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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성대 그룹.

우뚝 솟은 건물 내부에 감도는 저기압 때문에 사람들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꼬박 이틀이 지났는데, 어떻게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단서를 못 찾는단 말입니까? IT팀 직원들은 밥만 축내는 사람이에요?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고작 능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됩니까? 고객 정보가 지금도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데, 얼른 이 사태를 수습하지 않으면 성대 그룹은 해안시의 웃음거리가 될지도 몰라요. 그때가 되면 다들 가차 없이 잘릴 줄 알아요!”

진무열의 호통에 하늘 높이 뻗은 건물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는 성도윤의 믿음을 한 몸에 받는 비서로서 회사의 크고 작은 일을 도맡아 했다.

이틀 전 성대 그룹 업무 시스템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 프로그램의 공격을 받은 이후로 그는 100명에 가까운 IT팀 직원들과 여태껏 잠을 한숨도 자지 못했다.

“실장님, 말은 바른대로 하자면 저희가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넘사벽이라서 그래요. 범인의 IP 주소가 랜덤으로 계속 바뀌는데 세계 각국이라서 당최 추적할 방법이 없습니다.”

IT팀 팀장 강민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계속해서 총대를 메고 말했다.

“실장님도 아시다시피 성대 그룹 IT팀은 해안시 IT업계 거물이 전부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저희마저 속수무책이면 해결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이때, 구석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사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검은 테 안경을 쓴 청년을 발견했다.

“무슨 방법인지 얼른 얘기하지 않고 뭐 해요?”

진무열이 조급한 듯 얼른 말을 보탰다.

청년은 검은 테 안경을 고쳐 쓰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결 방법인즉슨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예요. 3일만 더 기다리면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제거될 테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죠?”

진무열은 자신이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IT팀 별종들을 혼내려고 소매를 걷어붙였다.

“계속해요.”

회의실 상석에서 성도윤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볼펜을 돌리고 있었다.

불같이 화내는 진무열과 달리 남자의 무심한 모습은 마치 폭풍전야처럼 압박감이 몰려왔다. 그가 있는 곳이라면 사람들은 감히 찍소리도 못했다.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제 분석에 따르면 이 코드는 저의 우상, 즉 해킹계의 지존인 ‘스파크’의 스타일과 흡사하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IT팀 직원들은 두 눈을 반짝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서로 의논하기 바빴다.

“스파크 장난 아니잖아요. 그가 만들어 낸 바이러스 프로그램은 아무도 제거할 수 없죠. 게다가 깊이 파고들수록 버그가 더 많이 생겨요. 하지만 뚜렷한 특징이 있는데, 바로 5일 동안만 실행하고 자동으로 종료한다는 점이죠.”

“그리고 스파크에 대한 소문도 무성해요. 천재 소년이라는 말도 있고, 50~60대 아저씨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도 그의 실체를 모르죠.”

“그런데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왜 갑자기 나타났대요? 게다가 성대 그룹을 노리다니? 너무 재수 없는 거 아니에요?”

‘재수?’

성도윤은 그날 병원에서 차설아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여자가 신내림이라도 받았나? 귀신같이 맞출 줄이야.

대충 짐작하건대 이번에 성대 그룹은 적어도 6천억 정도의 손실이 났으니 재수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스파크?”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달싹였다.

이때, 갑자기 승부욕이 화르르 타올랐다.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무열아, ‘스파크’라는 사람을 찾아내면 상금 2천억을 주겠다고 소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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