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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허태준의 차가운 말투에 심유진뿐만 아니라 옆에 준비하고 있던 의사도 겁에 질려 손에 쥐고있던 주삿바늘을 땅에 떨어뜨렸다.

심유진의 몸은 순간적으로 굳어졌고 머리 속이 하얗게 변했다. .

허태준은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왜 내 방에 들어왔냐고.”

심유진은 허태준의 물음에 정신이 들어 의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당신이 열이 나서 의사를 불러왔어요.”

허태준은 그제야 그녀 뒤에 남자가 청진기를 목에 걸고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여기 체온계 줄게요. 이걸 겨드랑이에 넣고 체온을 재야 해요.”

“아, 힘 없어서 나혼자는 무리인데. 좀 도와주지?”

허태준은 당당하게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심유진은 의사와 그를 방안에 남기고 나와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열이 펄펄 끓는 환자라는 사실에 충동을 꾹 참고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럼 단추 풀게요.”

허태준은 그녀에게 자신을 맡긴듯 가만히 있었고, 심유진은 그런 그의 모습에 잔뜩 긴장을 한 듯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행여 그가 들을까 얼굴을 푹 숙이고 그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었다.

“빨리 좀 하지?”

그녀는 겨우 맨 윗단추 세 개를 풀었고, 허태준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팔을 움직였다.

벌어진 잠옷 사이로 보이는 그의 분홍빛 어깨는 그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심유진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게 재빨리 체온계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얼굴을 돌렸다.

“5분 동안 그러고 있어요.”

그녀는 아무 일도 없는 척하며 자신의 휴대폰으로 5분 후 알람을 맞췄다.

의사는 심유진과 자리를 바꾸어 허태준의 침대 옆에 섰다.

“목이 아프거나 설사를 하나요?”

“아뇨.”

“그럼 아픈 곳은 어디죠?”

“없어요.”

의사의 물음에 허태준은 대충대충 대답했다.

“띠리링-”

마침 그녀가 맞춘 알람이 울렸고 의사는 손을 뻗어 그의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빼려고 했다.

“아, 내가 직접 뺄테니까 제 몸에 손 대지 말아요.”

의사는 지금까지 이렇게 비협조적인 환자를 본 적이 없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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