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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지나가던 행인들도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이민영이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진도하,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러자 진도하가 담담히 받아쳤다.

"너무하다고? 사람도 아닌 짐승한테 이러는 게 뭐가 너무하다는 거지?"

이민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진도하를 노려만 보다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비켜!"

진도하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민영은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자 쪽팔림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진도하와 말싸움할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화를 꾹 참고는 진도하 옆을 지나 빠른 걸음으로 달아났다.

그 모습에 장민준도 얼른 도망가려는 찰나, 진도하가 손가락을 가볍게 한 번 튕기더니 이내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장민준이 그대로 바닥에 절을 했다. 있는 힘껏 꿇은 탓에 이마가 다 까져 피도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큰소리로 웃으며 장민준을 비웃었다.

"하하하, 이거 자세 한번 정확하네."

"그러게요. 하하하."

"하하하, 너무 웃겨. 방금 들은 얘긴데 저 두 사람 사실은 집 살 돈도 없었대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이민영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고, 장민준은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진도하를 노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허겁지겁 도망가고 난 자리에서 사람들은 아직도 아까 일을 회상하며 껄껄 웃어댔다.

이때, 김부장이 진도하 옆으로 다가오더니 예의를 갖춰 말을 건넸다.

"진도하 씨, 불쾌함과 불편함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김 부장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말을 이어갔다.

"해당 직원은 바로 해고 조치시켰습니다. 불쾌하게 해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혹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거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저한테 말씀을 해주시면 됩니다."

진도하는 김 부장의 태도를 보고는 어느 정도 기분이 풀린 듯 아까 받았던 열쇠를 흔들어 보이며 물었다.

"이 집, 진짜 저한테 주는 거 맞아요?"

"네, 맞습니다. 지금 안내해 드릴까요?"

김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아니요."

진도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부모님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도하가 병실에 도착해서 보니 마침 부모님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진도하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먹고 있던 음식들을 황급히 치웠다. 그 모습에 진도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드세요. 왜 안 드세요?"

진도하 어머니인 유서화가 티슈로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우리 다 먹었어. 너는 뭐 좀 먹었니?"

진도하는 그녀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직이요."

"그래? 그럼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엄마가 집에 가서 맛있는 밥 차려줄게."

"저 지금 배 안 고파요."

진도하는 대답을 하며 침대 옆으로 가서 앉고는 그들이 황급히 치운 도시락 덮개를 슬쩍 건드렸다.

"그런데 뭐 드셨어요? 어디 봐요."

"얘, 보지 마!"

유서화가 빨리 그를 제지했지만 때는 늦었고 진도하는 이미 도시락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진용진과 유서화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고, 도시락을 본 진도하는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도시락 안에는 그 흔한 밥도 없이 아주 적은 양의 김치와 곰팡이가 핀 듯한 빵 쪼가리만 담겨 있었다.

진도하는 자신이 곁에 없는 세월 동안 이런 것만 먹고 살았을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리고 속상한 마음에 괜히 큰소리로 화도 냈다.

"이거 드시고 배가 부르세요? 왜 이딴 걸 먹어요! 이게 무슨 영양가나 있다고... 이딴 걸...!"

진도하는 울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입원했어도 이런 것만 드시는데 평소에는 더 형편없는 식사만 하셨을 것이 분명했다. 진도하는 그들의 초라한 생활을 상상하면 할수록 마음이 쓰렸고, 미안한 마음이 커져만 갔다. 그 모습에 유서화와 진용진이 눈을 마주치더니 이내 별일 아니라는 듯 얘기했다.

"빵이 왜 영양가가 없어. 너희 아빠 빵 되게 좋아해. 오늘도 벌써 2개나 드셨는걸."

진용진도 옆에서 얼른 거들었다.

"그래. 그냥 집에 좀 오래 뒀더니 곰팡이가 살짝 핀 것뿐이야. 겉에 부분만 덜어내면 아무런 문제도 없어."

그들의 애써 괜찮은 척 내뱉는 말에 진도하는 또다시 가슴이 아팠다. 이 지경까지 이른 게 모두 자기 때문인 것만 같았다.

한참을 도시락만 바라보다가 겨우 감정을 추스른 진도하가 주머니에서 은행카드 한 장을 꺼내 들더니 이내 그들에게 건넸다.

"엄마, 아빠, 나 이제 돌아왔고 취직도 했으니까, 더는 이런 생활 안 하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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