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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사무실에는 어느새 큰 트렁크 하나가 덩그러니 나타났다.

김욱은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트렁크를 두드리며 말했다.

“궁금하지 않아?”

“지금은 근무시간입니다.”

심유진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상사가 자기한테 했던 교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근무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다른 일인지 아닌지 그건 내 마음에 달렸어.”

김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트렁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길쭉한 다리를 웅크리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트렁크를 열기 시작했다.

선물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다. 유혹을 견디지 못한 심유진은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트렁크 안에는 선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옷, 가방, 쥬얼리, 화장품까지 한눈에 봐도 값이 만만치 않은 사치품들이다.

“오빠, 우리 회사 지금 힘든 거 맞아?”

심유진은 의문을 품은 채 김욱을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씀씀이를 보아서는 결코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국내에서나 비싸지 해외에서는 꽤 저렴한 물건들이야. 그냥 간 김에 좀 많이 사 온 것뿐이고.”

김욱은 설명하며 자리를 옮겨 심유진에게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여기 성인용은 모두 유진이 네 선물이고 어린이용은 별이 선물이야. 어때? 마음에 들어?”

심유진은 극히 평범한 여자일 뿐이다.

보는 것만으로 황홀해지는 물건들인데 어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음에 들면 됐어.”

선물 받는 이가 좋아하니 선물을 주는 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퇴근할 때 잊지 말고 가지고 가.”

김욱은 재삼 일깨워주었다.

“알았어.”

심유진은 선물을 일일이 열어보고 또다시 일일이 제자리에 담아 놓았다.

“오빠.”

갑자기 고개를 들어 김욱에게 윙크까지 해가며 애교를 부렸다.

“친구한테 좀 줘도 돼?”

그러자 김욱은 아주 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안 될게 뭐가 있어? 내가 아니라 네가 주인인데, 마음대로 해.”

마음 같아서는 흥분할 때 별이가 방방 뛰는 것처럼 심유진도 뛰면서 그에게 뽀뽀까지 하고 싶은 심정이다.

룰루랄라 노래를 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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