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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죄송해요, 심유진 씨.”

상대방은 비록 사과했지만 말투에서는 짙은 오기가 느껴졌다.

“심유진 씨 시부모님께서 참여하셨던 프로그램이 핫해지면서 저희 제작팀에게 오는 연락이 하루에 수십 개는 넘어요. 현재 우리 프로그램 녹화 일정은 이미 연말까지 잡힌 상태에요. 방송 시간이 늦어도 괜찮다면 먼저 등기할 수는 있어요. 때가 되면 제작진이 심유진 씨에게 구체적인 녹화 시간을 알려드릴 거예요.”

심유진은 저번에 자신의 언행이 제작팀 모두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상대방이 일부러 그녀의 트집을 잡는 것도 예상 그대로였다.

“괜찮아요.”

그녀가 말했다.

편집자에게 연락한 것도 시도해 보려는 마음이었다. 성사되면 좋긴 하겠지만 성사되지 못한다고 해도 괜찮았다. 그녀에겐 또 다른 대책도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업에 종사하면 무척 힘든 것도 사실이었지만 가장 좋은 점은 인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로열 호텔 손님은 대부분 7급 재벌들이었다.

심유진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내일 혹시 라이브 방송해? 방송 끝나고 한 시간 정도 시간 빌릴 수 있을까?”

**

제로는 한때 국내 유명한 e스포츠팀 쿠아즈의 멤버 중 한 명이자 e스포츠 업계에 가장 빨리 입문한 여 프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전성기 시절 쿠아즈를 이끌고 많은 국제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게 되면서 많은 현역 선수들의 롤모델로 등극하였다.

1년 전 e스포츠 업계에서 퇴역한 뒤 아리 라이브와 계약을 체결하여 현재 BJ로 활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뛰어난 토크 능력과 유머러스한 스타일로 많은 팬들을 얻어 현재 모든 랭킹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녀는 BJ 플랫폼의 맏언니로 자리매김했다.

심유진과 제로가 처음 만나게 된 건 3년 전이었다. 쿠아즈가 대구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주최 측에서 안배한 호텔이 바로 로열 호텔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친해지게 된 건 뜻밖의 상황 때문이었다.

제로가 호신용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던 행운의 귀걸이를 방에서 잃어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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