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화

“약혼을 없던 일로 해?! 하하하!”

이민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진도하, 너 정말 유치하다. 우리의 약혼은 5년 전에 네가 사라진 순간부터 없어진 거야. 이제 와서 약혼을 없던 일로 하자고? 하하...”

이민영은 몸이 흔들릴 정도로 웃었다. 진도하의 말이 웃겨서 웃는 것도 있었지만 마음속의 불안함을 떨치기 위한 것도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아도 진도하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설마 5년 전의 일이 들킨 건가?

진도하는 정색 하고 얘기했다.

“그럼 5년 전에 약혼은 이미 취소되었다면서 왜 달마다 내 부모님한테 돈을 달라고 한 건데!”

이민영이 오히려 당당하게 얘기했다.

“일단 가서 자초지종부터 알아보는 게 어때? 내가 네 부모한테 돈을 달라고 한 게 아니라 네 부모나 나한테 빌면서 돈을 준 거야.”

“뭐라고?”

진도하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마음속에는 이미 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도하는 자기가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영이 이토록 자신만만할 줄 몰랐다.

이민영은 반문하며 물었다.

“왜? 안 믿겨? 가서 네 부모한테 물어봐. 나한테 빌면서 돈을 준 게 맞는지.”

당당한 이민영의 태도에 진도하는 순간 진실을 몰랐다.

이민영은 계속 얘기했다.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내가 알려줄게. 네 부모는 이 약혼을 위해서 나한테 달마다 200만 원씩 주면서 혼수를 준비해 주려고 했어. 두 분이 불쌍해서 받은 거지, 그렇지 않으면 나도 받지 않았을 거야.”

말을 마친 이민영은 팔짱을 끼고 불쌍하다는 듯 진도하를 바라보았다.

진도하는 증오가 점점 피어올랐다. 그는 5년 전에 그가 모든 여자를 거절하고 선택한 여자가 이렇게 비겁하고 악독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말하면 집도 우리 부모님이 너한테 주겠다고 한 거야?”

진도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이민영을 바라보며 그녀가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지켜보았다.

그러자 이민영이 되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여전히 당당했다.

심지어 말투에는 왜인지 모를 우월감이 있었다.

“그 낡은 집, 누가 거들떠보기라도 한대? 네 부모가 나한테 빌면서 주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난 그 집에 눈 한번 돌리지 않을 거야.”

“...”

그는 정말로 5년 전에 그렇게 순하고 착하던 이민영이 이렇게 되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넌 정말 뻔뻔하구나!”

진도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의기양양하던 이민영은 진도하의 고함에 살짝 체면이 깎이는 듯했다. 그녀는 창피함에 오히려 화를 내며 얘기했다.

“내가 뻔뻔하다고? 난 그저 내 물건을 가져가는 것뿐이야!”

말을 마친 이민영은 크게 심호흡하며 이씨 가문의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니 이런 자식 때문에 사람들 기분을 망치지 마. 얼른 쫓아내.”

진도하는 어딘가 낯선 이민영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시간이 너무 지났다. 사람도 많이 변했다.

그가 좋아하던 여자는 이제 없었다.

그는 이씨 가문의 하인들을 훑어보다가 마지막으로 이민영을 쳐다보았다.

“내가 알아서 나간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어.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야. 5년 동안, 네가 내 부모님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대로 너한테 돌려주겠어.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마!”

말을 마친 진도하가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뒤에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걸음을 멈춘 진도하가 고개를 돌려 보니 거실의 모든 사람이 웃고 있었다.

특히는 이민영의 어머니인 전미선이 제일 큰 소리로 웃었는데 웃다가 눈물까지 날 정도였다.

“네가 사라진 5년 동안 회사도 없어졌지. 네 부모는 아직도 병원에 있지. 너희 집도 절반이 날아갔지. 넌 이제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인데 너 같은 거지와 약혼을 깬다고 해서 우리 민영이가 후회라도 할 것 같아?”

전미선은 고고한 태도로 말을 마친 후 진도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쯧하고 혀를 찼다.

“20대가 되어서도 이렇게 거지처럼 입고 다니다니. 네가 몸에 걸친 옷을 다 합쳐도 내 신발도 못 살 거야. 네 그 꼴을 보니 5년 동안 돈을 벌지도 못 한 모양이지? 어쩐지 네 부모가 매일 우리 민영이한테 매달리더니. 네가 돌아와도 장가갈 돈이 없어서 그런 거겠지!”

말을 마친 전미선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거실의 모든 사람이 다 웃음을 터뜨렸다.

“눈이 멀지 않고서야 저 사람한테 장가를 가겠어? 하하하.”

“어쨌든 난 내 딸을 저런 쓰레기한테 시집보내지 않을 거야.”

거실에 있던 이씨 가문 사람들이 얘기했다.

진도하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들이 단지 외모만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그저 그가 낡은 옷을 입어서, 그의 가치를 부정하고 그를 거지라고 단정 짓다니.

그는 남진의 장군이고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이며 백만 군사들을 이끌고 전쟁을 이긴 사람인데 그가 돈이 없을 수가 없었다.

진도하는 돈이 너무 많아 얼마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그에게 어떤 회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저 그의 부하가 알려줬던 데에 의하면 해외에 은행이 몇 개 있고 해외 기업도 몇 개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산이 얼마인지는 그도 잘 몰랐다. 어쨌든 그는 이런 일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저 희미하게 기억나는 것은 진도하 자체가 돈이 된다는 것이다.

그가 사람을 깔보는 이씨 가문 사람들을 교육하려 할 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예쁘게 생긴 여인이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들어왔다.

“누가 이 사람한테 시집가고 싶지 않대요? 내가 시집갈 겁니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