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앙증맞긴 하지만 가공 상태가 너무 투박하다. 그리고 이런 싸구려 물건으로 물을 마시면 안전한가?더 이상 물건을 들 수 없는 강한서는 그녀가 또 가게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저는 더 이상 들 수 없어요. 더 사면 당신이 들어야 해요.”“제가 들면 되죠.”한현진은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갔다.임신한 사람 맞아? 집에 누워 있어도 허리가 시큰거린다던 사람이 몇 시간째 쇼핑을 하면서 점점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 같다.강한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따라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판매원이 반갑게 맞이했다.“고객님, 남편분 옷을 사러 오셨나요?”강한서는 그제야 들어선 곳이 남성복 가게라는 것을 알았다.“구경 좀 할게요.”“이쪽은 저희 봄 신상입니다. 양복도 있고 재킷도 있는데, 맘에 드시면 남편분께서 입어보셔도 됩니다.”한현진은 한 번 둘러본 후 강한서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는 듯 얼굴을 다른 방향으로 돌렸다.한현진은 그를 힐끗 본 후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저 사람은 제 오빠이고, 저는 지금 남자친구 옷을 사려고요.”그러자 얼굴을 다른 데로 돌린 사람의 뒷모습이 굳어졌다.판매원은 당황하더니 급히 죄송하다고 말했다.“남자친구분의 키와 몸무게를 알려주시면 사이즈를 추천해드릴게요.”“키는 저 사람과 비슷하고 몸무게도 아마 비슷할 거예요. 제 남자친구는 파스텔톤을 좋아하니까 추천 좀 해주세요.”판매원은 즉시 그녀에게 몇 벌을 추천해줬다. 한현진은 옷이 어떤지는 아예 보지도 않고 줄곧 강한서를 훔쳐보았다.이 자식이 처음에 몸이 굳어지더니 후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능청스럽게 말했다.“다 괜찮은데, 바지는요? 추천할 만한 바지는 없나요?”판매원은 즉시 그녀에게 바지 몇 벌을 추천했다. 강한서는 비싼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판매원은 옷차림을 보고 두 사람이 잘사는 집안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대어를 낚을 것 같으니 할인 혜택도 없는 신상만
강한서는 멈칫하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생각할 필요 있어요? 옷을 입어볼 때는 부르지 않다가 사은품을 고를 때 부르는데, 무슨 좋은 일이겠어요?”“...”“그 셔츠도 싸지 않아요. 원가가 16만원이에요.”“내가 16만원이 없어요?”강한서는 음침한 얼굴로 귀찮아하며 말했다.“빨리 가요. 밖에서 기다릴게요.”그는 말하고 밖에 나가 버렸다.“생각나지 않았는데, 화는 왜 내지?”한현진이 혼자 중얼거렸다.판매원이 교환하겠냐고 다시 묻자 한현진은 하겠다고 대답했다.그녀가 물건을 들고 나왔을 때, 강한서는 가드레일 옆에서 전화하고 있었다.한현진이 가까이 가기도 전에 강한서의 말소리가 들렸다.“내일 저녁 괜찮아요.”그녀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데, 마침 고개를 돌린 강한서가 그녀를 발견하고 조용히 옆으로 옮겨갔다.‘나쁜 자식! 내가 들으면 안 돼?’한현진은 굳은 표정으로 짜증 내며 말했다.“언제까지 통화할 거예요? 안 가요?”강한서는 흠칫하더니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밖에 물건 사러 나왔어요. 네, 그럼 내일 봐요.”한현진은 더 이상 그런 말투를 듣기 싫었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그녀는 부리나케 걸었고, 강한서는 물건을 들고 급히 쫓아가며 나지막이 말했다.“천천히 걸어요. 연말이라 사람이 많은데 부딪치지 말고.”한현진은 코가 찡해났다. 같은 관심의 말이라도 느낌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예전의 강한서라면 말주변이 없어도 그녀의 손을 잡고 달랬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강한서는 그러지 않는다. 그의 눈에 그녀는 단지 아이를 위해 얽힌 낯선 사람일 뿐이며, 관심의 말이라 할지라도 책임에서 나온 것이다.임신해서 쉽게 예민해지는지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지금의 그를 생각하면 한현진은 너무 마음이 서글펐다.멀쩡한 애인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녀는 그의 책임감을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장난을 잘 치고 말솜씨가 없는 강한서가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눈물이 났다.강한서는 처음에 눈치채지 못했다.
“에이고, 역시 젊어서 그런가?겁도 없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 가람 씨가 아닌 것 같은데?”고개를 드는 여자의 모습을 본 오 여사가 순간 깜짝 놀라며 말했다. “한, 한현진?”‘강한서와 한현진이 헤어졌다고 그러지 않았나? 강한서가 지금은 송가람과 가깝게 지낸다고 했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거지?’다시 강씨 가문으로 돌아간 신미정은 다시 사모님들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있었다. 부잣집 사모님들은 모두 처세에 능한 사람들이었다. 비록 신미정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성 그룹 사모님이라는 신분을 잃어 전처럼 그녀와 연락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인연의 끈을 완전히 잘라내지는 않았다. 아무리 신미정이 초라한 신세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는 어쨌거나 강씨 가문 후계자의 생모였다. 피가 섞인 사이니 강씨 가문에서 진심으로 신미정을 그대로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강한서에게 사고가 생기고 얼마 후, 신미정은 강씨 가문으로 돌아갔고 사모님들 사이에서 전처럼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었다. 강한서가 한현진과 파혼하고 송가람과는 단순한 오빠 동생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는 그런 소문은 전부 신미정 쪽에 흘린 것이었다. 사람들은 비록 신미정이 왜 굳이 송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가짜와의 결혼에 기뻐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강한서의 친엄마인 그녀가 그렇게 얘기하니 그들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송가람에게 프로포즈는 언제 하냐며 떠들고 있던 그들 눈에 강한서가 전와이프와 백화점, 그것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정하게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양시은이 소리 내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 “언니 정보도 그다지 정확한 건 아닌가 보네요. 전 한현진 씨가 아름드리로 돌아갔다고 들었는데요.”한현진이 다시 아름드리로 돌아간 일은 양시은만 알고 있는 사실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신미정이 그 소식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송가람의 칭찬만 늘어놓자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꾹 닫고 있
신미정의 안색이 조금 변하더니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인스타그램을 확인했다. 그러나 강한서의 인스타그램에는 아무 피드도 없었다. 신미정이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양시은이 눈을 커다랗게 뜨며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제 계정으로는 볼 수 있어요. 언니, 강 대표가 혹시 언니를 차단한 거 아니에요?”양시은의 말에 신미정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변해갔다. 신미정의 말과는 달리 그들 모자 사이에 있던 벽이 아직 완전히 허물어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양시은마저도 볼 수 있는 피드를 생모인 신미정이 볼 수 없다는 것은 정말이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창피함과 분노가 몰려와 신미정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 강한서는 애초부터 인스타그램을 자주 업로드하지 않았었기에 그의 피드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신미정은 이상하다고 여긴 적이 없었다. 그 이유가 자신이 차단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채 말이다. 사모님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듯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신미정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굳은 얼굴로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눈치가 없는 오 여사는 남편이 당부하던 말을 떠올리며 얼른 신미정의 뒤를 따랐다. “미정 언니, 카페 안 가시려고요?”양시은이 살며시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오 여사에게서 마치 예전의 자신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오 여사는 자기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비록 똑똑한 여자는 아니었지만 남편인 유선우는 꽤 괜찮은 사람이었다. 남편과 가정을 위해 신미정 같은 사람 앞에서 잠시 머리를 숙여도 괜찮을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시은 씨, 전 의원님 또 승진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누군가 양시은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자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쳤다. “전 의원님이 오늘의 위치에 오르신 건 전부 현명한 시은 씨의 내조 덕분이죠.”“전 의원님께서는 성실하신 데다 말씀도 점잖게 하시잖아요. 만날 때마다 우리 와이프라는 말을 입에 달고 계시고요. 와이프에게 잘하시는
지금까지 시장을 넓히려는 한현진의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한주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보석상들도 한현진의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한현진은 매번 양시은의 호텔로 그들을 초대해 미팅을 진행했고 초대된 사람 중에는 팔로워가 천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들은 심지어 호텔에서의 영상을 업로드하기도 했기에 사업 수완이 좋은 양시은은 돈을 아끼지 않고 호텔의 인테리어를 새로 싹 바꾸는 것은 물론 여러 서비스를 증설하기도 했다. 인플루언서의 홍보 효과와 양시은의 마케팅이 더해져 지금의 그랜드호텔은 한성에서의 입지가 더욱 높아졌다. 한현진이 은혜를 배로 갚은 셈이었다. 양시은은 오 여사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자기를 칭찬하는 사람들에게 한 명씩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현진 씨는 강 대표와 끈끈한 사이였어요. 비록 지금은 한현진 씨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인연을 끊을 수는 없을 거예요. 당사자가 아닌 저희야 그저 구경만 하면 그만이죠. 괜히 줄을 잘못 섰다간, 서로 가족인 그분들은 괜찮겠지만 나중에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우리 같은 외부인이잖아요.”그 말에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졌다. 한현진은 본인이 이끄는 산업은 물론 주식도 갖고 있었다. 강한서와 만나든 아니든 이 바닥에서 한현진의 위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만약 신미정을 위해 한현진의 미움을 사게 된다면 그건 정말이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지는 셈이었다. 누군가 양시은에게 물었다. “시은 씨, 미정 언니와 친했던 거 아니었어요?”양시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도 친해요. 전 그저 여러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귀띔해 드리는 것뿐이에요. 제 충고를 들을지 말지는 여러분들 마음이죠.”말을 마친 양시은은 돌아서 자리를 벗어났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더 이상 그 일에 관해 토론하지 않았다. 한현진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강한서는 이토록 많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한현진의 큰 눈과
강한서가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나지막이 대답했다. “알겠어요.”대답하는 강한서의 손이 우유가 담긴 컵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컵에 닿기도 전에 한현진이 먼저 컵을 들어 우유를 마셔버렸다. 그녀의 행동에 강한서는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우유를 다 마신 한현진이 강한서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 아주머니가 절 위해 준비해 주신 거예요. 우유 마시고 싶어요?”강한서는 한현진을 쳐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현진은 눈꼬리를 예쁘게 휘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부탁하면 제가 따라줄게요.”그는 한현진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며 덤덤하게 말했다. “할 얘기 끝났으면 나가봐요. 일 방해하지 말고.”한현진을 입을 삐죽이며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쪼잔하긴.”말을 마친 그녀는 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현진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도우미가 차례로 강한서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리고 황씨 아주머니는 빨개진 눈을 한 채 서재에서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한현진은 기억을 잃은 강한서가 예전의 인간미 없는 모습으로 돌아와 듣기 싫은 말만 골라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현진은 황씨 아주머니를 위로해 주러 가려고 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강한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괜히 실수할 것 같아 이내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이씨가 서재에서 나오자 한현진은 그녀더러 강한서에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다주라고 당부한 뒤 화분을 정리하러 이층으로 향했다. 눈앞에 놓인 우유를 보던 강한서는 휴대폰을 가져와 사진을 찍어 습관처럼 한성우에게 전송했다. 곧 한성우에게서 답장이 왔다. [?]강한서는 그제야 자기 행동에 당황해 멍해졌다. 그는 심지어 자기가 왜 한성우에게 사진을 전송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사진을 보낸 후였다. 휴대폰 액정 위에서 멈췄던 손가락이 다시 움직였다. [우유는 이 브랜드가 좋아.]한성우가 눈을 씰룩였다. [넌 내가 유리컵만 보고 그 우유가 어느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거라
한현진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쓸모없는 것. 평균 가격이 1200원으로 올라버렸잖아. 이래서야 내가 어떻게 강한서 앞에서 살림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남길 수 있겠어?”“...”강한서가 가볍게 기침하자 한현진이 멈칫 행동을 멈추었다. 그녀는 얼른 찻잔을 등 뒤로 숨겼다. 강한서는 바닥에 떨어진 찻잔의 밑부분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차라리 바닥에 앉는ㅜ게 어때요? 숨기지 못한 것 같은데.”“...”한현진은 자포자기한 듯 뒤에 숨겼던 손을 다시 내밀며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누굴 놀라게 하려려고 소리도 없이 나타나는 거예요?”강한서는 자기로 인해 아직까지도 흔들리는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다음엔 문을 뜯어버린 뒤에 말할게요.”“...”‘개자식.’한현진은 강한서의 말을 무시한 채 또 새 찻잔을 꺼내 다시 구멍을 뚫으려 했다. 강한서가 다가가 그녀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뭐해요?”“보면 몰라요? 구멍 뚫고 있잖아요.”말하며 한현진은 연필로 찻잔 밑바닥에 표시를 하더니 다시 드릴을 켰다. 강한서가 말했다. “깨질 거예요.”한현진이 이를 악물었다. “재수 없는 소리 좀 하지 말아 줄래요?”그녀는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연필로 표시한 곳을 향해 드릴을 가져갔다. 그러나 강한서의 말처럼 찻잔은 또다시 깨지고 말았다. 강한서가 말했다. “거봐요. 깨진다고 했잖아요.”한현진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이게 다 강한서 씨가 재수 없는 소리를 해서 그런 거예요.”그녀의 말에 어쩐지 강한서가 미소를 지은 것 같았다. 하지만 빛이 어두워 한현진은 그의 표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곧 강한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릴 사용이 잘못됐어요. 드릴비트도 잘못 골랐고요. 게다가 날씨도 추워서 자기가 쉽게 깨질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하면 나머지 찻잔의 3분의 1만 살아남아도 다행인 거라고요.”성공 확룰이 30%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에 한현진은 더 이상 구멍을 뚫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하라는 대로 했
강한서는 입술을 앙다물고 겨우 살아남은 잎사귀 3개를 바라보더니 잠시 후에야 입을 열었다. “비대칭이네요.”말하며 그가 손가락으로 잎을 살짝 건드렸다. 그러자 세 번째 잎이 떨어졌고 그는 만족스럽다는 듯 말했다. “이제 좀 낫네요.”‘칼이 어딨지?’한현진은 이를 악물고 자기에겐 보물과도 같은 화분을 빼앗았다. 그녀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방해만 하고 있잖아요.”강한서가 한현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하지 마요. 내일 아주머니에게 맡겨요.”“아주머니도 화초 가꿀 줄은 잘 몰라요. 매번 통일적으로 물을 주신다고요. 하지만 어떤 애들은 그렇게 자주 물을 줄 필요가 없어요. 제가 얼마 동안 아름드리에 없었다고 귀한 애들이 많이 죽어버렸어요. 이제라도 제가 살려야 해요.”말하며 한현진은 다육을 손바닥으로 감싸들고 눈웃음 지으며 강한서에게 물었다. “예뻐요?”강한서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맑은 두 눈과 눈이 마주쳤다. 화장을 하지 않아 생얼인 한현진은 깨끗한 얼굴에 잔머리가 부드럽게 귀 옆으로 흘러내려와 있었다. 산들바람에 잔머리가 가볍게 흩날렸다. 가늘고 긴 속눈썹은 마치 강한서의 마음을 슥 쓸어내리는 듯 살며시 흔들렸다. 강한서의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뛰어댔다. 그는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눈을 피했고 한참 만에야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네.”“완전히 뿌리를 내리면 사무실 책상에 두고 화날 때마다 봐요. 그러면 화낼 때의 강한서 씨 모습이 보일 거예요.”“강한서 씨와 닮았잖아요.”강한서는 그제야 한현진이 심은 다육이 식물 대 좀비 게임에 나오는 호박과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을 인지한 순간 강한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굳은 얼굴로 바로 베란다를 벗어나려 했다. 그러자 한현진도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휘청였다. 깜짝 놀란 강한서가 얼른 한현진을 부축했다. “왜 그래요?”가만히 서 있던 한현진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괜찮아졌다. 그녀가 나지막이 대답했다. “너무 오래 웅크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