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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피가 삭 식는 기분이었다. 몸에서는 살기가 새어나갔고 말투마저 스산해졌다.

그의 주변 온도가 갑자기 내려갔다.

서수진은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복도가 으스스하다고 느끼며 작게 몸을 떨며 얘기했다.

“네. 그리고 우리 병원의 사람들은 거의 다 이 일을 알아요.”

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민영이 이토록 잔인할 줄은 몰랐다.

그 당시 그는 성운시에서 잘나가는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구애를 거절하고 이민영을 선택해 그녀와 약혼했다.

하지만 그가 사라진 5년의 시간동안 이민영이 이렇게 자기의 부모님을 대할 줄이야!

“왜 사람을 시켜 우리 아버지를 팬 겁니까? 단순히 돈 때문에?”

진도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남겨준 돈이 모자랐나요?”

서수진은 슬픔에 잠긴 진도하를 보며 자기가 그를 오해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는 정말로 몰랐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녀는 또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당신 부모님 집이 재개발될 건가 봐요. 이민영 씨가 부모님을 협박해서 재개발되면 그 돈을 다 자기한테 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부모님께서 싫다고 하셨고 이민영 씨는 또 길거리 양아치들을 데리고 아버님을 폭행했죠.”

멈칫한 서수진이 계속해서 얘기했다.

“맞다, 어제 이민영 씨가 또 사람들을 데리고 병실에 와서 사고를 쳤어요. 그리고 아버님을 협박하면서 재개발의 돈을 주지 않으면 죽는 것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진도하는 겨우 화를 억누르며 서수진에게 얘기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그는 바로 떠났다.

서수진이 뒤에서 소리치며 그를 잡았다.

“잠시만요.”

진도하는 멈춰서서 의문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려 서수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서수진이 어색하게 웃고 걱정스럽다는 듯 얘기했다.

“흥분하지 말아요. 그 사람들 못 이길 테니까.”

진도하는 마음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서수진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안 그는 같이 웃어주며 손을 흔들고 떠나버렸다.

그는 바로 이민영을 찾아갈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건강이었다. 복도에서 진도하의 뒷모습을 보던 서수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진유진의 아들은 며느리 이민영 같은 사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모든 게 다 오해였다.

...

병실로 돌아와 보니 진유진은 이미 밥을 먹고 잠에 들었고 유서화는 옆에서 그릇과 수저를 정리해 씻으러 가고 있었다.

이때 진도하는 몰래 진유진의 몸 상태를 체크해 보았다.

검사해 볼수록 그는 더욱 놀랐다.

진유진이 도대체 5년 동안 무슨 일을 당한 건가!

몸에는 열여섯 개가 넘는 흉터가 있었고 골절도 다섯 번 이상은 있었다.

가장 화가 나는 것은, 그의 아버지의 몸에 신장이 하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진도하는 영문을 알고 싶었지만 피곤한 표정으로 병실에 돌아온 유서화를 보며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그가 물어본다고 해도 유서화는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진유진 또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그는 이 모든 게 이민영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속의 불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이민영, 시체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주지. 나, 진도하는 갚을 건 꼭 갚는 성격이라!”

주먹을 꽉 쥔 진도하의 손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는 이민영이 싫었고 자기 자신도 싫었다. 그리고 5년 전 그를 해친 사람이 제일 싫었다.

누군가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았다면 5년이나 이곳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부모님을 지켜줄 수 있었을 텐데!

유서화는 이상함을 눈치채고 걱정스럽게 진도하를 보며 물었다.

“도하야, 왜 그래? 힘들어? 아니면 먼저 집에 가서 쉬어. 나 혼자 네 아빠 곁을 지키면 돼.’

진도하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고 웃으며 얘기했다.

“엄마, 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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