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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방유정이 웃으며 답했다.

“자아도취가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임지훈은 입을 삐죽거렸다.

“어차피 우린 서로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뭣 하러 매너를 지켜요? 사는 것도 귀찮아 죽겠는데 종일 척하는 연기 지겹지도 않아요? 안 힘들어요 유정 씨는?”

방유정은 팔짱을 끼고 흥미진진하게 물었다.

“인생 다 산 것처럼 말하네요.”

임지훈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런 것까진 아니고요. 유정 씨가 여자로 안 보이니까 제멋대로 말할 수 있는 거예요. 그게 가장 커요.”

“...”

‘이 자식이 진짜 겁 없이 말을 내뱉네. 내가 확 식겁하게 해줘?’

다만 그녀는 임지훈에게 은근 호기심이 생겼다. 플레이보이면서 신사인 척 연기하는 남자들보단 훨씬 나았다.

지금 마주 앉은 이 남자는 너무 솔직해서 탈이다.

방유정은 턱을 괴고 그에게 바짝 다가갔다.

그녀가 빤히 쳐다보자 임지훈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뭘 그렇게 봐요?”

방유정은 어깨를 살짝 들썩거렸다.

“잘생겼는지 구경하고 있어요. 바에서는 조명이 어두워 제대로 못 봤거든요.”

“그래서 어떤데요?”

임지훈은 실소를 터트렸다.

“잘생기면 내가 꽃미남을 놓친 거잖아요.”

방유정은 제법 진지하게 평가했다.

“너무 잘생긴 축은 아니고 그럭저럭 봐줄 만 한데 내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쪽도 마찬가지예요.”

방유정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저기요, 지훈 씨는 남자로서 여자랑 얘기할 때 신사답게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난 신사가 아니잖아요.”

임지훈은 냅킨으로 손을 닦고 옆에 버린 후 그녀를 쳐다봤다.

“호감 가는 여자 앞에선 저절로 신사다워져요. 유정 씨는... 내 스타일도 아닌데 왜 그런 연기를 해야 하죠?”

임지훈은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하죠. 난 또 볼일이 있어서 유정 씨랑 잡담 나눌 시간 없어요.”

“결혼식 참석하느라 귀국했다고 하던데 식도 다 끝났고 국내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볼일이 있다는 거예요?”

방유정은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고 그를 빤히 쳐다봤다.

임지훈은 고개 돌려 잔혹한 현실의 세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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