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진이 옆에서 궁금한 듯 물었다."왜요? 무슨 일 있어요?""아니요. 엄마가 사촌 누나랑 오늘 식사 같이하자고 해서요."강유진은 고개를 한 번 끄덕하더니 독에 대해 다시 물었다."그래서 내가 어떻게 독에 중독됐는지는 알겠어요? 아빠도 지금 조사 중이긴 한데 아직 그 어떤 실마리도 못 찾았어요."진도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가 강유진 씨 곁에 쭉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당연히 어떠한 경로로 독에 중독됐는지는 모르죠."그러고 진도하는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하지만 체내에 축적된 독소의 양으로 봤을 때, 아마 장기간 복용했거나 장기간 접촉했을 거예요. 수사는 이렇게 두 방면으로 해보세요."강유진은 살짝 실망한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눈이 초롱초롱해져서는 물었다."그럼 진도하 씨가 알아봐 주면 되겠네요.""저 범인 잡기 전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잘 것 같은데..."강유진이 불안에 떠는 모습에 진도하는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냉큼 수락했다."알겠어요. 제가 알아볼게요."진도하의 긍정적인 대답에 강유진은 신이 났는지 덥석 그를 껴안아 버렸다. 이상한 건 진도하 정도의 감지 능력이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안겨버렸다. 아마 못 피한 것이 아니라 안 피한 것일 수도 있겠다.강유진한테 안겨버린 진도하는 머리가 아찔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티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달려든 탓에 진도하는 그녀의 체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까지 생생히 들렸다.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진도하가 강유진을 얼른 밀쳤다. 그러자 그녀가 살짝 부루퉁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성운시 최고 미녀가 이렇게 먼저 안기는데 감히 날 떼어내요? 남자 맞아요?""이런 미인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 태연자약한 얼굴을 할 수 있냐고요!"강유진은 자기가 말하고도 깜짝 놀랐다.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사람들이 아는 강유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현재 난리가 났다.‘어머, 얼음 마녀라고 불리는
유서화는 진서희의 말에 민망해하면서 울컥했다. 진서희가 이렇게나 매정하게 선을 그을 줄은 몰랐다.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진용진이 얼른 일어나서는 진서희 편을 들어줬다."당신 그쯤 해. 애가 먹고 싶다는데 알아서 주문하게 놔둬."그러고는 유서화한테 눈치를 줬다. 유서화도 그제야 자신이 부탁할 입장이라는 걸 상기했는지 얼른 그녀의 비위를 맞춰줬다."서희야, 숙모가 미안해. 자, 얼른 다시 너 먹고 싶은 거 주문하도록 해.""아이고, 나는 항상 이 입이 문제야."유서화는 자신보다 한참 나이도 어린 조카 앞에서 최대한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서희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냉정하게 말했다."됐어요. 식사할 기분 아니에요."그때 옆에서 듣고만 있던 진도하가 더는 못 봐주겠던지 얼굴을 굳히며 진서희를 질타했다."누나는 그 나이 먹도록 어른 공경 같은 건 할 줄 몰라? 어디서 어른들 눈치 보게 만들어!""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한테는 삼촌이랑 숙모잖아!"그러자 진서희가 냉소적인 얼굴을 하며 비아냥거렸다."야, 기분 나쁘니까 자꾸 엮지 말아 줄래? 너희 부모님 나한텐 삼촌과 숙모가 아니라 그냥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일개 친척일 뿐이거든?"진서희의 매정한 말에 진용진과 유서화 부부는 기분이 많이 상한 듯 서로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서희 너는 형님 딸이라는 애가 어쩜 그렇게 매정한 말만 하는 거냐."진서희는 눈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제가 틀린 말 했어요? 그렇잖아요. 돈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주제에, 스스로 뻔뻔하다고는 생각을 안 하세요?""제가 돈과 능력이 없었으면 저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구셨을까요? 저한테 이런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자고 하셨겠느냐고요?"진서희는 그 말을 끝으로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앞으로는 이런 쓸데없는 일로 저희 부모님께 연락하지 마세요. 오늘 엄마 아빠 아니었으면 저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어요.""그리고 아까 저한테 부탁했던 일 말
진서희는 단번에 이 카드가 무슨 카드인지 알아봤다. 진도하가 꺼내든 카드는 일명 ‘블랙카드’로 한도가 없고 전 세계적으로 10장밖에 발급되지 않은 카드이다. 또한, 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다 각 나라의 최상위 재벌들이었다. 진서희도 이 블랙카드를 사진으로밖에 접해 보지 못했다.‘왜 이게 진도하 손에...?’진도하는 진서희의 놀란 얼굴을 보지 못한 채 태연하게 카드를 웨이터에게 넘겨줬다. 일행은 함께 룸에서 나와 카운터로 향했고, 마침 웨이터도 계산을 끝낸 듯 진도하에게 도로 카드를 넘겨주었다. 진도하가 막 카드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으려고 하자 진서희가 그의 행동을 제지하며 약간 흥분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그거 블랙카드 아니야?"진도하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왜?"그러자 진서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나 그 카드 한 번 봐도 돼?"진도하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곧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카드를 넘겨줬다. 진서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카드를 건네받고는 이내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검색하더니 실물과 대비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그녀의 눈이 점차 커지더니 자신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이거 진짜로 그 블랙카드 맞는 것 같은데?’‘하지만 이 별 볼 일 없는 놈이 어떻게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거지?’"네가 어떻게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거야?"그리고는 몰상식한 한 마디를 덧붙였다."너 혹시 훔쳤니???"그녀는 도저히 훔친 게 아니고서는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속해 있는 해성 그룹의 사장조차도 이 카드를 소유하지 못했으니까. 기가 막힌 얼굴을 한 진도하가 막 대답을 하려고 입을 벌렸을 때였다.‘우당탕탕!’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해운 호텔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 손에는 야구 방망이와 쇠 파이프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심에는 얼굴에 살이 가득한 대머리가 서 있었는데, 바로 조해만이었다.조해만은 오늘 장민준이 송금한 금액을 확인하고는 바로 진도하의
"그냥 여기 있어. 저것들도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는 함부로 손대지 못할 테니까!"유서화는 말로 그치지 않고 얼른 아들 앞을 막고 서서는 진도하를 감쌌다. 가녀린 몸으로 자신보다 덩치도 큰, 아들 하나 지키려고 필사적인 엄마를 보며 진도하는 순간 울컥하며 코끝이 시려왔다.유서화는 덜덜 떨리는 몸을 하고서도 행여나 깡패들이 자기 아들을 강제로 끌고 갈까 봐 진도하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엄마로서의 본능이자 사랑이었다. 진도하는 그녀가 자신을 지키려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진용진도 얼른 아들 곁으로 다가가 깡패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내 아들 건드릴 생각하지 마!!"조해만은 유서화의 말대로 지금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여기는 해운 호텔이었고 일개 깡패가 설칠 만할 곳이 아니었다. 해운 호텔 사장한테 찍혔다가는 성운시에서 더 이상 발을 붙이고 다닐 수 없을 테니까.조해만이 진도하를 어떻게 밖으로 끌고 갈지 한참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진도하가 맞잡은 유서화의 손을 조심스레 풀고는 자신 앞을 막아선 부모님들을 피해 조해만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나가자."부부가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번 제지하려고 하자, 진도하가 몸을 틀어 낮은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속삭였다."엄마, 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 5년 동안 군부에만 있었어요. 이 정도는 껌이니까 안심하세요."진도하는 두 사람을 안심시키고는 호텔 출입구 쪽으로 발을 옮겼다. 그에 조해만도 부하들한테 눈짓을 한 번 하고는 호텔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조해만은 출입구 쪽에서 잔뜩 긴장한 듯 떨고 있는 진서희를 발견했다. 그리고 진서희를 정확히 가리키며 말했다."어이, 너! 너도 따라 나와! 일 끝나면 우리랑 좀 놀아줘야겠어."진서희는 몸을 덜덜 떨며 뒤로 슬금슬금 도망치기 시작했다.그러자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조해만이 진서희의 머리채를 한 움큼 잡더니 그대로 호텔 밖으로 강제로 끌고 나왔다. 그러고 호텔 밖에 나와서야 잡고 있던 머리채를 풀어줬고 진서희는 넋이 나간 사
강유진은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조해만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이내 ‘짝!’하는 소리와 함께 조해만의 뺨을 때렸다."죽고 싶어? 내가 누군지 몰라?"강유진이 당당한 말투와 몸짓으로 그를 찍어 눌렀다. 태생적으로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람들 위에 군림한 군주처럼 말이다.진도하도 상당히 놀란 듯했다. 그저 가녀리고 가끔은 철없는 부잣집 아가씨인 줄로만 알았던 강유진이 왕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쯤에서 진도하의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었으니.‘그런데 왜 내 앞에서는 한 번도 이런 모습을 보여 준 적 없는 것 같지?’진도하는 강유진을 보며 계속 의문을 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해만이 반격할 것을 염두에 두며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자신을 위해 나서준 강유진을 털끝조차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구석에서 쭈그려 앉아 벌벌 떨기만 했던 진서희도 깜짝 놀랐다. 그 ‘얼음 마녀’가 갑자기 이곳에 나타났으니까. 동시에 안심도 됐다. 그녀가 왔으니 모든 것이 빠르게 정리가 될 것이라고. 조해만도 해성 그룹을 상대로 애먼 짓은 못할 테니까.강유진한테 한 대 얻어맞은 조해만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갚아줘야겠다거나 분노가 아닌 의문이었다."네가 누군데요?"조해만의 목소리가 살짝 떨려있었는데,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화를 억지로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조해만도 멍청이는 아니어서 건드려도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 정도는 감으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그것이 조해만이 여태까지 성운시에서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을 힘차게 때린 이 여자는 누가 봐도 후자였다. 그래서 그도 억지로 화를 눌러가며 그녀의 신분을 먼저 확인하려고 하고 있다. 강유진은 손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어이가 없어 하며 물었다."내가 누구냐고? 내가 누군지를 몰라?""그럼, 백 선생은 알려나?"조해만은 그녀의 말에 눈이 삽시에 커져서는 말까지 더듬었다."백... 백 선생을 그쪽이 어떻게 알지?"조해만은 백 선
조해만은 이내 백 선생 쪽을 쳐다보고는 또다시 빌었다."어르신,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 이제부터 어르신이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할게요! 제발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백 선생은 차가운 눈빛을 하고 조해만의 곁으로 다가가서는 한 손으로 그의 머리통을 잡아 올리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를 건드린 놈은 살아있을 자격이 없어."백 선생은 한 마디 내뱉고는 이내 조해만의 머리통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때, 강유진이 백 선생을 향해 외쳤다."아저씨, 됐어요. 살려는 주세요.""네, 아가씨."백 선생은 강유진의 한마디에 바로 손에 들어간 힘을 풀더니 조해만을 향해 나지막이 경고했다."오늘은 양팔을 없애는 거로 넘어가 줄 테니까, 다시는 아가씨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백 선생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조해만의 두 팔을 불구로 만들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대체 백 선생이 무슨 짓을 어떻게 했는지조차 몰랐다.조해만은 극강의 고통에 땅에서 떼굴떼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그 장면을 본 백 선생은 벌레라도 본 듯한 눈빛을 하고는 조해만의 부하한테 소리쳤다."너희 형님 당장 끌고 사라져!"그 말에 부하들이 몇 명 다가오더니 빠르게 조해만을 업고 자리를 떴다.그들이 모두 사라진 후 강유진은 빠른 걸음으로 진도하 옆에 다가서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괜찮은 거죠? 어디 다친 건 아니죠?"강유진의 걱정스러운 눈빛과 말투에 진도하는 마음이 풀어져서는 약간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네, 전 아무 일도 없습니다."강유진은 그의 말을 듣고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다행이에요, 별일 없어서."이 광경을 목격하고 깜짝 놀란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백 선생과 진서희였다. 백 선생은 강유진이 친구라고 칭한 사람이 남자일 줄은 몰랐고, 두 사람이 이렇게나 가까운 사이인 것도 몰랐다. 백 선생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위아래로 진도하를 훑었다.한편 진서희는 자
강유진은 백 선생의 말에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아저씨, 저 남자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 함부로 얘기하지 마세요.""그리고 저 사람 엄청 괜찮은 사람이에요. 의학 쪽으로도 해박하고요. 그리고 저는 이미 진도하 씨가 한 달 이내로 이름을 날리고 출세시켜 주겠다고 약속도 했고요."백 선생은 침묵했다.‘한 달 이내로 이름을 날리고 출세시켜 주겠다니, 설마 아가씨께서 그 추천권을 쓰시겠다는 건가?’며칠 후면 남진의 왕은 ‘천하제일 영웅 훈장’을 받고 성운시로 돌아오게 된다. 성운시는 그런 왕을 환영하는 의미로 신성 장군대회를 개최하게 된다.강씨 집안은 성운시의 오랜 로열패밀리로서 이번 신성 장군대회를 주최할 기회를 얻었고, 그와 동시에 신성 장군한테 직접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추천권을 확보하게 되었다."혹시 아가씨께서는 그 남성분한테 추천권을 쓰실 계획인가요?"백 선생은 설마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강유진이 진도하에게 이토록 큰 기대를 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강유진은 그런 백 선생의 물음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맞아, 아저씨! 진도하 씨 정도의 능력이면 충분히 자격이 있어.""이거 참... 아가씨 아버님께서 과연 허락해 주실까요?"백 선생이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러자 강유진이 잠깐 고민하는 것 같더니 이내 웃어 보였다."어차피 누굴 추천할지는 내 마음이에요. 결정권은 결국 나한테 있을 테니까."그 말을 끝으로 차 안은 조용해졌다. 백 선생한테 자신 있게 말을 내뱉은 강유진이었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설득하지 않고는 절대로 추천권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다음날, 새벽 4시.성운시 계룡산 정상.진도하는 맑은 공기를 한번 깊게 들이쉬고는 오늘의 명상을 마쳤다."역시 이 계룡산은 기운이 좋아!"밤새 수련한 진도하는 피곤한 기색 없이 오히려 기운이 넘쳐 보였다. 몸속에 있는 에너지를 가볍게 활성화한 그는 몇 분도 안 돼서 몸 전체가 금방 최상의 상태에
두 사람은 동시에 전투력을 끌어올렸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백 선생이 천천히 두 팔을 들어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치는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언제든지 덤비세요."백 선생은 준비가 됐다는 듯 진도하한테 선공을 양보했다. 연장자로서 초장부터 후배의 기를 꺾어버리는 파렴치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짓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이기도 했으니까. 또한, 자신이 먼저 공격을 했다가는 진도하가 한차례의 공격도 못 하고 쓰러질 수 있었기에.한편 진도하는 백 선생을 앞에 두고 아무런 자세도 취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여유롭게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그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어르신께서 선공하시죠. 이러다 공격 한 번을 못 하실까 걱정됩니다."진도하는 담담하게 사실을 늘어놨지만 백 선생의 귀에는 그 말이 상당히 건방지게 들렸다."건방지군요!"진도하는 변명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어르신, 어서요."백 선생은 눈앞 젊은이의 태도에 화가 단단히 난 듯하다."그렇게 원하신다면 소원대로 해드리죠."그 말을 끝으로 백 선생은 발로 땅을 한번 힘껏 밀어내더니 빠른 속도로 다가와 손바닥을 날렸다. 하지만 진도하의 눈에는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백 선생의 움직임이 10배는 느리게 보였고, 백 선생의 손이 진도하의 몸에 닿을 때쯤 몸만 살짝 틀어 여유롭게 공격을 피했다.첫 공격이 먹혀들지 않았다. 백 선생이 전력을 다 쏟아붓지 않았다고는 하나 진도하같이 아직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여유롭게 막을 정도의 공격은 아니었다.하지만 백 선생은 이내 동물의 발톱을 연상케 하듯 손마디를 구부리고는 진도하의 어깨를 잡으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진도하의 예상안이었고, 또다시 몸을 살짝 비틀어 백 선생의 두 번째 공격을 무력화시켰다.두 번째 공격도 먹혀들지 않았다. 백 선생도 진도하가 절대 자신보다 한 수 아래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마저 진도하는 여유롭게 피할 뿐이었다. 이에 자신을 갖고 논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