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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내 눈 멀어 버린 것 같아."

그에 심유진이 외쳤다.

"됐다. 너희한테 뭘 기대하겠어."

별이가 혀를 낼름 내밀자 심유진이 삐죽이며 말다툼을 포기했다.

...

저녁 식사 때 허태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허태준이 서재로 자리를 피했지만 심유진의 눈에 발신인 이름이 들어왔다.

그렇게 허태준은 십여 분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하은설과 별이는 벌써 밥을 다 먹고 스튜디오에서 게임하는 중이었기이 그 사이 심유진 혼자 허태준을 기다렸다.

허태준의 표정이 아까보다 어둡자 심유진이 물었다.

"집에 무슨 일 생겼어요?"

"별일 아니에요."

허태준이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

"우리 둘째 숙모, 그러니까 허택양 엄마가 저희 집에서 난동 부렸대요. 허택양이 유럽에 온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돌아가지 않은 걸 보니 분명 제가 가뒀을 거라고."

여기까지 말하자 허태준이 비웃었다.

"자기 아들은 잘 알면서 전 모르더라고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셨어요?"

심유진이 물었다.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한참 동안 욕을 듣기만 하고 돌려보내셨어요."

허태준은 정말 걱정할 만한 '큰일'이 아니라는 듯 담담한 말투였다.

"아버님께서 정말 허택양을 가두었느냐고 안 물었어요?"

"물어봤어요.”

"뭐라고 대답했어요?"

"솔직하게 말했어요."

"네?"

심유진이 깜짝 놀랐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중에 둘째 숙모를 쫓아낼 명분이 없어지잖아요."

허태준의 부모는 자신이 정말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했다.

"하나, 잘못한 사람은 허택양이지, 내가 아니에요. 둘, 허택양을 가둔 사람은 경찰이에요, 이것도 제가 아니고요. 쫓아낼 명분이 왜 없어요"

허태준은 당당했다.

"이미 아버지께 말씀드렸어요. 앞으로 아무나 들이지 말라고. 집안 더러워지면 속상한 건 부모님이니까."

"둘째 숙모가 일을 크게 만들 수도 있잖아요."

심유진은 허씨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허가네 무리를 본 적이 있다. 허태준의 숙모와 숙부를 가까이서 본 건 아니지만 절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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