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해진 그녀를 보더니, 태후는 친절하게 물었다: “어찌 그러느냐?”낙청연은 입술을 가리고 헛구역질하더니 다시 고점(糕點)을 내려놓았다. “요 며칠 영 입맛이 없습니다. 단 음식은 약간 구역질도 납니다. 태후님 면전에서 실례를 범했습니다.”태후는 살짝 놀라더니,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무방하다, 다른 것들을 먹어보거라.”태후는 시선을 옮기더니, 낙청연을 더 이상 주시하지 않았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헛구역질이 올라오는 척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주양 행화고(酒釀杏花糕)에서 그녀는 분명 현금초(玄金草)의 냄새를 맡았다. 현금초는 냄새가 뚜렷하지 않지만 고충에게는 막대한 자극을 주어 고충의 활동을 유도하고, 심지어 알까지 낳아, 숙주에게 극심한 고통을 준다.고충을 본 낙청연은 갑자기 뇌우가 치던 그날 밤, 부진환의 몸에서 잡아낸 고충이 생각났다.그럼 그 고충도 태후의 짓이란 말인가?그렇다면, 그럼 지금 그녀가 이곳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시며, 낙월영이 뺨을 맞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것은 그녀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며 또한 그녀를 이용하여 부진환을 해치기 위한 것이다.이 의자는 쉽게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낙월영의 얼굴은 온통 피범벅이 되었고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살려 달라는 말조차 할수 없었다. 더욱이 궁녀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다. 오직 판자가 살을 때리는 소리와, 낙월영의 비명밖에 들리지 않았다.낙월영은 견디지 못하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그제야 궁녀는 손을 멈췄다. “태후 마마, 보아하니 그녀는 더 이상 못 견딜 것 같습니다.”태후는 담담하게 쳐다보더니, “아직 몇 대 남았느냐?”“10대 남았습니다.”태후는 쌀쌀한 어투로 말했다: “10대 남았다고? 그럼 그만두거라, 이미 교훈을 얻었을 테니까.”“시간이 늦었으니, 금서, 사람을 시켜 섭정 왕비를 왕부로 모셔드리거라.”낙청연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신첩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태후는 머리를 끄덕이더니 친절하게 말했다
이 또한 태후가 고의로 의도한 것 같았다. 마차가 섭정 왕부에 도착하자 마차를 몰던 시위가 말했다: “왕비, 도착했습니다. 하관은 이로서 궁에 돌아가 복명하겠습니다.”두 사람을 내려놓고 그는 다시 마차를 몰고 돌아갔다.그녀는 섭정 왕부에 모셔다 드렸지만 낙월영은 승상부로 데려다 주지 않고 오히려 섭정 왕부에 내려놨다. 부진환에게 낙월영의 참혹한 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왕부의 하인이 낙월영을 보더니 일시에 알아보지 못했다. 똑바로 보고나서야 너무도 놀라 아연실색해서 말했다: “둘째 소저! 세상에, 둘째 소저 어찌 된 일이십니까?!”낙월영은 일부러 힘없이 쓰러지는 척했다. 한 무리의 계집종들은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더니 급히 그녀를 부축하여 왕부로 들어갔다. “빨리 빨리 빠리, 어서 고 신의를 모셔오세요.”모두 몹시 당황해했다.낙월영은 분노하여 낙청연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 딱 기다리거라!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린 체 사색에 잠겨 대문에 발을 들여놓았다.그녀의 비만증은 아직 낫지 않았기에 무력을 발휘할 수 없다. 하여 유품을 억지로 뺏았는 건 불가능했다. 허나 이대로 섭정왕부에서 쫓겨난다면 또 너무 억울하다!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정원으로 갔다. 등 어멈과 지초가 다가왔지만 그녀는 그들을 뒤로하고 문을 닫아 버렸다.그녀는 자신의 점괘를 보았다.응겁확생(應劫獲生)이다.점괘로 봐서 그녀는 아직 생존의 기회가 있다.보아하니, 왕부의 하늘 위에 피어올랐던 피안개가 바로 그녀의 전기인 것 같다.“왕비, 어찌 그러십니까?” 지초는 문 밖에서 소리쳤다.낙청연은 나침반을 치우고 말했다: “들어오거라.”지초는 그제야 문을 밀고 다과상을 들고 들어왔다. “왕비, 궁중 연회에서 별로 드시지 못하신 것 같아서 요깃거리를 좀 준비했습니다. 왕비, 좀 드셔 보시겠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내려 놓거라, 지금은 입맛이 없구나.”“왕비, 오늘 돌아오신 뒤로 좀 이상합니다. 제가 방금 후원의
이 순간 부진환 온 얼굴의 노의는 사람을 죽일 것만 같았다. 낙청연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시위들이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낙청연의 어깨를 누르고 그녀를 바닥에 눌러 앉혔다. 시위 한 명이 곤장을 들고 다가왔다.낙월영의 두 눈은 미움과 복수의 통쾌함으로 꽉 찼다. 그녀는 낙청연을 천만 배 이상의 고통으로 되갚아 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낙청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부진환을 쳐다보았다. 싸늘한 눈빛에는 오기와 분노로 가득 찼다. 부진환은 미간을 찌푸렸다. 왠지 이마의 핏줄이 당기듯이 욱신욱신 아파 났다. 그는 아예 시선을 옮기더니 큰 소리로 명했다: “때려라!”“부진환! 너를 믿지 말았어야 했어!’ 낙청연의 어투는 날카로웠다.부진환의 미간는 더욱 찌그러들었다. 뒷짐을 지고 있던 두 손은 주먹을 쥐고 감정을 억제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머리는 터질 것만 같았고 몹시 괴로웠다. 그는 이러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손 바닥만큼 넓은 판자는 낙청연의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왔다. 순간 낙청연은 가슴은 철렁내려 앉았다. 머리를 들고 피안개를 쳐다보았다. 피안개는 이미 널리 펴지기 시작했다. 그 범위 또한 작지 않았다. 하지만 이 왕부는 아직도 평온했다.이때, 다급한 그림자가 정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동시에 소유의 초조한 부름 소리가 들렸다: “왕야, 큰 일 났습니다!”칠흑 같은 판자가 갑자기 날아오자 낙청연의 미간은 흔들리더니 머리를 번쩍 들고 피했다.판자는 사정없이 그녀의 면전을 스쳐지나 가면서 매섭고 칼 같은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시위는 헛손질에 두 걸음 비틀거렸다.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죽을 힘을 다했구나, 부진환은 너무 독했다. 이건 분명 때려 죽일 생각이었으니까!부진환은 낙청연이 피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내려다가 소유가 초조하게 달려오는 모습을 보더니 불괘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물었다: “무슨 일인데 이토록 당황해하는거나!”소유의 표정은 무거웠다. “후원의 하인들이 연이어 미친 증세를 보입니다. 칼을 들고 방에서 난도질하고 있습니
다음 순간, 그 시위는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부진환과 몇 차례 맞붙어 싸우더니 상대가 되지 않았던 시위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 넘어졌다. 하지만 즉시 벌떡 일어서더니 다시 부진환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치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보다못한 부진환은 장검을 뽑았다. 그의 몸에는 살기로 가득했다.낙청연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 달빛의 밝은 쪽을 향하여 손가락에 묻은 피로 부적을 그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장검을 뽑은 부진환이 보였다. 그녀는 다급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그를 죽이지 마십시오!”그녀는 부적을 들고 신속하게 뛰어갔다.미친 시위가 피범벅이 된 얼굴로 달려들 때, 낙청연은 갑자기 부진환의 앞을 가로 막더니, 부적을 시위의 몸에 붙이고 피가 묻은 손가락 끝으로 갑자기 시위의 미간을 눌렀다. 시위는 그대로 잠깐 굳어 버렸다. 낙청연은 이 틈을 타 그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그리고 신속하게 시위의 미간과 손바닥에 모두 부문(符文)을 그렸다.시위는 고통스럽게 발악하고 있었고 계속하여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그의 미간과 손바닥에서 연기가 나더니 좀 지난 뒤 또 조용해졌다.주위 사람들은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소유는 즉시 사람을 불러 부진환을 보호하였다. 시위가 다시 일어나 공격하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 시위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이미 정상적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보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저……이것은……방금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다른 시위가 놀라서 말했다: “괜찮아졌습니까?”소유도 놀란 나머지 믿을 수가 없다는 듯이 낙청연을 쳐다보고 있었다.부진환의 미간은 더욱 쭈그러들었다. 만약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낙청연이 신비스럽게 중얼거리면서 무엇을 했는지 믿기지 않았을 것이다.낙청연은 피를 많이 흘린 손가락의 상처를 보더니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부진환의 바로 앞에 다가가더니 말했다: “저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취살대진이 열린
일촉즉발의 형세를 보더니 소유는 급히 앞으로 다가와서 충고했다: “왕야, 지금 왕부에 아직 많은 사람이 통제력을 잃고 발광하고 있습니다. 만약 정말 통제하지 못한다면 오늘 밤 큰일이 생길지도 모릅니다!”그는 방금 낙청연의 재주를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통제하지 못해도 낙청연은 가능하다.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은 아무래도 괴이하다. 평범한 사람은 해결하지 못한다!부진환은 망설이더니 결국 낙청연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그는 완만한 어투로 말했다: “궁에서 있었던 일은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하지만 본왕은 조건이 하나 있다……”부진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낙청연은 돌아서 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니 얼굴이 바뀌는군요.”그녀의 비웃는 어투에 부진환은 갑자기 주먹을 꽉 쥐었다.소유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왕야의 눈빛에서 짙은 살기를 본 소유는 다급히 왕야의 팔을 잡았다. “왕야……”참으세요!부진환의 눈빛은 무시무시했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 “낙청연!”소유는 깜짝 놀랐다. 왕야는 예전에 이렇게 크게 화를 낸 적이 별로 없었다. 이 왕비가 왕부에 들어온 후부터 왕야의 성질은 갈수록 나빠졌다.낙월영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방문을 열고 달려와 친절하게 물었다: “왕야, 괜찮으십니까? 방금 무슨 일입니까?”왠지 모르겠으나, 낙월영이 그와 가까이 있으면 그의 마음은 평온해지고 마음속의 조열감도 많이 사라져 버린다.어투도 완만해지고 상냥해진다: “아무 일도 없다, 소유더러 방에 데려다 주라고 할 테니 가서 쉬거라. 고 신의가 처방해준 약도 꼭 마시거라! 왕부의 일은 신경 쓰지 말거라!”낙월영은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왕야도 몸 조심하십시오, 화를 자주 내지 마시고요, 간화는 몸을 상하게 합니다.”부진환은 낙월영의 다정다감함을 보면서 낙청연의 무지막지한 모양이 떠 올랐다. 그의 눈빛은 갑자기 혐오스럽다는 기색이 드러났다. 분명 아버지는 같은데 무엇 때문에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본왕은 알겠으니 너는 안
연기가 사라지더니 그 사내는 깨어났다. 그는 당황해서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방으로 돌아가거라, 오늘 밤엔 더는 나오지 말아라.” 낙청연은 말을 마치고 가버렸다.취살대진에서 방출된 살기의 위력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다. 사람의 정신을 현혹하고 이성을 잃게 만들어 미친 증세를 보이게 했다. 그야말로 귀신 들린 사람 못지않았다.그녀가 일전에 우물 밑에서 봤던 살기는 매우 강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설마……오늘 밤에 생긴 일은 다른 원인이 있는 건가?후원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낙청연은 급히 달려갔다. 원내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하인만미친 것이 아니라 사람을 붙잡으러 온 시위들도 따라서 미쳤다. 주방에서 음식을 하던 사람이 식칼을 들고 난도질하는 바람에 다친 사람은 헤아릴 수 없었다. 정원은 온통 피비린내가 진동했다.후원의 대문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꼭 받치고 있어서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게다가 소유는 내원에서 지금 미친 사람들을 제어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달려올 수 없었다.낙청연은 엎드려서 문 틈새 사이로 안쪽 상황을 관찰하였다.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서 정원의 구석 구석에 숨어있었다. 그중 등 어멈도 있었다.식칼을 들고 있던 주방장은 아직도 식칼을 휘두르면서 난도질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곧 등 어멈이 숨어있는 곳까지 가게 될 모양이었다.“문을 열어라, 들어가겠다.”한 무리의 하인들은 더없이 놀라서 말했다. “왕비, 저 사람은 식칼을 들고 있습니다. 죽으려고 들어가십니까!”“정원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 그럼 그들을 그냥 죽게 놔두란 말이냐? 문을 열 거라!” 낙청연의 태도는 단호했다.갑자기 안에서 비명이 들렸다. 미친 몇 명 사람들은 풀숲에 숨어있는 하인을 붙잡더니 바로 달려들어 그를 바닥에 깔아 눕혔다. 비명이 끊기지 않았다.그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애가 탔다.낙청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강제로 문을 열고 쳐들어갔다.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은 식칼을 든 주방장이었다. 밖
계집종들은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말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계집종들이 하는 말을 들은 등 어멈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끝내 사람들은 왕비에 대해 조금 달리 보는 것 같았다.등 어멈과 지초도 방으로 돌아왔다. 잠깐 후 소유가 달려왔다. 그는 낙청연이 미친 사람들을 제압한 것을 보더니 너무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오히려 낙청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가 잡은 미친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여기 있습니다.” 소유는 사람을 시켜 즉시 몇 명의 미친 사람들을 앞으로 데려오라고 했다.낙청연은 아픔을 참고 피를 묻혀 부문을 그려 살기를 철저하게 몰아냈다. 소유는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그를 더욱 놀랍게 한 것은 미친 사람들은 바로 깨어나더니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것이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낙청연은 또 말했다: “왕부에 아마 미친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을 것이다. 모두 찾아내야 한다. 특히 왕부를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왕부 밖에서 무슨 일을 저지르기라도 하면 그땐 일이 정말 커질 것이다!”“의식을 회복한 모든 사람들을 불러 왕부의 대문과 후문을 지키도록 하거라.”소유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왕부를 위해 이토록 주도면밀하게 사려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바로 즉시 그녀가 말한 대로 사람을 배치했다.그 뒤, 낙청연은 소유 등 사람들을 데리고 왕부를 수색했다. 몇 시진을 분주하게 수색해서 마침내 온 왕부 안에 살기에 중독된 자들을 찾아서 해결했다.왕부는 본래의 고요한 모습을 찾았다.낙청연은 상처를 제때 싸매지 않고 피를 계속 쓴 탓에 지금 안색은 이미 창백해졌고 매우 허약해졌다.소유는 그녀를 돌아가서 휴식하라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낙청연이 먼저 말했다: “좀 이따 처방전을 써줄 터니 네가 제일 믿는 사람에게 약을 달이도록 하거라.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 왕부의 모든 사람이 마셔야 한다!”“약을 마셔요? 이것은?”“악귀를 내쫓는 것이다!”소유는 더는 묻지 않고 승낙했다. 오늘 밤 일은 확실히 이상했다!낙청연은 처방
”5황자,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낙청연은 5황자도 살기에 중독된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그의 몸에는 살기가 없었다.“콜록, 콜록, 콜록……” 부운주의 안색은 창백했다. 그는 기침을 몇 마디 하더니 말했다: “내가 아니라 고 신의다.”“고 신의?” 낙청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부운주는 일어서더니 그녀를 데리고 남각에 있는 다른 방으로 갔다. 문을 여는 순간, 짙은 약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 냄새는 몹시 갑갑했고 사람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짙었다.방안의 창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고 전혀 바람이 통하지 않았다.고 신의는 허약한 모습으로 의자에 거의 누워있었다. 사람이 오는 것을 보더니 급히 몸을 일으켰다. “5황자……왕비……”그는 제대로 서기도 전에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어린 서동은 급히 그를 부축했다.“고 신의 앉으세요, 격식을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시 귀신이라도 들렸나 싶어서 왕비님을 모셔왔습니다.” 부운주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귀신이 들렸다고?낙청연은 고 신의를 힐끔 훑어보았다. 고 신의 뿐만 아니라 남각 전체에서 살기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헌데 어디서 귀신이 들린 단 말인가?그녀는 맑은 두 눈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고 신의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저……가슴이 답답하고, 정서도 불안하고 자꾸 화를 내고 싶습니다. 약을 먹고 조금은 억눌러 놨지만, 여전히 완화되는 기색은 없습니다. 오늘 밤, 왕부의 미친 사람들 증세와 약간 비슷합니다. “ 고 신의는 가슴을 움켜쥐고 매우 고통스럽게 말했다.고 신의는 미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증상도 그리 엄중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바로 알아냈다. 큰 문제는 없었다. 단 고 신의의 의술은 그리 뛰어난데 왜 자신의 증상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단 말인가?순간 그녀의 마음속에 추측과 의심이 스쳐 지나갔다.“청연, 고 신의는 이러한 증상들이 있어서 스스로 약을 썼고 혹시라도 번거로워질 가봐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계셨다 더구나. 그래서 내가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