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7화

심유진은 조건웅의 어머니 손에 든 수십 장의 종이를 보았다.

맨위에 적힌 금액만 200만원이 넘었다.

‘저 수많은 종이를 다 합치면……’

심유진의 굳은 표정을 본 그의 어머니는 큰 소리로 또 울부짖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하는 말이 이 돈을 안 내면 퇴원해야 한다고 하더라, 아픈 사람을 어떻게 그냥 집으로 데려가…… 옛정이 있기도 하고 너희는 부부였잖아. 남편이 죽는 것을 그냥 지켜만 볼 거야?”

그의 어머니가 울며불며 심유진에게 매달리자 수납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심유진에게 꽂혔다.

심유진은 민망함과 불쾌함에 고개를 숙이며 어쩔 줄 몰랐다.

‘이 집안 사람들하고 얽히는 게 아니었어. 어쩜 이렇게 뻔뻔하지?’

그녀는 그의 어머니 손에 쥐어진 종이를 낚아채 총 금액을 확인했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700만원 정도였다.

심유진에게 700만원은 그렇게 큰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건웅에게 쓰이는 돈이라고 생각하니 아까워서 미칠 것 같았다.

‘차라리 불우한 곳에 기부를 하고 말지 조건웅에게 700만원을 쓰다니.’

그녀는 이 돈을 꼭 돌려받아야만 했다.

“700만원 빌려드릴게요. 대신에 차용증을 하나 쓰죠.”

그의 어머니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나보고 차용증을 쓰라고?”

심유진은 어리둥절해 하는 눈빛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건데 당연히 차용증을 써야죠.”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누가 떼먹는다고 해?”

“싫으세요? 그럼 어쩔 수 없죠. 전에 조건웅이 저한테 사기쳐서 집 가져간 것도 모르세요? 아 잘 됐네. 그 집 팔아서 갚으면 되겠네요.”

그녀는 남일에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다 들리게 일부러 성량을 높였다.

“네가 감히……”

“그럼 제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네요. 가볼게요.”

심유진이 휙 몸을 돌리자 그의 어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의 코트 가락을 잡았다.

“기다려! 그래 써줄게 차용증 써준다고!”

**

심유진은 항상 가방에 메모지와 펜을 지니고 다녔다.

그의 어머니가 차용증을 쓰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