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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마리아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수고 많으시네요."

"회사 근황이 안 좋으니까 잘리지 않으려면 이렇게라도 해야죠."

잠깐 말을 멈춘 심유진이 말을 이었다.

"마리아 씨는요? 한참 전에 가신 거 아니었어요?"

"아, 두고 온 게 있어서요."

마리아는 옆으로 비켜서며 뒤쪽을 가리켰다.

"그럼 전 이만 가지러 갈게요.”

"기다릴까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마리아가 연신 사양했다.

"먼저 가세요.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 안 나서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알았어요."

퇴근 시간은 지났지만 건물에 사람은 여전히 많았기에 계속 엘리베이터를 잡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먼저 가 볼게요. 내일 봐요~"

엘리베이터 밖에서 손을 흔드는 마리아의 표정이 어딘가 굳어 있었다.

"내일 봬요~"

...

심유진이 가지고 온 캐리어는 구경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친. 이 가방 8천 달러는 될 것 같은데?"

여기서 '구경꾼'은 하은설뿐이었다.

"이 목걸이... 진짜 보석이면 만 달러는 넘겠어. 헉, 이 귀걸이. 미쳤다... 너무 예쁘네. 안목 대박이다. 아니, 이건! 전설의 귀부인 크림... 난 살 엄두도 안 났는데. 미백, 주름개선, 안티에이징에 탁월하대."

그녀는 도굴하듯 캐리어를 뒤지면서 끊임없이 감탄했다.

귀를 막은 심유진이 그 부자와 함께 스튜디오로 피신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하은설이 겨우 멈추자 심유진이 말했다.

"마음에 드는 거 가져가. 어차피 오빠가 산 거라 내 돈 안 썼어."

하지만 하은설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염치도 있는 사람이라 너무 비싼 물건 대신 자기가 평소에 쓰는 화장품만 챙겼다.

"그게 다야?"

지켜보던 심유진이 부족하다 느껴 하은설에게 아까 그 팔천 달러짜리 가방과 하이힐을 챙겨 줬다.

"이건 너무 비싼데..."

하지만 하은설은 쉽사리 받지 못했다.

"우리 사이에 무슨."

심유진이 억지로 안겨 줬다.

"겨우 1억 조금 넘는 건데, 우리 사이에 못 받을 게 어디 있어."

우리 사이라는 말이 하은설 마음 깊은 곳의 죄책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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