에 찬 강세헌은 그녀의 턱을 세게 꼬집었다.“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뭔데? 왜 네 마음은 뜨거워지지 않냐고? 왜?!”송연아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 속에 실망과 적막함, 그리고 고통까지 담겨 있었다.그녀는 떨리는 입술로 그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 미처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송연아는 애써 눈물을 꾹 참으며 독하게 말했다.“맞아, 나 너랑 이혼하고 싶어, 읍...”강세헌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는 모질게 키스를 퍼부었다. 한없이 거친 제스처였다.하지만 송연아는 그런 강세헌이 전혀 밉지 않았다.그가 지금 왜 이토록 미쳐 발광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니까.그녀가 이혼하고 그의 곁을 떠나려 하니 강세헌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송연아는 그 순간 애틋한 그의 진심을 느꼈다.그녀는 둘 사이의 갈등과 원한을 제쳐두고 지금 이 감정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송연아는 문득 강세헌이 주는 느낌과 그 숨결이 너무 익숙했지만 더 생각할 겨를 없이 바로 정신을 다잡았다....끝난 뒤 강세헌은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고 자리를 떠났다. 그는 송연아만 방에 남겨둔 채 나가
그건 바로 강세헌 때문이었다.하지만 송연아는 이혼할 마음이 너무 단호했다. 강세헌이 아무리 참고 배려해도 그녀의 마음은 바뀌지 않을뿐더러 장인어른까지 앞세워 그의 할아버지께 무릎 꿇고 이혼시켜달라고 애원했다.송연아는 이혼할 마음을 철석같이 굳힌 듯싶다.그녀의 이런 성격에 강세헌은 그날 밤 그 일을 감히 말할 엄두가 안 났다.말했다가 도리어 그를 더 미워하는 건 아닐까?“송연아 씨가 정말 대표님을 마음에 두고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임지훈이 아이디어를 냈다.“어떻게 할 건데?”강세헌이 몸을 돌려 그에게 되물었다.“송연아 씨가 만약 대표님께 미움만 남아있다면 대표님이 딴 여자랑 함께 있을 때 전혀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호감이 있다면 무조건 질투할 겁니다.”강세헌이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또 무슨 수작이야?”임지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그는 이 방법이 아주 괜찮을 듯싶었다.절대 허튼수작은 아니다!“지금 더 나은 방법도 없잖아요. 송연아 씨가 대표님께 감정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요.”임지훈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강세헌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이 일은 네가 알아서 진행해. 단,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해.”“알겠습니다.”임지훈이 대답했다.“아 참, 최지현은 찾았어?!”강세헌이 갑자기 화제를 돌렸다.“지금 찾고 있습니다.”임지훈이 곧바로 대답했다.“무조건 찾아내. 시신이라도 건지란 말이야.”강세헌이 이 말을 건넬 때 음침한 한기가 감돌았다.“네, 빨리 찾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저 때문에 주혁이가 기회를 잡았어요.”...송연아는 오늘 별장에서 나가지 않았다. 의사의 분부대로 다리 훈련을 하니 이젠 걸을 수도 있었다. 너무 과격한 운동만 안 하면 아무 지장이 없다.다만 그녀는 오늘 시도 때도 없이 넋을 놓다 보니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그녀도 본인이 왜 이런지 이해가 안 됐다.정신이 흐리멍덩하고 자꾸 시계만 들여다보며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송연아는 여자의 허리를 감싼 강세헌의 손을 빤히 쳐다보더니 낯빛이 어두워지고 가슴을 후벼 파듯이 아팠다.“날 보러 왔어?”강세헌이 물었다.그는 송연아의 매 순간 표정을 놓칠세라 뚫어져라 쳐다봤다.송연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요. 난 볼 일 있어서 먼저 갈게요.”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기사에게 빨리 출발하라고 재촉했다.“얼른 가요, 얼른!”송연아는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차가 출발하고 그녀는 감히 문 앞을 쳐다보지 못했다. 강세헌이 딴 여자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 순간, 송연아는 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이런 줄도 모르고 강세헌을 찾아가 솔직하게 털어놓으려 하다니!“그 사람은 네 원수야!”송연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저 자신을 한껏 비웃었다.“송연아, 너 미쳤어. 홀려도 제대로 홀렸지. 어떻게 네 애를 해친 남자를 사랑할 수가 있어?!”“사모님...”기사가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는 너무 흥분하여 혼잣말을 내뱉었는데 정상은 아닌 듯싶었다!송연아가 얼굴을 비비며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저 괜찮아요.”“별장으로 돌아갈까요?”기사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병원으로 가요.”곧이어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송태범의 병실로 걸어갔다. 이제 막 문을 열려는데 백수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예걸아, 너희 아빠 병세가 위독해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무조건 아빠한테 잘 보여야 해. 그리고 송연아를 꼭 경계하고 있어. 만에 하나 걔가 네 아빠 유산을 뺏어갈 수도 있으니. 네 아빠 돈은 전부 네 거야. 너야말로 유일한 아들이지.”송예걸은 엄마의 말이 귀에 거슬렸다.“엄마, 아빠 아직 안 죽었어. 벌써 유산을 노리는 거야?”“미리 널 위해 준비하는 거잖아!”백수연은 송태범이 여전히 송연아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하여 그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예걸아, 절대 어리석은
그는 병실에 들어가며 백수연에게 말했다.“여긴 너 필요 없으니 돌아가 봐.”백수연이 아양을 떨었다.“옆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해요. 내가 여기서 함께 있어 줄게요.”그녀가 무슨 속셈인지 송태범은 너무 잘 알고 있어 곧바로 허를 찔렀다.“내 재산을 전부 가지려는 속셈이잖아.”백수연이 황급히 변명했다.“아니에요. 저는 괜찮지만 예걸이만큼은 소홀히 하지 말아요. 걔가 경찰서에 도장 찍힌 애라 나중에 취업이 힘들 거예요. 부디 예걸이 잘 돌봐줘요.”송태범은 그녀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바로 침대에 누웠다!그가 바보도 아니고 제 아들을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있을까?송연아는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송예걸이 그녀를 따라 병원을 나섰다.“누나.”송예걸이 먼저 그녀를 불렀다.송연아는 고개 돌려 차가운 시선으로 물었다.“왜?”“누나가 아빠한테 교수님을 찾아주셨다고 들었어요. 고마워요.”송예걸이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전과 같은 적의가 전혀 없었다.“내 아빠이기도 하셔. 나한테 고마워할 거 없어.”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를 떠났다.송예걸과 굳이 더 나눌 얘기도 없었다....천주그룹.송연아가 몸을 돌린 순간 강세헌은 그 여자를 바로 놓아줬다.여자의 이름은 이지안이고 임지훈이 강세헌에게 마련해준 비서이다!물론 강세헌은 비서가 따로 필요 없다. 이미 있으니까. 경력도 없고 실력도 없이 가진 거라곤 명문대 졸업장뿐인 그녀를 강세헌에게 남긴 이유는 바로 예쁘기 때문이다.송연아를 질투하게 하려면 우선 외적 조건이 좋아야 한다.“대표님.”강세헌이 손을 내리자 이지안은 기분이 살짝 가라앉았다.“가서 임지훈 불러와.”강세헌이 차갑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좀 전까지만 해도 먼저 다정하게 다가오더니 지금은 왜 또 이렇게 차가워진 걸까? 이지안은 도통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직 신입이라 더 캐물을 수도 없었다.그녀는 임지훈을 찾아갔다.임지훈은 아래로 내려와 강세헌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대표님.”“방금 연아랑 마주쳤는데 화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