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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탓에 유나은은 남자에 대한 기억도 흐릿해져 갔다. 만약 사진을 보지 않는다면 가끔 그의 생김새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유종원, 그녀의 생부였다.

유나은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그를 보았다.

“삼촌은 왜 갑자기 내 생부에 관해서 묻는 거야?”

이연준은 그냥 갑자기 떠오른 것이라며 대답하곤 되물었다.

“원망한 적은 없어?”

“딱히 원망할 것도 없었어.”

유나은은 담담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돌아가셨잖아.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나를 키우고 싶어 하셨지만, 양육권은 우리 엄마가 가져왔잖아. 그리고 날 데리고 이씨 일가로 와서 나를 낳아주신 아빠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어.”

유나은은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연준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지면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지만 이연준의 심장은 돌로 만든 것처럼 차갑고 냉정하여 그런 그녀를 보고도 동정하지 않았다.

“삼촌,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왜 갑자기 내 생부에 관해 물어본 거야?”

그녀는 꼭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

이연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그녀에게 말해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

“금요일 시간 비워 놔. 본가에 가야 하니까.”

유나은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본가는 왜?”

“왜, 본가로 가기 싫어?”

이연준은 바로 그녀의 마음을 파악했다.

“할아버지가 그냥 넘어가 주실 줄 알았냐.”

유나은은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엄마인 김준희는 그녀가 떠날 때도 몇 번이나 본가로 돌아가 할아버지인 이동건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 생활이 그다지 좋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도 알아.”

그녀는 얌전히 대답했다.

그녀의 모습은 얌전해 보이긴 했지만 이연준의 눈에는 그저 꾸며낸 모습이었다. 오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 이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또. 네가 하고 있던 이상한 생각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야.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

유나은은 그의 말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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