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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마리아는 힐끗 보고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풀었다.

심유진은 재빨리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저장했다.

핸드폰을 다시 마리아에게 건네줄 때 눈에 띠는 메세지가 들어왔다.

[나를 도와주지 않으면 네가 했던 일 다 폭로할 거야.]

심유진은 그 메세지를 보고 얼어버렸다.

그 찰나, 마리아는 순식간에 핸드폰을 가져가 책상 위에 엎어 놓았다.

마리아의 안색은 매우 어두워졌고 그녀는 힘겹게 괜찮은 척하려 했다.

심유진은 남의 프라이버시를 엿들을 생각이 없었기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다른 말을 건넸다.

“김욱 씨랑 같이 프랑스 출장을 간 사람은 누구예요?”

“루씨요.”

마리아는 답했다.

부서 내의 모든 동료의 이름을 아는 심유진이었지만 이건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이마저도 오래 대화를 하지는 못했다.

“그렇구나.”

심유진은 머리를 끄덕이며 한참을 침묵했다.

“참 아쉽겠네요.”

마리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심유진은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네?”

심유진은 마리아의 눈빛에 당혹스러움을 보였다.

“유진 씨가 원래 프랑스로 출장 가기로 한 거잖아요!”

마리아는 한숨을 쉬었다.

“나도 원래 유진 씨한테 부탁해서 대리 구매할 리스트를 정리해 두었는데... 면세점이 많이 싸잖아요!”

심유진은 움찔했다.

“아직 기회가 있는걸요.”

심유진은 마리아를 위로했다.

“앞으로 자주 출장 가게 될 텐데 그때 부탁하면 되잖아요.”

“자주요?”

마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되물었다.

“김욱 씨랑요?”

“네.”

심유진은 앞으로 자신이 겪게 될 어려움에 기분 또한 가라앉았다.

“너무 부럽네요!”

마리아는 웃으며 말했지만 입가는 경직되었다.

“회사 경비로 여행도 하고 멋진 김욱 씨랑 같이 있고~”

“마리아 씨에게 양보할까요?”

심유진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마리아는 손사래를 쳤다.

“김욱 씨는 저를 거들떠보지도 않을걸요.”

“누가 그래요?”

심유진은 반박했다.

“어리고 예쁜 데다 능력도 있고, 누가 감히 그래요?”

마리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됐어요, 이 얘기는 그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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