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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2화 엿듣다

주위에서 떠드는 소리는 별로 크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곧 그들 네 식구는 어느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네 식구는 위층에서 들려오는 온갖 시끄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변 환경도 보통 나쁜 게 아니었다.

땅바닥은 울퉁불퉁한 데다가 어떤 곳에는 알 수 없는 물때들로 얼룩져있었다.

건물의 구석에는 버려진 폐품들과 공병들로 가득 쌓여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자전거와 전동차가 엉망으로 주차되어 있었다.

여준재는 내색하지 않고 주위를 살폈으나 이런 환경을 보고 나니 지난 몇 년 동안 고다정이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느라 얼마나 고달팠는지 알 수 있었다.

고다정은 남자가 지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걸 알지 못하고 그저 그가 미간을 찌푸린 모습이 분명 이런 환경을 견디기 힘들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여준재와 사귀었을 때는 이미 여기에서 이사한 뒤였다.

또한 여준재 같이 귀하게 자란 사람은 이런 곳에 와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면 먼저 차에서 기다려요.”

그녀의 말에 여준재는 고개를 돌리더니 단번에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무슨 헛된 생각을 하는 거예요. 여기가 싫은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랑 아이들이 여기에서 힘들게 살았던 날들이 안쓰러울 뿐이에요!”

여준재는 말을 마친 뒤 고다정의 손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다짐했다.

“앞으로 더 이상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할게요.”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남자의 표정을 본 고다정은 이 순간이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두 아이는 아빠랑 엄마가 또다시 애정행각을 벌리는 것 같아 두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아파트 안을 향해 달려갔다.

“이모, 이모.”

두 아이는 뛰어가면서 누군가를 큰 소리로 불렀다.

방음이 잘 안되는 아파트라 정수현은 주방에서 소리를 듣고 왠지 귀에 익어 서둘러 문 쪽으로 나왔다.

이때, 마침 두 아이도 문 앞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려고 했는데 문이 갑자기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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