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마치고 룸으로 돌아오니, 여전히 깊이 잠든 무진이 보였다.아까 자신이 나갈 때의 자세 그대로 바뀐 게 없었다.성연은 침대 옆에 놓인 소파에서 조용히 기다렸다.지금 마음이 무척이나 답답했다.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진 성연은 휴대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며 시간을 보냈다.몇 시간 후, 푹 자고 눈을 뜬 무진은 자신의 곁에 있는 성연을 보며 무척 기분이 좋았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깨어나자마자 사랑하는 사람을 눈에 담는 느낌,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무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성연은 바로 그때 침대에서 기척이 들리자 무진이 깼음을 바로 알아차렸다.고개를 들어 무진이 누운 방향을 슬쩍 돌아보았다.“깨어났는데, 배고프지 않아요? 가서 먹을 것 좀 사다 줄까요?”“괜찮아, 배고프지 않아. 너는 왜 나랑 같이 침대에 안 누워 있어?” 무진은 자신이 잠들 때 성연을 껴안고 누워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성연을 껴안고 있을 때면 늘 안심이 되었다.하지만 그도 이제 성연이 곁에 있어야만 잠이 드는 습관에서 벗어나려고 조금씩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어리던 성연이 차츰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이전에는 잠시 참으면 되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의 자제력을 믿을 수가 없었다.충동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까 겁이 났다.그래서 무진은 성연과 각방을 쓰며 잠을 잤다.하지만 성연이 있으면 더 깊이 잘 잘 수 있었다.“잠이 안 와서 아침을 먹으러 나갔어요.” 성연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그녀는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혼자 출구가 없는 생각의 감옥에 갇혀 있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증거도 없으니, 무진을 억울하게 만들어서도 안 된다.당장의 해결책은 무진과 소지연의 상황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것.무진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무진을 힐끗 쳐다본 후에 의견을 꺼냈다.“좀 피곤해서 그런지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이번 휴가, 서둘러 끝내면 안돼요? 역시 집에 있는 게 제일 편안
소지연도 때맞추어 ‘일어났다’.두 사람은 돌아가기로 한 사실을 소지연에게 알렸다.소지연이 그 말에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성연 씨, 왜 며칠 더 같이 놀지 않고?”그녀는 어젯밤 자신의 계획이 효과가 있었고, 성연과 무진 사이를 이간질하는 데 성공했음을 알아차렸다.비록 자신과 무진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송성연에게 그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된 셈이다.이건 겨우 첫걸음일 뿐.앞으로 성연을 더 힘들게 해서 먼저 무진의 곁을 떠나게 만들 것이다.성연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습니다.”이제 소지연의 생각을 알게 된 성연, 소지연에 대한 태도도 그전처럼 좋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여전히 예의를 지키되, 다소 냉담했다. 딱 봐도 소지연과 교류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보였다.그러나 소지연은 전혀 보이지 않는 듯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두 사람 모두 가고 난 다음, 나 혼자 여기 있어 봤자 재미없을 테니 나도 가야겠네.”성연은 아무런 이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무진이 소지연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안심할 수 있을 테니.소지연과 무진이 식사를 한 뒤에 함께 리조트를 떠났다.돌아가는 길, 소지연은 화제를 찾아 성연과 이야기를 나누려 했다.“성연 씨, 이제 곧 대학에 들어갈 거죠? 어느 대학에 갈 지 선택했어요?”소지연을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성연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그래서 앞 자리에서 운전 중이던 무진이 먼저 대답했다.“성연이는 유럽의 대학에 다닐 계획이야.”소지연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정말? 이거 너무 공교롭네. 나 곧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서 일해야 하잖아요. 성연 씨도 유럽으로 가면 우리 같이 어울릴 수 있겠어요. 유럽은 내가 잘 알지. 성연 씨, 유럽에 도착하면 나에게 연락해요. 내가 데리고 여기저기 안내해 줄 테니까요.”소지연이 깜짝 기뻤던 것은 성연이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이 아니었다.무진이 때문이었다.평소 무진은 업무 관계로만 유럽 출장을 간
성연이 집으로 돌아온 후, 소지연이 찾아오지도 않고 며칠간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그날 성연은 디저트를 연구해 볼 생각에 주방에 있다가 곽연철의 전화를 받았다.보통 곽연철은 별일 없으면 절대 자신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것도 이때에 말이다.무슨 큰일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손에 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 곽 대표님?” 성연이 손을 닦으며 물었다.전화기 저편의 곽연철이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성연도에게 말했다.“은성그룹이 최근 말도 안되는 방법으로 제왕그룹의 프로젝트 몇 개를 고발했습니다. 게다가 강일헌과 강진성이 방금 우리 사무실에 왔다가 갔는데, 바로 당근과 채찍으로 우리 제왕그룹을 압박해서 은성그룹 편에 서게 하려는 목적입니다.”지금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은성그룹이 제왕그룹을 회유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제왕그룹은 WS그룹과 합작한 이후, 업계 내의 위상이 꽤 높아진 상태다.제왕그룹 덕분에 WS그룹의 위상도 더욱 공고해졌고.다시 말해 제왕그룹은 WS그룹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두 그룹의 합작은 이미 처음의 예상 범위를 뛰어넘었으며, 영업이익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합작을 중단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강일헌과 강진성의 목적은 제왕그룹이 은성그룹에 투자하게 하는 것.‘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성연이 주먹을 꼭 쥐었다.“저들이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네요.”원래 강씨 가문을 떠나면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모두 힘을 잃고 어느 정도 정리될 거라고 예상했다.그런데 저들은 이전보다 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했다.무진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정말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저들의 도덕성을 생각한다면,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저들의 스타일이죠.”곽연철이 조롱의 어투로 말했다.“정말 수고했어요, 곽 대표님.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곽 대표 아니었으면 제왕그룹은 지금 난리가 났을 테죠.”성연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보아하니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성연은 자신이 떠올린 아이디어를 바로 무진에게 전달했다.깊이 숨겨진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곽연철 핑계를 대었다.“곽연철 대표가 무지 귀찮았는지 전화로 나한테 잠깐 불만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무진씨한테는 바로 말하지 못하겠던 모양이에요. 아마도 바쁜 무진시를 번거롭게 한다고 생각했겠죠.”성연이 전하는 말을 듣고 있던 무진은 곧장 안색이 어두워졌다.어찌 되었든 곽연철 대표와 제왕그룹은 자신을 돕다가 이런 말도 안되는 수난을 당한 것이다.둘째, 셋째 일가 쪽 사람들은 반드시 제대로 손볼 필요가 있었다.“이 일에 대해 곽연철 대표를 찾아가 대화를 좀 나눠야겠군. 전화로는 부족해.”곽연철이 둘째, 셋째 일가 쪽의 공격을 받았으니, 직접 만나서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네, 내가 곽연철 대표에게 전화할게요.” 성연이 무진의 말을 받았다.협력 업체를 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무진은 할 말이 없었다.성연은 이 일에 대해 무진이 비공개적으로 조용히 처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무진은 곽연철을 직접 찾아 가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생각인 모양이다.그럼으로써 곽연철 대표의 마음이 누그러지며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결코 손해보지 않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하게 될 터.먼저 시간 약속을 정하고, 그날 오후에 성연은 무진과 함께 카페에서 곽연철을 만났다.그런데 곽연철의 입가에 든 멍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강일헌과 강진성이 사무실로 쳐들어와 소란을 피웠음을 알 수 있었다.곽연철의 얼굴에 난 상처가 누구의 작품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성연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었다.“강일헌과 강진성, 진짜 선을 넘네요!”‘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기회만 되면 시간을 내서라도 저들을 훈계해야겠군. 사람 좀 되라고 말이야.’곽연철이 손을 내저었다.“송성연 양, 내 상처는 괜찮습니다.”다른 사람들이 볼 때, 자신과 성연의 관계는 그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일 뿐.그래서 조금 전 곽연철은 성연을 부를 때 강무진
무진이 곽연철을 대신해서 나설 것이 분명했다.출자해서 제왕그룹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첫걸음일 뿐.충분한 성의를 보이며 자신과 합작을 진행한 곽연철을 자신이 어떻게 서운하게 할 수 있겠는가?저녁에 무진은 김남수를 데리고 북성의 한 고급 바에 있는 강일헌을 찾아 갔다.김남수는 항상 무진의 주위에 몸을 숨긴 채로 무진의 안전을 지켜온 고수였다.평상시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김남수이지만, 이번에 특수한 성격의 임무를 맡기고자 무진이 불러냈다.손건호는 최근에 긴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일로 빈번히 출장을 다니는 바람에 불러내기가 쉽지 않아 김남수를 대신 불러낸 참이다.강일헌은 이 순간에도 화끈한 몸매의 미녀 둘을 양쪽에 껴안은 채 비몽사몽 술에 취해 있었다. 마치 신선이라도 된 듯한 지금의 생활이 우쭐거릴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주위는 온통 그를 향해 아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해 더 의기양양한 기분이었다.강일헌이 한창 사치스러운 환락을 즐기고 있을 때, 난데없이 소파에서 강제로 끌려내려 왔다.바로 인상을 쓰며 노발대발하던 강일헌이 고개를 들자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강무진이 보였다.싸늘한 얼굴의 무진은 암암리에 숨기고 있던 냉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낀 강일헌은 그저 입술을 떨기만 할 뿐 한마디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다.무진을 본 사람들은 슬슬 눈치를 보더니 하나 둘 자리를 떴다.어디까지나 저 위 세계 신들의 싸움, 두 사람 누구에게도 밉보이는 건 좋지 않으니, 아무래도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을 터.순식간에 룸 안이 텅텅 비어 버렸다.무진이 강일헌을 향해 바로 경고를 날렸다.“오늘부터 제왕그룹은 WS그룹 소속이야. 만약 한 번 더 감히 제왕그룹에 손을 댄다면 더 이상 날 원망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강일헌은 여전히 억지를 부리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했다.“헤이, 무진 형, 지금 우리 둘째, 셋째 일가가 강씨 집안에서 떨어져 나온 지가 언제인데, 이제 와서 뭘 어쩌시려고? 굳이 우리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을
팅팅 부은 얼굴로 강일헌이 집으로 돌아왔다. 옷에 묻은 먼지와 얼룩도 지우지 못한 채.거실에 앉아 있다가 형편없는 모습을 한 강일헌을 본 강명재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온종일 밖에서 고군분투하며 이런저런 방법을 짜내고 하는 게 모두 누구를 위한 건데?’‘그런데 내 아들이 이렇게나 변변치 못하다니.’테이블을 두드리며 아들 강일헌을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이런 꼴로 또 어디에 가서 빈둥거린 게냐?”평소라면 아들 강일헌이 어떻게 논다 해도 상관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은성그룹의 일거수일투족을 강무진이 지켜보고 있는 아주 중차대한 시기가 아닌가.어디에서든 아주 사소한 실수만 저질러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실패할 수 있었다.그런데 아들 강일헌이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짜증나게 하는 것이다.‘하, 어쩌다 이런 쓸모없는 아들을 낳았는지?’안 그래도 강무진에게서 수모를 당하고 들어온 차에, 아버지 강명재가 자신에게 분노를 터트리자 강일언은 더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스물이 훌쩍 넘은 사내대장부가 눈가가 붉어진 채 아버지에게 미주알고주알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며 변명했다.강명재는 강일헌의 얼굴이 강무진의 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그리고 사실 강일헌과 강진성 두 사람이 제왕그룹에 가서 소란을 피운 것도 따지고 보면, 강명재, 강명기 두 어른의 지시에 따른 것.강무진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강무진은 전혀 자신들의 입장을 생각해 주지 않았다!강명재는 어두운 얼굴로 강일헌을 힐끗 쳐다본 후에 입을 열었다.“어서 가서 상처를 처치하지 않고 뭐해! 강무진과 붙어서 이런 꼴이나 되다니, 그 놈과 맞설 생각은 다시는 하지도 마. 그야말로 망신스럽다!”아버지 강명재의 허락이 떨어진 후에야 강일헌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상처를 치료했다.거실에 혼자 있던 강명재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이번에 강무진이 한 일을 보면 정말이지 이쪽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은 셈이다.즉 다시 말해, 앞으로 은성그룹과 WS그룹은 서로를
외출하려던 송아연은 갑작스럽게 초대장 한 장을 받았다.고급스럽게 포장된 초대장에서 송아연을 초대한 곳도 아주 고급 장소였다.하지만 서명은 없었다. 송아연은 누군가 강진성의 기분을 맞춰가며 붙어있는 자신을 보았나 하고 생각했다. 예전에 무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신에게 잘 보이려 들었다.‘나에게 들킬까 봐 이런 방법을 쓴 거겠지?’나르시시즘적 생각에 빠진 송아연.‘어차피 집에서도 심심하기만 한데, 초대 장소로 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안 그래도 지금 자신의 곁에 팔다리 노릇을 해줄 이가 없어 걱정이던 참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눈앞에 온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그런 생각을 하며 송아연은 초대 장소로 갔다.룸 넘버를 확인하고 들어가자 아주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여자에 대한 기억이 자신에게는 없었다.송아연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지닌 채 물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예의를 갖추어 입을 열었다.앞에 있는 여자가 입은 옷들은 모두 명품이었다.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게 보통 만만한 여자가 아니게 보였다.“왔어요? 앉아요.” 송아연을 초대한 사람은 바로 소지연.송성연을 처리할 좋은 방법이 생각난 소지연은 송아연에게 먼저 손을 쓸 생각이었다.먼저 송아연을 조사해서 돈에 눈이 먼 된장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이런 사람은 부추기기 가장 좋은 부류다. 돈이라면 뭐든 아무렇지 않게 다 할 수 있으니.또한 소지연은 여태껏 돈이 부족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송아연은 소지연의 맞은편에 앉았다.송아연은 소지연이 자신을 초대한 목적이 무언지 알 수 없었다.음료 두 잔을 주문한 소지연이 한 잔을 송아연에게 건넸다. 그다지 마실 생각이 없던 송아연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또 무슨 목적으로 날 부른 거죠?”소지연도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송아연 같은 무뇌
소지연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송아연을 바라보았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송아연은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성연이 오기 전까지 온갖 애정과 관심 속에서 작은 공주처럼 지내던 송아연이었다.학교에서도 말없이 따르는 꽤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렸다.그러나 송성연이 온 후, 송아연의 모든 위선과 가면이 벗겨지며 남은 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심지어 송성연 때문에 강제 낙태 수술을 받기도 했다.그러니 송아연이 송성연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송아연은 송성연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소지연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송성연에 대한 송아연의 증오가 깊을수록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말 몇 마디에 송아연이 성공적으로 넘어왔다.소지연이 계속해서 말했다.“송성연은 곧 대학 진학을 위해 유럽으로 갈 거예요. 그때 송아연 씨도 가세요. 손을 쓰기 편하게.”송아연은 반신반의의 눈빛으로 소지연을 응시했다.“유럽에서 대학에 다니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요. 나는 그 돈을 낼 형편이 안되고요.”송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다. 아버지 송종철은 위태로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매일 분주하게 쫓아다니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그 사이 폭삭 늙은 임수정은 별다른 능력도 없어 온종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처지였다.그러니 집에 돈이 나올 구멍이 어디 있겠는가.게다가 강씨 집안에서의 생활도 그리 넉넉치 않아서 언제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강진성은 자기 기분 내킬 때만 송아연에게 돈을 주었다.강진성이 밑도 끝도 없이 그녀에게 돈을 대줄 리가 없었다.그러니 유럽에 가는 일은 돈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그 점은 걱정 말아요. 학비, 기숙사비 및 생활비까지 모두 내가 다 책임지겠어요. 돈은 별 문제 아니에요.”소지연이 호탕하게 말했다.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송아연을 깔보았다.‘역시 서민 가정 출신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속으로 돈 생각밖에 안 하네. 일이 성공하고 송성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