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취는 원경능은 쉽게 허락하자 참지 못하고 눈길을 올리면서 의심스레 말했다."당신 설마 희씨 어멈에게 가지 못한다는 명을 내린 건 아니겠죠? 당신이 이렇게 좋은 마음일 리가 없어요."원경능은 눈에는 조소가 섞여있었다."당신의 모친이 곧 죽게 생겼는데 아직 이곳에서 제 인격을 의심할 여유가 있나 봐요?"저명취는 차가운 얼굴로 몸을 돌리고는 아사에게 싸늘히 말했다."네가 길을 안내하렴."아사가 콧방귀를 꼈다."절 하인으로 부리지 말아요. 전 누구의 하인도 아니거든요. 당신의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거두세요."저명취는 실로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자연히 아사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날 제왕부에서 논쟁할 때 아사도 있었다.저명취는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사 아가씨, 수고스러운 대로 길을 안내해주세요."아사도 화를 참으며 자신의 가만있지 못하는 주먹을 감추었다. 자신이 잠시라도 억제하지 못한다면 그녀의 콧날로 휘두를까 봐 두려웠다.아사는 저명취를 데리고 희씨 어멈의 방에 왔다. 저명취는 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자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아사가 그녀를 데리고 침상에 이르렀을 때 기씨 어멈이 위독해 보이는 희씨 어멈을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저명취는 크게 놀랐다."어멈은.... 어멈은 어찌 된 일인가요?"저명취는 당황해 말도 바로 못했다. 아사가 싸늘하게 말했다."만일 밖의 낭설이 당신을 말한 것이라면 압력과 입방아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요?"저명취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어쩐지 조부가 하룻밤에 백발이 되었다고 했어. 어쩐지 조부가 이렇듯 크게 화를 낸다고 했어. 어쩐지 조부가 모친을 죽이련다고 했어.'순간 저명취는 넋을 일었다.그녀는 원래 희씨 어멈을 찾아와 도리로써 그녀를 설득시키고 정으로 감동시킨다면 조부가 모친을 죽이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황궁에 오랫동안 있었으니 세상 물정을 꽤 알 것이었다. 이는 낭설을 더 크게 부각시킬 것이었다.그녀는 희씨 어멈을 데리고 가기만 한다면 필히 조부를 저지할 수 있으리라
그녀는 무기력하게 저씨 저택의 대문에 돌아갔다. 그러나 태조모의 가마가 문 어구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마음 속에 울분은 태조모의 자상한 얼굴을 보았을 때 순간 터져 나왔다. 그녀는 태노부인의 앞에 꿇어앉아 울며 말했다."태조모, 이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시려고 드디어 돌아오셨네요. 만일 조금 더 늦었다면 큰 사단이 났을 겁니다."아직 저택의 문 어구였다. 비록 일반 사람들은 들어오지 못했으나 노태부인은 저명취의 이러한 추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상한 얼굴에 순간 한기가 어리더니 위엄이 있게 말했다."일어나서 나와 함께 들어가자꾸나."말하고는 한 늙은 어멈의 부축을 받으며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저명취는 자신이 추태를 부렸음을 알고 일어나 눈물을 훔쳤다. 그제야 내쫓긴 부친이 등 뒤에 흐트러진 몰골로 서있는 것이 보였다.저명취는 비통하여 흐느끼며 말했다."부친."저 대인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울지 말고 들어가거라. 너희 태조모가 우리의 편을 들어줄 거다."저수부는 노태부인의 도래를 기다리고 있었다.노태부인의 가마가 도착했을 때 이미 하인이 들어와 보고했었다.저수부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의연히 꿇어있는 방안의 사람을 보면서 피로한 미간을 주물렀다. 그리고는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셨다.관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 마시지 마십시오. 제가 따뜻한 차를 올려드리겠습니다.""차가운 찻물이 사람의 마음을 더 맑게 하는 법이다."저수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하고는 천천히 잔을 내려놓았다. 태노부인이 동씨 어멈(佟嬷嬷)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나가 태노부인을 부축했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태노부인은 상석에 모시고는 곧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태노부인은 자리에 앉은 뒤 무거운 눈빛으로 뭇사람들을 훑어보았다."다들 꿇어앉아 무엇 하느냐? 일어나거라!"일찍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던 저 대부인은 노태부인이 돌아온 것을 보고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는 무릎을 꿇은 채 울면서 다가갔다."노
이 말을 뱉자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울먹이며 사정하던 소리도 순간 사라졌다.태노부인은 화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렇다면 네 모친인 나마저도 쫓아내려는 것이야? 오늘 네가 감히 대청 안의 누구라도 해한다면 네 앞에서 당장 죽어버릴 것이야. 네가 불효의 죄명을 안도록 말이다."저수부를 그녀를 바라 보며 차갑게 말했다."전 사실 당장 월미안으로 보내버리라고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 당신이 이곳에서 바라 보기를 바랍니다. 우리 저씨 가문의 사람들이 당신의 방임 하에 어떻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이 사람들 중 하나라도 쓸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당신이 죽고, 제가 죽으면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 도마 위의 고기가 될 겁니다. 다만 그때가 되면 당신도, 저도 못 볼 겁니다."태노부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그러나 내가 너에게 늘 권고하지 않았느냐? 네가 아직 여력이 있을 때 가문의 사람들을 모두 발탁하라고 말이다. 우리 저씨 가문이 거대한 나무로 자라 땅에 뿌리를 길게 박으면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수 있겠느냐? 현재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는데 가족들에게 화살을 돌리다니, 나약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 네가 정말 영웅이라면 저씨 가문의 천추 가업을 위해 힘써야지 소심하면 안 된다."저수부가 싸늘하게 울었다."당신 역모하려는 생각입니까? 나이를 잔뜩 처먹고 융통성이 없으니 언젠가는 우리 저씨 가문의 큰 화가 될 겁니다. 만일 부친께서 아직 계신다면 제가 죽더라도 당신을 내쫓으라고 충고할 겁니다. 당신이 우리 저씨 가문 자손들을 해코지하지 못하게 말입니다."이 말에 뭇사람들은 경악했다. 이 말은 불효막심하고 인륜에 어긋나는 말이었다. 태노부인은 눈을 뒤집더니 거의 당장에 혼절할 뻔 하였다.바로 이때 저수부는 이미 목아에게 손짓을 하고는 그 독주로 눈길을 돌렸다.목아는 성큼성큼 다가와 독주를 들고는 저 대부인의 곁으로 갔다. 저 대부인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힘껏 뒤로 숨었다. 그녀의 눈은 경악과 공포감으로 가
태노부인은 깨어난 뒤 교지를 듣고 오랫동안 입술이 떨렸다. 그녀의 뿌연 눈에 공포가 어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저씨 가문이 어찌 이렇게 몰락되었는가 말이다.""군주."그녀의 곁에서 오랫동안 시중을 들던 동씨 어멈이 탄식하며 말했다."아마 노야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씨 가문에서 요 몇 년간 너무 선 넘게 행동한 듯 합니다.""이는 우리가 응당 받아야 할 것들이다."태노부인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비통하고도 막연하게 말했다."우리의 성은 저씨란 말이다. 나의 딸은 궁의 황후고 나의 손녀도 궁의 황후다. 우리 저씨 가문은 현재 북당에서 가장 큰 가문이란 말이다. 태후의 소씨 가문 따위는 우리와 비할 바도 못되지. 왜 이렇게 되었느냐? 태상황께서 이미 죽은 호국후와 비천한 하인 때문에 교지를 내려 우리 저씨 가문의 대부인을 죽이려 하다니? 이 몸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받아들일 수도 없어. 너.... 너 빨리 나를 부축하거라. 이 몸이 입궁하여 태상황을 뵈어야겠다.""군주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이 일은 이젠 끝났습니다. 대부인도 죄를 받고 죽었고요, 저희들은 이만 월미암으로 돌아갑시다."동씨 어멈이 권고했다."쫓아버렸어야 했다. 응당 쫓아버렸어야 했어."태노부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발걸음이 비칠거렸다. "내쫓으면 저씨 가문의 사람이 아닐 것이었지. 그렇다면 저씨 가문이 백관이 보는 앞에서 폐하의 질책을 당하지 않을 것이었고, 체면이 모두 깎였구나."그녀는 순간 눈앞이 새카매져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기절했다.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저수부는 고집스럽게 청산을 진행하려고 했다. 하인에게 저씨 가문 자제들의 모든 재산들을 조사하게 하고는 전부 몰수하였다. 모든 사람들은 발급받는 월례은자로 생활해야 했다.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저수부는 특별히 오랫동안 암위를 배양했었는데 몰래 저씨 가문 자제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도록 명했다. 밖에서의 거동을 모두 보고하도록 말이다. 그들에게는 자제력이
저씨 가문은 여전히 동란상태였다.저 노부인은 절로 월미암으로 가려 하였지만 태노부인은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태노부인은 저씨 가문이 바로 잡히는 과정에 원망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이 저택에서 위엄이 있는 존재였다. 그녀가 이렇게 권력을 뺏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리하여 태노부인은 저씨 가문의 높은 항렬들을 불러모아 저씨 저택에서 함께 저수부를 "공개 재판"하려 하였다.저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태노부인을 매우 존중했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까지 홀로 저씨 가문의 안채를 떠맡았었다. 어느 집에서 사단이 나던지 모두 태노부인이 출마하여 해결해 주었었다.경성에서는 대장공주(大长公主)도 태노부인만큼 위풍이 있지 못했었다. 태노부인은 저씨 가문을 두둔했다.저씨 가문의 사람이기만 하면 자신의 집안 가족이 아니라도 모두 감쌌다. 저씨 가문에서 무슨 사단이 나도 모두 무마할 수 있었다.몇 년 전 그녀의 한 못난 손자가 밖에서 사람을 때려죽였었다. 피해자의 가족들이 관아로 가서 고소하려 하자 그녀가 출마하여 무마했었다. 일전 한푼 배상하지 않았고 도리어 피해자의 가족들이 저씨 가문의 체면을 더럽힌 죄로 사죄하러 찾아오도록 하였었다.이 사건은 관아로 가지 못했었다. 피해자 가족들도 그저 재수없다고 여기며 피해자가 절로 넘어져 죽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었다. 저씨 가문의 보복이 두려워 그날 밤 짐을 챙기고 경성을 떠났었다.이러한 일들을 빈틈 없이 해냈는지라 밖에도 자연히 소문이 돌지 않았었다.태노부인은 이러한 존귀함을 매우 즐기고 있었다. 가문의 자식, 조카들의 절을 받는 것을 즐겨 매년 생신이면 부중으로 돌아왔다. 태노부인의 밑으로 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려와 머리를 조아리면서 입으로는 모두 덕담을 말하곤 했는데 이에 매우 기분이 좋았었다.태노부인은 반평생 부귀영화를 누렸으며 소란스러운 생활에 습관되었다. 월미암의 대문도 매일 북적북적하기 그지 없었다. 경중의 귀인들과 봉호를 받은 부인들, 그리고 저씨 가문 작은 항
오늘 그녀는 매우 고귀하게 입었다. 금은실로 박쥐 많은 자손들을 수놓은 비단 의복에 목에는 둥글고 윤택이 있는 남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이 남주는 궁중 태후의 것보다도 더 둥글고 컸는지라 태노부인은 자신의 위치가 태후 소씨 보다 낮지 않다고 여겼었다.단정하고도 위엄 있는 자태로 희뿌연 문 밖을 바라 보고 있는 태노부인의 눈빛은 막연했다.또한 저수부는 두 손을 소매에 넣고 있었는데 마치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는 일반 영감 같았다. 등이 조금 굽었고 어깨도 조금 휘었는데 눈썹 끝이 축 처져있었다. 그러나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밖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러한 눈빛아래 밖에 어떠한 잡귀신이 있다 하여도 종적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왜 이 어미에게 이렇게 대하는 것이냐? 난 너를 양육하였고 지금의 너로 만들어주었는데 왜 이렇게 불효를 저지르는 것이냐?"결국 태노부인이 먼저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불효라고요?"저수부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여태껏 이 아들이 효성스럽지 않았습니까? 모친께서 말하시는 것 모두 그대로 했습니다. 모친께서 여태껏 만사가 순조롭게 보내셨고 매일 열명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왔었습니다. 당신은 존귀함과 부귀영화 어느 한 가지가 부족했던 적이 있었습니까?"태노부인이 싸늘하게 웃었다."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모두 네가 준 것이 아니다.""제가 준 것이 아니고 누가 준 겁니까? 밖에 있는 사람들과 부중의 가족들이 모친의 항렬이 높다고 하여 존중하는 것 같습니까?"저수부가 담담히 말했다."넌 이 어미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너처럼 이렇게 하는 아들이 없어."태노부인이 화를 냈다. 저수부는 고개를 저었다."복수를 하려면 여태껏 기다리지 않았을 겁니다.""그렇다면 왜 이렇게 하는 것이냐?"태노부인은 그를 바라 보며 실망한 듯 고개를 저었다."네가 이렇게 하여 우리 저씨 가문의 존귀한 위치를 완전하게 잃게 된다는 걸 알고 있느냐? 그렇다면 다른 가문들과 무슨 다른 점이 있단 말이냐? 심지어 다른 가문보
제왕부, 제왕은 이미 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저명취는 매일 울고 있었다. 어머님을 위해, 제왕의 무정함을 위해, 자신의 기구한 팔자를 위함이었다.각종 불만이 모두 이 순간에 터져버렸다.그리하여 드디어 제왕이 돌아왔을 때 저명취는 달려가 제왕을 가로 막았다.그녀의 눈은 팅팅 부어 틈이 겨우 보일 정도였다. 그녀에게 있어 요 며칠 동안은 천지가 뒤흔드는 듯 하였다. 그녀가 그를 필요로 할 때 그가 부재했다. 이러한 원한으로 인해 제왕이 무표정으로 그녀의 앞에 서있었을 때 저명취는 가슴속의 비분을 다 뱉어낼 수 없었다. 온몸의 기력을 다해 그의 뺨을 갈기고는 분노 섞인 말을 했다."왜 나에게 이러는 거예요?"제왕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빤히 바라 보았다. 그녀의 모든 추악함이 낱낱이 밝혀진 듯싶었다. 그 순간 제왕은 심지어 그녀의 뺨을 도로 갈기려는 충동을 참지 못할 뻔 하였다.다만 그는 여인을 때리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은 때릴 수 없었다.그리하여 제왕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싸늘하게 그녀를 바라 보았다.저명취는 모든 울분을 뱉어냈다."제가 당신에게 충분히 잘하지 않았나요? 저는 전심전력으로 당신을 위했어요. 당신에게 시집오기 위해 제가 뭘 희생했는지 아나요? 제가 배후에서 당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아나요? 은혜도 모르네요, 당신은. 당신은 정말 은혜도 모르네요. 우문경, 전 당신을 잘못 보았어요."제왕의 등뒤에서 누군가가 머리를 천천히 내밀었다. 동그란 얼굴에는 겸연쩍고도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왜 최근에 늘 이런 일이 있는 거야? 난 둘이 싸우는 걸 듣고 싶지 않는데 매번 만나게 되네.'오늘 제왕이 초왕부에 갔었다. 그녀가 초왕부에서 묵는 것을 보고 희씨 어멈이 몸조리 하는 것을 방해한다며 당장 돌아오라고 하였다. 원영의는 초왕비 언니 앞에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저 물건을 정리하고 돌아왔다.원래 함께 들어왔는데 아마 자신의 몸집이 작고 제왕의 체구가 거대한지라 마침 자신을 막게
그녀는 점점 슬프게 울었다. 울 수록 어찌 해야 할지를 몰랐다.결국 시녀에게 치장하는 것을 시중들게 했다. 두꺼운 분으로 부은 눈두덩이를 가리고는 나가겠으니 하인에게 가마를 준비하라고 명했다. 또한 우문호는 퇴근한 뒤 바로 말을 타고 왕부로 돌아가려 했다.길 어구에 이르렀을 때 누군가가 가로 막았다.우문호가 말을 세우니 술박사(酒博士: 술을 파는 사람의 직업을 존칭하여 이름) 의복을 입은 사람이 보였는데 조금 낯이 익었다. 열덕주관(悦德酒馆)의 술박사인 것 같아 물었다."무슨 일이냐?"그 술박사가 공수하며 다가갔다."소인 초왕 전하를 뵈옵니다. 고사라고 부르는 소야가 소인에게 이곳에서 전하를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고사 소야께서 요긴한 일이 있어 전하를 뵙자고 하십니다.""고사 소야?"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고사 이놈이 오늘 낮에 당직이지 않았어? 아직 날도 저물지 않았는데 출궁했다고? 출궁하자 바로 술을 마시다니? 부패하다 못해 썩어 문드러졌군.'"네, 고사 소야께서 필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술박사가 계속 공수하였다."긴요한 일이 있다고 하셨습니다.""본왕에게 할 일이 있으니 안 간다고 전해라."우문호가 답하였다. 술박사가 재빨리 답했다."전하, 고사 소야께서 전하께 이십 년이 된 여아홍을 드리려 하니 필히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우문호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자신이 최근 철든 낭군 노릇을 하기 위해 일찍이 집에 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불러 술을 마시다니, 이러한 나쁜 벗은 꼭 엄하게 꾸짖어야 했다. 그러는 김에 그의 술을 몰수해야 했다.도가 지나쳤다. 이십 년이 된 여아홍을 얻고도 일찍이 자신에게 알리지 않았다니. 출궁하자 바로 마시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러한 좋은 술을 얻는다면 당직할 때 마시지 않는 것만으로도 인내심이 매우 뛰어났다.우문호는 두 다리로 말의 배를 조르면서 호기롭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술박사가 그를 데리고 열덕주관에 이르렀다. 하인이 문 어구에서 그를 위해 말을 이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