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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1화

이로써 그 말이 증명된 듯싶다. 자식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부모님이라는 것.

심유진은 형체마저 제대로 알아낼 수 없는 ‘글자’를 물끄러미 보더니 육윤엽에게 물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요? 난 아무리 봐도 모르겠는데.”

그녀의 질의에도 육윤엽은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디테일하게 하나씩 짚어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 좀 보시고 다시 평가하시죠. 얼마나 매끄럽고 날카롭습니까.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런 느낌이 동시에 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힘의 강약까지 고스란히 느껴지지 않습니까? 여기 이 부분 또한 대단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래요?”

심유진은 무심한 듯 두 팔을 감싸안은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럼, 여기에 뭐가 적혀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까?”

순간 육윤엽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렸다.

고개까지 갸웃거리며 이리저리 한참을 보았으나 도통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옆에서 답을 기다리고 있을 심유진이 신경 쓰여 그는 찍을 수밖에 없었다.

“하... 티... 주...”

“아니에요! 완전 틀렸어요.”

한 글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자 별이는 불끈 화를 내며 정성껏 만든 자기 ‘작품’을 도로 앗아왔다.

그러고는 한 글자씩 짚어가며 정답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허... 태... 준, 우리 아빠 이름이란 말이에요.”

별이의 말에 그는 순간 땅속으로 꺼져 들어가고 싶었다. 당황하고 뻘쭘한 마음에 한동안 토 씨 하나 뱉지 못할 만큼.

그런 모습이 마냥 우습기만 한 심유진은 불 난 집에 부채질까지 했다.

“아직도 별이한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유명한 서예가로 될 것 같냐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 거두어도 될 것 같은데.”

그러자 육윤엽은 고개를 획 돌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입 좀 다물고 그만 좀 해라고.

이때 별이는 ‘허태준’이라고 적혀 있는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기 시작했다. 마치 귀중한 보물을 대하는 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저 이거 집으로 가져갈 거예요.”

별이는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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