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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2 화

서정원의 눈빛은 당당했다. 그런 자신감과 떳떳함은 절대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최성운은 그녀를 믿고 싶었다.

서정원은 웃었다. 모든 사람이 그녀를 범인이라고 생각할 때 최성운은 그녀를 믿는다고 했다.

“오빠!”

최지연은 화를 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촌뜨기 서정원이 뭐가 그리 잘났단 말인가? 혹시 최성운이 정말 그녀에게 마음을 준 걸까?

“서정원 씨가 가져가지 않았는데 반지가 왜 서정원 씨 가방 안에서 나온거죠?”

손윤서가 눈치를 주자 백유란이 입을 열어 서정원을 몰아붙였다.

서정원은 손윤서를 보면서 입꼬리를 당겼다.

“당연히 누군가 저한테 누명을 씌우려고 넣어둔 거겠죠.”

서정원의 날카로운 눈빛에 손윤서는 왠지 모르게 켕겼다.

‘설마 촌뜨기가 뭘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말도 안 돼!’

그녀의 계획은 완벽했기에 문제가 생길 일이 없었다. 서정원은 분명 감옥에 갈 것이다!

“가서 CCTV 확인해 봐요.”

최성운이 가라앉은 표정으로 옆에 있던 전담 비서 임창원에게 분부했다.

“네.”

임창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CCTV 관제실로 향했다.

서정원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파티장의 홀에는 CCTV가 있었다. CCTV를 확인한다면 누가 손윤서의 반지를 가져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윤서가 치밀하게 계획을 짜서 그녀를 모함하려 했으니 CCTV를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역시나 몇 분 뒤 임창원이 돌아왔다.

“대표님, 파티장 CCTV가 고장 났다고 합니다.”

“고장 났다고요?”

최성운은 무표정한 얼굴로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나 이상했다.

손혁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이다 보니 호텔에서는 분명 아주 중요시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때마침 CCTV가 고장 날 수 있단 말인가?

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간단한 문제네요. 제가 가져간 거라면 반지에 제 지문이 묻었을 텐데 전문가를 불러 지문 확인하면 진실이 밝혀지겠네요.”

“서정원 씨, 아닌 척하지 말아요.”

손윤서는 서정원을 보다가 최성운을 보더니 너그러운 척 말했다.

“이렇게 해요. 서정원 씨가 내게 사과한다면 성운이 체면을 봐서 더 따져 묻지 않을게요.”

서정원이 사과를 한다면 서정원이 그녀의 반지를 훔친 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가 도둑이란 걸 인정하는 셈이다.

조금 전 최성운이 그녀를 믿는다고 했는데 만약 그녀가 인정한다면 최성운은 분명 실망할 것이다.

게다가 이진숙은 절대 도둑이 자기 며느리가 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써 손윤서는 마음씨가 착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 최성운의 마음속에서 지위가 높아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

서정원은 덤덤한 표정으로 손윤서를 바라봤다. 서정원의 눈빛은 한없이 맑았다.

“왜죠? 손윤서 씨는 지문 검증할 용기가 없나 봐요?”

서정원의 눈빛은 관통력이 있었다. 손윤서는 그녀의 시선에 불편함을 느껴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아량을 베풀려고 했는데도 굳이 지문을 확인해 보겠다고 하다니. 제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죠?”

“좋아요. 그러면 경찰을 불러서 제대로 조사해요.”

서정원은 태연자약했다.

그녀는 반지를 만진 적이 없으니 당연히 그 위에 그녀의 지문이 없을 것이다. 지문을 확인해 본다면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성운아, 그...”

손혁수는 뜻을 묻는 듯한 시선으로 최성운을 바라봤다. 서정원은 그의 약혼녀였기 때문이다.

최성운은 전화를 걸었고 이내 경찰서 서장이 직접 감식반의 동료를 데리고 파티장에 도착했다.

“대표님, 이분은 저희 감식반에서 가장 훌륭한 동료입니다.”

서장은 감식반 동료를 앞으로 밀면서 정중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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