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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화 저택으로 돌아가 죄를 묻다

저수부는 강영후를 만난 뒤 탕양에게 직접 두 부부를 처소에 배웅하라고 부탁했다. 그는 희씨 어멈을 보러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원경능의 그 말을 듣고 이미 마음을 놓았다.

원경능은 대청에서 그를 막아 섰다. 그녀는 눈길을 올리고는 물었다.

"저수부께서 혹 덕강차루(德康茶樓)에 가셔서 물어보실 수 있습니다. 밖에 낭설들은 덕강차루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수부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 보다가 느긋하게 답했다.

"네, 왕비, 감사합니다."

그는 소요공과 걸어 나와 거리에 서있었다. 그의 청색 의복이 바람에 나부꼈다. 백발이 된 머리는 아침 햇살아래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날이 추워져 오고 가는 백성들은 이미 솜옷을 껴입고 있었다.

저수부는 말을 이끌면서 천천히 걸었다. 소요공은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는데 몇 마디 나누고 싶었다. 다만 또 눈 앞의 이 광경이 자신들이 대막(大漠)의 전쟁터로 떠나던 전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그때 아무 말도 안 했었다. 왜냐하면 모두 알고 있었었다. 그 전쟁이 참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혹은 누구도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어젯밤 겪었던 것도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이었다.

그들은 모퉁이에서 갈라섰다.

저수부는 의연히 말을 이끌고 홀로 걷고 있었다. 하인은 멀리서 따라올 뿐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

처음에 저수부의 뒷모습은 쓸쓸하고도 고독했다. 바닥에 비춰진 그의 그림자는 옅은 검은색 원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꼿꼿하게 펴더니 말에 올라탔다. 따스한 햇살이 그의 몸에 비췄지만 조금의 온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저수부의 온몸에서 더 없는 한기가 뿜겨 나왔다.

하인은 말을 타고 뒤를 따랐다.

앞과 뒤로 말 세필이 저씨 저택을 향해 미친 듯 뛰고 있었다.

그는 덕강차루에 조사하러 갈 필요가 없었다. 어젯밤 출궁할 때 이미 하인에게 조사하라고 분부했었다. 또한 조사 결과가 새벽에 그의 수중에 들어왔다.

****

저씨 저택, 저씨 가문의 기둥은 어젯밤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

공무로 출장을 가지 않는 외에 전례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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