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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김욱이 온 타이밍이 너무 공교로웠다.

마리아에게 시간 없을 거라 말하자마자 자신에게 식사 요청을 해 왔으니.

마치 둘 사이를 일부러 방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김욱 씨, 오늘은 벌써 퇴근하세요?"

심유진이 이 오해를 벗어나고자 했다.

"주말이니까요."

김욱은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같이 밥 먹을 거예요?"

그는 또 물었다. 심지어 심유진이 거절할까 봐 한 마디 덧붙이기까지 했다.

"제가 살게요."

"아..."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심유진이 마리아의 이름을 내뱉었다.

"마리아 씨도 같이 가도 되죠? 마침 마리아 씨가 김욱 씨한테 밥 사려고 했어요, 맞죠."

갑자기 자기 이름이 나오자 마리아는 약간 당황했다.

마리아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요. 오늘 김욱 씨가 밥 사 드리기로 하셨으니까 저는 안 낄게요."

그러고는 황급히 자신의 자리로 달려가 가방을 메고 떠나려 했다.

그 가방을 본 김욱의 시선이 가방에 쭉 머물자 시선을 눈치챈 마리아가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두어 번 만졌다.

"고마워요, 김욱 씨.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언제 시간 되시면 밥 한번 사 드릴게요. 감사 인사 겸."

"아닙니다."

김욱은 그 호의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선물이 마음에 드시면 됐어요.”

그에 마리아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마리아는 둘에게 손을 흔들며 하이힐 신은 발로 황급히 도망가듯 떠났다.

"일부러 그랬지?"

심유진이 물었다.

김욱은 눈치 없이 남들 앞에서 심유진만 따로 초대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자 김욱이 코웃음 쳤다.

"내가 너한테 복수 안 해서 다행인 줄 알아."

"응?"

심유진은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한테 복수를 왜 해."

"아저씨한테 무슨 말 했는지 생각해 봐. 나랑 마리아에 대해."

김욱이 힌트를 주자 심유진이 곧장 반응했다.

"아빠는 진짜 별걸 다 말해."

"직접 물어보진 않으셨고, 마리아에게 호감이 있냐고 떠봤어. 근데 이런 일을 너 말고 누가 시키겠어?"

누가 시킨 일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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