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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9화

의학 세미나 리셉션 현장.

하나는 학술적 분위가 이렇게 다분한 장소는 정말 익숙지 않았다. 그녀는 상언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 얼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물을 넘기기도 전에 옆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 자리는 원래 이상언이 있던 자리였다.

하나는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그녀 앞에 자리 잡은 케이티를 바라보았다.

케이티는 친절하게 손을 내밀며 인사를 청했다.

“안녕하세요. 아직 자기소개를 못 했네요. 케이티라고 합니다. 외교관 셔면이 제 아버지세요.”

임하나는 마음속 요동치는 강한 거부반응을 애써 숨기고자 했다.

“네, 임하나입니다.”

“알고 있어요.”

케이티는 하나가 대화를 이어가 주기를 기다렸지만, 한참을 지나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임하나 씨!”

케이티는 범인을 취조하듯 딱딱한 말투로 불렀다.

하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네, 케이티 씨, 무슨 일이세요?”

케이티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노발대발했다.

“정말 예의가 없군요. 이 선생님이 어떻게 당신같은 여자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하나는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려졌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다시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바로 이때, 귓가에 온화하고 박력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이티, 내가 누구를 좋아하든지 케이티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할 처지는 아닌 거 같은데? 다른 사람을 평가하기 전에 기본 매너부터 챙겨!”

하나가 고개를 들어 화난 얼굴로 케이티를 째려보는 이상언을 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비록 크지 않았지만, 워낙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보니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쪽으로 쏠렸다.

외교관의 딸로 태어나 어디를 가든 대접받고 자란 케이티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당하자 즉시 얼굴이 빨개졌다.

“하나 씨한테 말을 걸었는데도 무시하고 대꾸도 하지 않고... 매너 없는 건 저쪽이라고요.”

하나가 막 따지고 들려는데 상언이 다짜고짜 나섰다.

“너랑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건 너를 싫어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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