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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화 어부장(御夫杖)

“땀을 닦거라!”

태상황이 소리쳤다.

원경능은 얼른 손수건을 꺼내 그의 땀을 닦아 주었다.

“좀 쉬세요. 물을 마시고 다시 해도 됩니다.”

“이젠 거의 다 돼 간다. 이제 용무늬를 몇 개 더 새기고 속단추로 마무리하면 된다.”

태상황이 그녀를 흘기면서 말했다.

“혜정후의 일로 말할 것 같으면, 네가 기왕 명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네 자신을 갖고 모험할거였으면, 여장남자로 분장할 것이 아니라 직접 왕비의 신분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 주의를 끌었어야 했다. 좋기는 그의 마음을 들뜨게 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야 했었다.”

원경능이 물었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나요? 그는 제가 초왕비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태상황이 말했다.

“그가 모른 척 할 수도 있지 않느냐. 나중에 일을 해결하고, 사람도 죽여버리면, 네가 그의 수중에 떨어졌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느냐? 그럼 넌 개죽음을 당한 게 아니냐? 하지만 네가 왕비의 신분으로 그와 왕래했다면, 옆에서 본 사람들도 많으니 네가 만약 죽었고, 그가 너를 죽인 증거를 찾을 수 없다 해도 그의 죄를 추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네 죽음도 가치가 있단 말이다.”

원경능은 태상황의 말을 듣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걸 두고 여우 같은 늙은이라고 하는 것이지.

“그 어떤 일을 하든 넌 먼저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죽더라도 결코 상대방을 잘되지 못하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처리해야 대부분 일들이 효과를 볼 수 있다.”

“태상황의 말씀을 들으니 많은걸 얻게 되었습니다.”

원경능은 그 말들이 진심으로 마음에 와닿았다. 이 일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만약 그때 다보와 그의 친구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일은 태상황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개죽음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죽기 전 적에게 즐거움도 줄 뻔했다.

상공공이 말했다.

“왕비, 반드시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태상황은 이런 말씀을 다른 사람과는 잘 하지 않습니다. 왕비가 처음입니다.”

필경 너무 음침한 말들이었으니까.

“알겠네.”

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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