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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4화

허태준의 경고 때문에 허 아주버님과 허 아주머니의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심유진 앞이라 불쾌한 감정을 애써 숨겼다.

저녁 준비는 이미 다 되었다.

오랜만에 주방에 들어선 허 아주머니는 심유진이 좋아하는 음식들로 식사를 준비했다.

식사 내내 허 아주머니가 계속 심유진에게 음식을 집어주어 앞접시가 비워질 새가 없었다.

식사 후, 심유진은 허태준과 마당에서 산책하며 소화를 시켰다.

별이도 따라나서고 싶었지만 허 아주머니가 별이를 제때 막았다.

별장은 교외에 있었고 주변은 온통 별장이었다.

이곳에는 고층 건물도 없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도 없다. 마당에 서있으면 맑은 공기가 코 깊숙이 스며들어오고 고개를 들면 넓은 밤하늘에 큰 도시에서 보기 힘든 별들이 보였다.

“우리 나중에 늙으면 여기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심유진은 생각보다 너무 좋은 환경에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우리’와 ‘나중에’라는 두 단어가 함께 그녀의 입에서 나오니 허태준은 바로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그래요.”

허태준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유진 씨가 어디를 좋아하면 저도 그곳에서 살게요.”

이 세상 끝에서 심유진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이 없었다.

“그럼 태준 씨는요?”

심유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그에게 물었다.

“태준 씨는 여기가 좋아요?”

허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여기가 좋아요.”

심유진은 그의 대답에 마음이 놓였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 뭐든 허태준도 좋아한다니 이보다 기쁜 일이 없었다.

“저 내일은 여기에 안 올래요.”

심유진은 문 쪽을 돌아보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줌마가 주시는 대로 먹다가는 5킬로가 찔 거예요!”

헐렁한 옷차림으로 배를 가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볼록 튀어나온 배를 들켰을 것이다.

“그래요. 내일은 나도 회사로 돌아가야 해서 못 올 것 같아요.”

허태준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안전 조심하세요.”

심유진이 신신당부했다.

“태서 씨는 기회를 잡아 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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