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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1화

이 바닥 생활 수년 차의 한성우는 이미 별의별 일을 못 겪어본 게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니 그 여자가 달려와 안겼을 때 그는 이미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불륜남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자 한성우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려는데 사람들 속에 섞여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는 차미주의 얼굴이 보였다. 한성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망했네. 우리 도둑이가 또 허튼 생각 하고 있는 거 아냐?’

다급해진 한성우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차미주에게 변명하려던 그때, 차미주는 갑자기 풀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악—”

차미주가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성우 오빠, 나 배 아파. 우리 아기 잘 못 된 거 아냐?”

비명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차미주에게로 쏠렸다.

방금까지 한성우를 잡고 있던 여자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차미주를 향해 말했다.

“누구세요? 누가 그쪽 오빠라는 거예요?”

한성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자기를 잡고 있는 여자를 밀쳐버리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차미주 앞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그녀를 부축했다.

한성우가 상황극을 받아줄 만한 대사를 던지기도 전에 차미주가 눈시울을 붉히며 물었다.

“성우 오빠, 이 여자는 누구야? 누군데 오빠가 약혼식을 망치러 왔다고 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약혼식 어떻게 하나 구경하러 온 거라며. 나중에 나한테 이것보다 더 꿀리지 않게 해준다고 하지 않았어? 왜 저 여자는 오빠가 자기 때문에 온 거라고 하는 거야? 나랑 우리 아기를 버리려는 거야?”

말하며 차미주는 남몰래 허벅지를 꽉 꼬집어 억지로 눈물 한 방울을 쥐어짰다.

한성우는 곧 차미주의 형편없는 연기력에 웃음이 터질 것 같아 혀를 꾹 깨물며 마음 아픈 표정을 지었다.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나랑 저 여자 사이에 정말 뭐라도 있었다면 내가 널 데리고 약혼식에 참석했을 리가 없잖아.”

차미주가 울먹이며 말했다.

“하지만 오빠는 두 사람 사랑의 증표 같은 시계를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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