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화 침을 놓기 힘들어요

멍하니 쳐다보던 성연은 금세 알아차렸다.

그날 강씨 집안의 모임에서 드러난 모습이 다가 아닌 것이다. 겉으로야 겨우 입으로만 찧고 빻을 뿐이지만, 등뒤에서는 어떤 떳떳치 못한 일들을 할지 알 수 없는 터.

이 대단한 가족들의 내부 암투는 확실히 그녀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강씨 집안은 사람을 유혹하는 커다란 케이크 같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서로 더 큰 케익을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가운데, 무진이 지난 번처럼 다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성연은 분별 있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 옷 벗어요.”

그녀가 돌연 말을 던졌다.

서로 눈을 마주친 집사와 손건호는 상대방의 눈에서 똑같은 놀라움을 보았다.

더 이상 머물 수 없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얼른 방에서 물러나왔다.

무진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거의 도망가는 듯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서야 성연이 움찔했다.

성연의 볼 양쪽에 불시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홍조는 곧 볼에서 눈가의 미간으로 번져갔다.

성연이 다소 어색한 듯이 바닥만 노려보았다.

수줍어하는 성연을 무진이 시종 여유로운 모습으로 관찰했다.

하얀 성연의 피부는 수줍은 빛을 띄자 온통 연분홍 가루를 덮어쓴 듯했다. 손톱마저 연분홍 빛을 띈 모습이 말도 안되게 귀여웠다.

작열하듯 뜨거운 시선에 정신을 차린 성연이 강무진을 보며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침을 놓으려면 옷을 벗어야 해요. 안 그러면 침을 놓기 힘들어요.”

무의식 중에 말하고 나서야 성연은 깨달았다.

자신이 한 말이 얼마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말이다.

성연의 의중을 파악한 무진이 곧 하얀 실크 셔츠의 단추를 손으로 하나하나 풀어 내리며, 탄탄한 상체를 드러내었다.

하루 종일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도 무진의 몸은 전혀 약해 보이지 않았다.

탄탄한 몸의 근육들은 보기만 해도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조명 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광택은 손을 내밀어 만져보고 싶게 했다.

물론 이런 생각은 그저 성연의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무진을 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