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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허태준은 고개를 저으며 입맛이 없다고 했다.

“그럼 물 좀 마실래요?”

그녀는 그의 입술이 까슬할 정도로 마른 것을 보았다.

“응.”

그녀는 냉장고 안에 있는 생수를 하나 꺼내 그에게 건넸다.

“힘이 없어서 일어날 수가 없어.”

“그럼 제가 일으켜 드릴게요.”

그녀는 그의 목 뒷부분에 손을 얹고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침대 위로 30도 정도 끌어올렸다.

허태준은 그녀의 품에서 물을 마시더니 피곤하다는 듯 다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좀 더 잘래요?”

그는 감기는 눈꺼풀을 억지로 뜨며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이용해 심유진을 자신의 옆에 두고 싶었다.

“아니, 잠이 안오네. 옆에서 얘기 좀 해줄래?”

심유진은 황당항 그의 요구에 당황했다.

“무슨 얘기요?”

“아무 말이라도 좋아.”

그녀는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몰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여형민 씨에게 부탁해서 여기로 와달라고 할까?’

심유진이 한참 말이 없자 허태준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됐고, 지금 몇 시야?”

“8시 43분이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니.”

허태준은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넌 저녁 먹었어?”

“저녁…… 먹었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뭐 먹었어?”

“볶음밥이요.”

“맛있었어?”

“그냥저냥 괜찮아요.”

모두 영양가 없는 얘기들이었지만 두 사람은 꾸준히 대화를 이어갔다.

심유진이 입을 가리고 하품을 하자 허태준이 졸리냐고 물었다.

그녀는 황급히 손을 흔들며 졸리지 않다고 했다.

“피곤할 텐데, 졸리면 가서 좀 자. 어차피 한 시간은 더 남았으니까.”

“됐어요.”

심유진은 두 눈을 크게 떴다.

“괜찮아.”

허태준은 링거를 놓지 않은 왼손으로 침대 옆자리를 툭툭 쳤다.

“여기 자리 있어. 그냥 여기서 자.

심유진은 그의 말에 졸음이 확 달아났다.

한 번도 동침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의식이 멀쩡한 상태로 그의 옆에 눕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니요.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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