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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하은설을 보게 되는 순간 초점을 잃었던 그의 눈은 순간 빛이 나기 시작했다.

최선을 다해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은설아, 왔어.”

유난히 즐거워하는 허택양이다.

“저 왔어요.”

하은설도 심유진만큼이나 프로페셔널하여 바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한 허택양은 그녀와 담소를 나누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서두르는 모습으로.

“너 지난번에 소송 취소한다고 한 거 말이야…”

“경찰서에 이미 다녀왔어요.”

하은설은 그가 내민 손을 꼭 잡고 이를 악물었다.

용솟음치는 역겨운 기억과 그 시간을 애써 억누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신고자가 제가 아니어서 취소할 수 없다고 그랬어요.”

울먹이는 모습과 더불어 무척이나 억울한 듯한 표정까지 보이면서.

그 말에 허택양은 눈에 훤히 보이게 당황했다.

“심유진 씨는? 만나지 않았어?”

“아니요. 앞으로 절대 다시 심유진 찾으러 가지 않을 거예요.”

독을 품은 듯한 모습으로 하은설은 그들에 대한 한을 털어 놓았다.

“심유진, 허태준 때문에 당신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심유진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엮겨우니 다시는 입에 올리지도 마세요.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고 인연 끊고 살 거예요.”

“그럼, 난 어떡해? 소송은 어떻게 할 건데?”

단호한 하은설의 모습에 허택양은 점점 불안했다.

“택양 씨, 제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요.”

완쾌되지 않은 하은설은 오래 서 있을 수 없다.

하여 의자를 그의 병상 옆으로 가져와 천천히 앉은 뒤 말을 이어갔다.

“소송 취소하는 것 보다 우리 측에서 변호사 찾아서 심유진 걔들 고소하는 건 어때요? 허태준이 신고할 때 당신이 심유진 납치했다고 그랬다던데요. 경찰이 나한테 알려준 거예요. 근데 심유진 납치한 적 없잖아요. 그럼, 가짜 신고를 했다고 경력 낭비했다고 고소하고 당신 명예까지 침범했다고 그러면 되잖아요. 어때요?”

허택양의 생각대로라면 하은설은 응당 심유진을 찾아가서 크게 한바탕 싸워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심유진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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