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후 강유진은 옆의 직원에게 얘기했다.“스카이타운은 성남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아파트예요. 이 점을 봐서 저와 약혼자가 집을 사러 온 건데, 이렇게 아무 사람이나 이곳에 들인다면 전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남긴 채, 이민영이 방을 나갔다.직원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같이 뛰어나가며 소리쳤다.“아가씨, 화내지 마세요! 지금 바로 쫓아버리겠습니다!”그제야 이민영은 자리에 멈춰 섰다.이민영의 담담 직원은 진도하 앞으로 와 물었다.“선생님, 실례지만 혹시 오늘 집을 사러 오신 겁니까? 아니라면 먼저 떠나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스카이타운의 집은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영업부의 직원으로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한 그녀는 이민영과 장민준이 진짜 집을 보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허름하게 차려입은 이 남자는 손도 투박해서 딱 보면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하는 사람 같았다. 이런 사람은 스카이타운의 집을 전혀 살 수가 없다. 진도하는 계속 참으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생각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누가 내가 못 산대요?”당당한 기세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왔다.그는 전쟁터에서 오래 살며 산처럼 쌓인 시쳇더미 속에서 살아남으며 살기를 수련했다.그러자 직원은 갑자기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두려워 벌벌 떨며 입만 뻐끔거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직원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이민영이 코웃음 치고 차갑게 얘기했다.“네까짓 게 이곳의 집을 산다고? 허세 부리지 마! 창피한 줄도 몰라? 네가 여기 집을 사면 내가 당장 너한테 머리 박고 사과할게.”이 말을 내뱉는 이민영의 콧대는 이미 하늘을 찌를 만큼 자신 있었다.그녀는 진도하와 그의 부모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집을 살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녀에게 혼수비용으로 6천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서 5년 동안이나 모았지만 절반밖에 모으지 못한 그들이었다.진도하는 이민영을 깔보며
강유진을 맞이하러 나온 것은 영업부 부장 김기석이었다. 그는 어색하게 대답했다.“집을 사려는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그도 얼마 듣지 못했기에 자세한 일은 잘 알지 못했다.강유진은 이민영과 장민준을 가리키며 물었다.“저 두 사람은 뭐 하는 겁니까?”김 부장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얘기했다. “저 남자는 장민준이라고 합니다. 우리 해성그룹 산하 그룹의 지배인입니다. 오늘 와서 신혼집을 구하려는 것 같습니다.”강유진이 차갑게 얘기했다.“직원 혜택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취소해 버리세요.”김 부장은 강유진이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채고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강유진이 또 진도하를 가리키며 물었다.“이 사람 봤죠?”“네, 봤습니다, 강 사장님.”김 부장이 조심스레 대답했다.“저분은 우리 해성그룹의 귀빈입니다. 저분을 절 대하듯이 대하세요. 알겠습니까?”“알겠습니다, 강 사장님!”김 부장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얘기했다.강유진은 다시 차에 앉아 창문을 열고 얘기했다.“스카이타운에서 가장 좋은 별장은 아직 나가지 않았죠?”김 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직 있습니다.”강유진은 선글라스를 끼고 얘기했다.“열쇠를 넘기세요. 그리고 집문서도 줘요.”김 부장이 놀라서 물었다.“그냥 줘요?”강유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라는 대로 해요. 괜히 모든 일에 질문하지 말고.”그녀의 목소리는 유달리 차갑고 엄숙했다. 진도하의 앞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김 부장은 두려움에 몸을 살짝 떨었다. 사실 질문을 하자마자 후회가 되었다. 지금은 강 사장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고개를 숙이고 얘기했다.“강 사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제가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네. 그럼 가보세요.”말을 마친 강유진이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스카이타운 영업부를 떠났다.그녀는 어제 진도하의 집이 자기 회사 사람들이 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래서 와서
김 부장이 이 별장을 진도하에게 선물한다고?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김 부장은 이민영을 흘깃 보고는 얘기했다.“진도하 님은 우리 스카이타운의 귀빈입니다. 별장 하나뿐만이 아니라 스카이타운의 집들을 모두 이분께 드려도 됩니다.”이민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얘기했다.“설마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저 사람은 그냥 거지일 뿐이라고요!”장민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을 구기며 얘기했다.“내가 알기로는, 우리 해성 그룹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집을 선물해 준 선례가 없는데요?!”김 부장이 담담하게 얘기했다.“죄송하지만 지금부터 생겼습니다.”“...”장민준과 이민영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했고 김 부장은 그들을 차갑게 바라보며 얘기했다.“계속 집을 사실 건가요? 그렇지 않으면 이만 나가주세요.’아까 열쇠를 가져다줄 때에 김 부장은 대충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장민준과 이민영이 굳이 집을 사려고 온 귀빈에게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호감이 팍 사라졌다. 그가 스카이타운의 귀빈이라고 해도, 그가 그저 집을 보러 온 일반인이라고 해도 사람을 내쫓는 행위는 있으면 안 된다. 그게 가장 기본적인 직업 소질이다.이민영은 눈을 흘기며 얘기했다.“사요. 당연히 살 거예요.”김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옆의 직원에게 얘기했다.“가격을 계산 해줘요.”그리고 장민준이 옆에서 끼어들었다.“전 직원 혜택이 있어요. 그러니 마지막에 할인해 주는 것 잊지 말아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김 부장이 얘기했다.“정상 가격으로 계산하세요. 저 사람은 직원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장민준은 화를 내며 얘기했다. “나는 해성 그룹의 직원인데 왜 직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겁니까?”김 부장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 “지금은 해성 그룹 직원이지만 며칠 후에는 아닐 수도 있죠. 어차피, 당신은 직원 혜택을 누릴 권리를 영구적으로 잃었습니다. 집을 사려면 정상가격으로 사야 합니다. 안 살 거면 이만 나가주세요.”
지나가던 행인들도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민영이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진도하,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그러자 진도하가 담담히 받아쳤다."너무하다고? 사람도 아닌 짐승한테 이러는 게 뭐가 너무하다는 거지?"이민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진도하를 노려만 보다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비켜!"진도하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민영은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자 쪽팔림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진도하와 말싸움할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화를 꾹 참고는 진도하 옆을 지나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다.그 모습에 장민준도 얼른 도망가려는 찰나, 진도하가 손가락을 가볍게 한 번 튕기더니 이내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민준이 그대로 바닥에 절을 했다. 있는 힘껏 꿇은 탓에 이마가 다 까져 피도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큰소리로 웃으며 장민준을 비웃었다."하하하, 이거 자세 한번 정확하네.""그러게요. 하하하.""하하하, 너무 웃겨. 방금 들은 얘긴데 저 두 사람 사실은 집 살 돈도 없었대요."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민영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장민준은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고 있었다.두 사람이 허겁지겁 도망가고 난 자리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아까 일을 회상하며 껄껄 웃어댔다.이때, 김부장이 진도하 옆으로 다가오더니 예의를 갖춰 말을 건넸다."진도하 씨, 불쾌함과 불편함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합니다."김 부장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말을 이어갔다."해당 직원은 바로 해고 조치시켰습니다. 불쾌하게 해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혹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거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을 해주시면 됩니다."진도하는 김 부장의 태도를 보고는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 듯 아까 받았던 열쇠를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집, 진짜 저한테 주는 거 맞아요?""네, 맞습니
"이건 제가 군부대를 나왔을 때 받았던 퇴직금인데 두 분이 생활비로 쓰세요. 비밀번호는 엄마 생일이에요."유서화는 아들과 은행카드를 번갈아 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아들, 엄마가 그럼 우리 아들이 힘들게 번 돈 잘 맡아두고 있을게. 그러다 너 결혼 할 때 다시 돌려줄게."그 말에 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두 분 검소하게 사시는 건 저도 너무 존중해요. 하지만 엄마, 쪼들려 사는 거랑 검소하게 사는 건 다르잖아요. 정 그러시면 낭비만 하지 않으시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준 돈 너무 아끼려고 하지 마시고 사고 싶은 거 다 사세요. 엄마 아들은 이제부터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테니까.""걱정하지 마요. 한 달 후면 제가 이 성운시에서 제일 돈이 많은 사람이 되어 있을 테니까."유서화는 아들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그래그래, 알겠어."진도하는 당연하게 자신을 믿지 않는 엄마를 보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생각하고는 이내 이해를 했다.‘그래, 지금부터 증명해 보이면 되는 거야. 더는 걱정 안 해도 된다는 걸 두 분이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면, 그때는 진심으로 안심하시겠지.’이때, 서수진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말을 건넸다."아저씨, 이제 퇴원하셔도 돼요."진용진이 그녀의 말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드디어 퇴원할 수 있는 거야? 아이고, 그것참 잘됐네."그리고는 신발을 신더니 신이 나서 퇴원할 준비를 했다.진도하가 서수진 옆으로 다가가 물었다."우리 아빠 이제 진짜 괜찮아지신 거 맞죠?"서수진은 그런 진도하를 보며 갸우뚱했다."진도하 씨가 의사 시면서 아버지 상처는 안 봐 드렸어요?"그러자 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차마 제 눈으로는 못 보겠더라고요..."진도하는 진용진이 생명에 위협이 없다는 것만 확인하고는 모든 치료를 다 병원 의료진한테 맡겼다. 한창 전장에 있었을 때, 이것보다 더한 상처들도 많이 봐왔던 그였지만 다친 상대가 자신의 아버지가 되자 마음이 쓰
"새집이라고??"유서화와 진용진이 동시에 물었다."네."진도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무슨 말이니?""가 보면 알아요."말을 끝낸 진도하가 얼른 근처에 있는 택시를 잡았다. 그러자 유서화가 또다시 물었다."여기서 많이 멀어? 멀지 않은 거면 우리 걸어가도 되는데. 택시 탈필요 없어."진도하가 택시 뒷문을 열어젖히고는 두 사람을 꾸역꾸역 태웠다."멀어요. 도보로 1시간 정도 걸려요."그러자 유서화가 소스라치게 놀랐다."도보로 1시간이나 걸린다고?? 그러면 택시비만 얼마야!""..."진도하는 두 사람을 택시에 태운 후 아무런 대꾸도 없이 택시 앞좌석에 앉았다.그러자 유서화도 이내 생각을 바꾼 듯 말했다."그래, 네 아빠가 퇴원 한 날인데 이 정도 사치는 부리지 뭐."택시는 한참을 달려 스카이타운 앞에 멈춰 섰다. 택시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던 유서화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여기 너무 깔끔하고 화려하고 좋다."단지 내부에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이 가지런히 심겨 있었고 중심에는 강물도 흐르고 있었다. 또한, 어른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는 동시에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갖춰지어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여러 명의 보안요원이 깔끔한 복장을 한 채 흐트러짐 없는 모습으로 단지를 거닐며 순찰을 돌고 있었다.시골집에만 있었던 유서화도 일전 사람들을 통해 스카이타운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이곳이 상당히 비싼 데다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는 걸 아는 그녀는 불안한 목소리로 진도하를 향해 물었다."아들, 여기는 왜 온 거야?""좀 있으면 알게 돼요."진도하는 안내표시를 따라 부모님을 데리고 A구역 1호 별장으로 향했다. A구역은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별장 앞에는 햇빛을 가리는 고층 빌딩이 하나도 없었다. 진도하는 별장 문을 열쇠로 열고는 부모님을 향해 말했다."엄마, 아빠, 얼른 들어오세요."진용진과 유서화는 문 앞에 멈춰 서서 계속 주위만 둘러보며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아들, 네
사실 진도하도 오늘 집 내부를 처음 구경하게 됐는데 부모님의 말씀대로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좋았다.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고, 그 옆에는 가정부 방이 따로 있었다. 또 그 옆에는 아이들 방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이들이 가지고 놀 갖가지 장난감과 각종 아이 용품들로 가득했다.다음으로 보이는 건 넓은 거실이었는데, 남향이라 따스한 햇볕이 스며들었고, 소파와 텔레비전 그리고 에어컨까지 구비되어있어 몸만 들어오면 될 정도였다. 부부는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두 분 어떠세요? 마음에 들어요?""마음에 들다마다! 너무 좋아.""여기는 집 내부도 큰데 마당도 딸려 있고 저쪽 뒤에는 텃밭도 있더구나. 너희 엄마랑 거기서 채소를 심어도 되겠다."두 사람의 상당히 만족한 듯한 평에 진도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는 손뼉을 한번 치며 말했다."두 분 결정하신 거죠? 그럼 지금 당장 이사해요, 우리."그러자 유서화가 말했다."여기는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뭐가 너무 많아서 따로 가지고 올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집에 가서 이불 정도만 가지고 오고 나머지는 천천히 하자."진용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네 엄마 말이 맞다. 그리고 혹시 여기 있기 불편해지면 다시 시골로 내려갈 수도 있고."두 사람은 별장에서 휴식을 조금 취하고는 이불을 가지러 시골로 내려갔다. 진도하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유서화에 의해 거절당했다.부모님이 떠나는 걸 확인한 진도하는 강유진한테 전화를 걸었다. 강유진이 그한테 이 별장을 선물했다는 걸 진도하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신호가 얼마 안 가 강유진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고민은 좀 해보셨어요?"진도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별장, 당신이 준 거죠?"그러자 강유진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들어요?""마음에 들긴 하는데... 제가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여기에 사는 건 마음이 좀 불편하네요. 이렇게 하죠. 저한
진도하가 강유진한테 물었다."네? 뭐라고요? 쓰레기랑 겸상이 어쨌다고요?"마음이 복잡했던 진도하가 강유진이 낮은 목소리로 하는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는 되물었다. 그러자 강유진이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아니에요. 못 들은 거로 해요."진도하는 그녀의 말에 더 묻지는 않았고, 이번에는 강유진이 대화 주제를 돌렸다."진도하 씨, 수행비서 하기로 약속도 했으니, 이제 출근해야겠죠?""네? 저더러 지금 당장 출근하러 오라는 거예요?"진도하는 그녀의 말에 당황한 듯했다.‘이 여자는 뭐가 항상 이렇게 급해? 그리고 내가 언제 하겠다고 했어!’강유진이 당연한 걸 뭘 묻냐는 태도로 말했다."당연한 거 아니에요? 나는 독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의학 쪽도 모르는데, 진도하 씨가 내 옆으로 와서 누가 독을 탔는지, 어떤 방법으로 독을 탔는지 당연히 봐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강유진의 말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진도하가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기 너머로 강유진의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나 지금 배가 너무 아파요. 독이 몸속에 퍼져서 이런 거 아니에요? 아이고... 아파.""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에요?!"강유진이 오바하는 소리를 들은 진도하는 못 말리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주소 보내줘요. 지금 갈 테니까."강유진은 그제야 마음에 들었는지 앓는 소리도 안 내고 말했다."네~ 금방 보낼게요."진도하는 전화를 끊기 전 한 마디 덧붙였다."참, 모르는 것 같아서 얘기해 주는 건데, 독 때문에 배가 아픈 경우는 없어요. 이럴 때는 차라리... 화장실 한번 가보지 그래요?"그러자 강유진이 얼굴을 붉히며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시끄러워요!!"진도하는 한 방 먹은 강유진의 얼굴을 상상하며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띠링’하는 소리와 함께 강유진의 집 주소가 도착했다. 진도하는 주소지를 훑어보고는 부모님께 외출한다는 메모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한편.장민준은 음모 가득한 얼굴을 하고는 해성 그룹 산하의 철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