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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자식은 다 부모의 배에서 나왔다.

그러니 진도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서화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진도하가 충동적으로 일을 처리할까 봐 두려웠던 유서화는 알려주지 않고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이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 지금은 네 아빠 혼자서 병원에 있을 거야. 아직 밥을 드시지 않았을 테니 일단 밥부터 해서 가야겠어.”

말을 마친 유서화는 고통스러운 마음을 꾹 참으며 주방으로 가서 밥을 차렸다.

진도하는 원래 주방에 가서 도와주려고 했다가 유서화가 그를 쫓아냈다.

진도하는 절뚝이는 유서화가 주방에서 바삐 오가는 것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시큰거리며 자책했다.

주먹을 꽉 쥔 그가 생각했다.

그가 돌아왔으니 은혜도 갚고, 복수도 하겠다고!

이 5년 동안, 그의 부모를 욕보인 사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잡을 것이다.

부모님을 도와준 사람의 은혜는 꼭 갚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서화는 음식을 다 만들고 도시락통에 넣어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도하야, 넌 이제 돌아온지 얼마 안됐으니 집에서 쉬어. 난 네 아빠한테 밥을 가져다주고 올게.”

진도하는 거절 하며 말했다.

“엄마, 같이 가요. 5년이나 아빠를 만나지 못했는데, 저도 보고 싶어요.”

유서화는 머뭇거렸다.

아들이 제 아빠의 상처를 보고 흥분할까 봐 걱정되었다.

하지만 남편이 5년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온 아들을 보면 기운이 날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어찌할지를 몰랐다. 하지만 기대에 찬 진도하의 눈을 보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당부했다.

“네 아빠를 만나면 집에서 일어난 일은 네 아빠에게 말하지 마. 산악 악동은 그저 우리 집을 갖고 싶어 했을 뿐이지 나한테 별다른 짓을 하지 않았어. 네 아빠가 내가 다친 걸 알면 화를 내고 걱정할 테니까. 그건 네 아빠의 병이 낫는 데에 좋지 않아.”

진도하는 입술을 씹고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말하지 않을게요.”

어차피 유서화를 괴롭혔던 산악 악동은 살아서 공터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니 아버지께 얘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제야 마음을 놓은 유서화가 가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 상처를 가릴 수 있는 옷을 갈아입은 후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진도하는 유서화 수중의 도시락을 받아 들고 그녀를 부축하며 마당을 나섰다.

익숙한 거리의 풍경을 보던 진도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마치 엄마의 손을 잡고 등교하러 가는 기분이었다.

그때의 유서화는 젊어서 그는 그녀를 따라잡으려고 아주 노력했었다.

지금 그녀는 늙어서 걸음걸이도 느려졌다. 그래서 진도하는 어릴 적의 유서화처럼 천천히 걸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어느새 두 사람은 허름한 시골 마을을 나왔다. 진도하가 택시를 부르려고 하자 유서화는 버스를 타겠다고 고집하며 진도하의 돈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했다.

진도하는 돈이 모자란 것은 아니나 유서화의 말을 듣기로 했다.

두 사람은 버스에 앉아서 병원에 도착했다.

유서화는 이 길이 매우 익숙했기에 진도하를 데리고 남편이 있는 병실까지 걸어왔다.

6인실의 병실이었는데 안은 매우 어지럽고 더러웠으며 이상한 냄새까지 났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자기 아빠를 보게 되었다.

그는 가장 구석의 침대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있었는데 못 본 사이에 살이 많이 빠져 뼈밖에 남지 않은 듯했다.

나이도 적지 않은 분이 머리와 팔에 붕대를 칭칭 감고 있었다.

“아빠!”

진도하가 그 앞에 가기도 전에 소리 내 그를 불렀다.

침대에 있던 그는 눈을 떴다. 아무런 감정이 없던 눈이 아들인 진도하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빛이 번뜩였다.

“도하야, 진짜 도하니?”

“진짜예요. 제가 돌아왔어요.”

진도하는 침대 앞에 꿇어앉아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진용진은 5년 동안 사라진 아들이 돌아온 것을 보고 격동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두꺼운 손으로 진도하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이게 바로 진용진의 감정 표현 방식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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