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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사과 받을 자격이 안 됩니까

안금여에게서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자 애가 탄 송종철이 염치 불구하고 재차 물었다.

“저기, 그럼…… 학위 회복만이라도?”

강씨 집안이 발만 한 번 굴러도 북성 전체가 몇 차례나 흔들릴 것이다.

한 마디 언질이면 누구든 강씨 집안의 체면을 봐서라도 들어줄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만 않았어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안금여의 얼굴을 쳐다볼 만큼 뻔뻔하지는 않았다.

딸 운경이 건네어 준 차를 한 모금 마신 안금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뭐, 안 되는 건 아니지. 어찌 되었든 어린 나이에 공부하지 않으면 인생 망칠 수도 있으니.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구구절절 듣기 민망한 그의 말들 중에 성연에 대한 좋은 말은 한 마디도 없었다.

그렇게 쉽게 도와주지는 않을 생각인 안금여다.

강씨 집안에는 확실히 소소한 일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봐가면서 해야 하지 않겠나.

송씨 집안은 도와주어야 할 아무런 가치도 쓸모도 없는 치들이다.

도와줘 봤자 손해 보는 장사인 셈이다.

송씨 일가가 합심으로 성연의 피를 빨아먹으려 한다는 것쯤은 진작에 눈치챘다. 이 변변찮은 집안은 애초에 글러먹었다.

또 무슨 낯짝으로 자꾸 시골 사람을 업신여기는지, 저들이야말로 시골 사람들보다 못난 것들이 아닌가 말이다.

낯부끄럽게도 어찌 그런 말들을 하는지.

성연이 오랫동안 시골에서 지냈던 것 역시 아버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직접 키운 아이는 보배이고, 자신이 키우지 않았다고 잡초가 되다니.

그의 이런 태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네, 회장님, 말씀하십시오.”

마침내 안금여의 입이 열리자 송종철의 눈이 확 밝아졌다.

지금 한 가지를 요구해도 열 가지도 넘게 해줄 수 있었다. 그런 건 아무 문제도 아니었다.

아연이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 가기만 한다면, 그 재능과 성적으로 다시 학교에서 그들 집안을 위해 영예를 떨칠 수도 있을 터.

그러면 더 이상 체면을 잃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어쨌든 아연이는 자신을 걱정시킨 적이 없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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