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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유서화는 진서희의 말에 민망해하면서 울컥했다. 진서희가 이렇게나 매정하게 선을 그을 줄은 몰랐다.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진용진이 얼른 일어나서는 진서희 편을 들어줬다.

"당신 그쯤 해. 애가 먹고 싶다는데 알아서 주문하게 놔둬."

그러고는 유서화한테 눈치를 줬다. 유서화도 그제야 자신이 부탁할 입장이라는 걸 상기했는지 얼른 그녀의 비위를 맞춰줬다.

"서희야, 숙모가 미안해. 자, 얼른 다시 너 먹고 싶은 거 주문하도록 해."

"아이고, 나는 항상 이 입이 문제야."

유서화는 자신보다 한참 나이도 어린 조카 앞에서 최대한 자신을 낮췄다. 하지만 그럼에도 진서희는 기분이 풀리지 않은 듯 냉정하게 말했다.

"됐어요. 식사할 기분 아니에요."

그때 옆에서 듣고만 있던 진도하가 더는 못 봐주겠던지 얼굴을 굳히며 진서희를 질타했다.

"누나는 그 나이 먹도록 어른 공경 같은 건 할 줄 몰라? 어디서 어른들 눈치 보게 만들어!"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누나한테는 삼촌이랑 숙모잖아!"

그러자 진서희가 냉소적인 얼굴을 하며 비아냥거렸다.

"야, 기분 나쁘니까 자꾸 엮지 말아 줄래? 너희 부모님 나한텐 삼촌과 숙모가 아니라 그냥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일개 친척일 뿐이거든?"

진서희의 매정한 말에 진용진과 유서화 부부는 기분이 많이 상한 듯 서로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서희 너는 형님 딸이라는 애가 어쩜 그렇게 매정한 말만 하는 거냐."

진서희는 눈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제가 틀린 말 했어요? 그렇잖아요. 돈 필요할 때만 찾아오는 주제에, 스스로 뻔뻔하다고는 생각을 안 하세요?"

"제가 돈과 능력이 없었으면 저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구셨을까요? 저한테 이런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자고 하셨겠느냐고요?"

진서희는 그 말을 끝으로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는 이런 쓸데없는 일로 저희 부모님께 연락하지 마세요. 오늘 엄마 아빠 아니었으면 저 이 자리에 나오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아까 저한테 부탁했던 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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