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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에취!”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포장마차에서 차설아는 연달아 재채기하더니 귀까지 후끈거릴 지경이었다.

“뭐지? 감기가 다 나았을 텐데 왜 자꾸 재채기해?”

차설아는 코를 훌쩍이며 감기약을 더 먹어야 하나 고민했다.

“누군가 언니 얘기만 하는데 당연한 거 아니겠어?”

배경윤은 차설아 앞에 ‘해안신문’을 내려놓으며 싱글벙글 말했다.

“언니 지금 큰일 났어. 곧 전 남편이 될 분이 2천억을 내걸고 언니를 공개수배한대.”

배경수의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으로서 배경윤도 차설아와 생사를 같이 한 사이였다.

다만 차설아에게 간이고 쓸개고 빼줄 듯한 배경수와 달리 그녀는 차설아의 가장 친한 친구에 가까웠다. 둘은 모이기만 한다면 티격태격하는데 그것조차 즐거웠다.

차설아는 신문을 빠르게 훑어보더니 피식 비웃었다.

“지금처럼 허세 부릴 시간이 있으면 얼른 버그를 수정할 방법이나 찾지. 벌써 몇 년째인데 성대 그룹 내부 시스템이 이렇게 물러터져서 쓰겠어? 공격 한 번에 바로 다운되다니, 전혀 도전할 맛이 안 나잖아.”

“간지 작렬이네.”

배경윤은 저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언니라서 이런 얘기할 자격이 있겠지? 해킹계의 신, 그 유명한 ‘스파크’가 바로 언니이잖아. 성도윤 그 만년설 같은 자식이 얼굴만 반반한 했지 머리에 똥만 찼나 봐. 언니처럼 숨겨진 보물을 내팽개치고 불륜을 저지르는 것도 모자라 임신까지 시켜? 정말 최악이야! 그동안 언니가 암암리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도 모르고, 성대 그룹의 허술한 시스템을 공격하려는 해커를 몰래 방어해 준 언니가 없었더라면 벌써 몇 번이나 다운되고 말았을 텐데,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라고, 이번에 쌤통이야.”

배경윤은 성도윤과 차설아 커플의 덕후로서 둘이 결혼하고 사랑이 싹트면서 날이 갈수록 사이가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결국 사랑이 싹트기도 전에 갑자기 튀어나온 내연녀와 아이 때문에 바로 탈덕했다.

젠장!

차설아보다 화가 더 난 듯한 그녀는 지금 당장 성대 그룹에 쳐들어가 쓰레기 같은 놈을 패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이때, 포장마차 주인이 꼬치구이와 맥주를 들고 왔다.

배경윤은 마치 생수처럼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차설아는 지글지글 익어가는 꼬치구이와 향긋한 맥주를 바라만 봤을 뿐, 가만히 앉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언니, 왜 가만히 앉아 있어? 얼른 마셔. 이제 이혼하고 나면 완전 자유라고. 오늘 어디 한번 코 삐뚤어지게 마셔볼까?”

차설아는 입술을 깨물더니 포장마차 주인을 향해 외쳤다.

“여기요, 두유 한 병과 호박죽 한 그릇 주세요.”

“쿨럭!”

배경윤은 맥주를 뿜으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설마 이혼한다는 사람이 아직도 착하고 단아한 재벌가 며느리인 척 술도 함부로 못 마시고 꼬치구이를 입에 대지도 않는 건 아니겠지?”

“오늘... 날이 아니야.”

차설아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녀는 배경윤에게 임신 사실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해서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어젯밤에 이미 개인 병원에 예약해서 모레 아침 일찍 유도 수술을 받고 아이를 지울 생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도 왜 이러는지 몰랐다. 아이를 지우기로 했는데도 술을 마시고 꼬치구이를 먹으면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줄까 봐 걱정이 드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알았어, 그날이야?”

배경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설아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괜찮아. 따뜻한 물 많이 마시고, 술은 나만 마시면 되니까.”

“고마워, 경윤아.”

물을 건네받은 차설아는 마음마저 따뜻해졌다.

돌이켜보면 지난 몇 년간 그녀가 했던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 배경수, 배경윤 남매를 구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이제 두 사람은 그녀의 믿음을 한 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보다 더 소중했다.

“이게 누군가? 집에만 틀어박혀 지낸다는 우아하고 단아한 성씨 가문 둘째 며느리 아닌가?”

이때, 등 뒤에서 잔뜩 비아냥거리는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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