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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엄진우는 예흥찬을 무덤덤하게 흘겨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면서요?”

초라할 대로 초라해진 예흥찬은 더는 체면을 차릴 겨를도 없이 자세를 낮추고 말했다.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엄진우, 제발 나에게 연명침을 놓아 줘. 나 곧 죽을 것 같아... 난 죽음이 무서워.”

“당신은 안 죽어요. 난 이 산 전체에 결계를 쳤어요. 이 산에 있는 한 당신은 죽지 않아요. 아니면 어떻게 여태 살아있겠어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린 채 싸늘하게 말했다.

예흥찬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하긴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이치대로라면 그는 이미 죽었어야 한다.

“요구는 세 가지가 있어요. 하나라도 거절하면 난 당신에게 연명침을 줄 생각이 없어요.”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첫 번째, 돈을 갚은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이 사건을 신문에 올리세요.”

예흥찬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그래, 나와 정명이, 그리고 전체 예씨 가문이 함께 사과할 거야.”

“두 번째, 지성그룹에서 빼돌린 돈을 전부 돌려놓으세요.”

여기까지 들은 예씨 가문 사람들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강도짓이나 다름없어!”

어렵게 지성그룹에서 돈을 빼냈는데 도로 뱉으라니, 살을 베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예흥찬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말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이미 해외 계좌로 옮겨져서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어!”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역시 늙은 여우다.

공금을 빼돌린 지 겨우 며칠도 안 됐는데 이미 해외로 옮겼다니.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요?”

“고작 5분의 1도 안 남았어...”

“당장 돌려놓으세요!”

엄진우가 명령했다.

“그래--”

예흥찬은 잔뜩 풀이 죽어 대답했다.

갑자기 큰돈을 내놓게 생겼으니 예씨 가문은 앞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게 뻔하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 잘 들어요. 예씨 가문은 더는 예우림의 혼사에 개입하지 마세요. 그 여자 평생에 허락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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