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관계

은밀한 관계

에:  이수정  연재 중
언어: Korean
goodnovel4goodnovel
10
4 평가
30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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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은은 자신이 줄곧 이연준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다. 그의 옆에서 아무런 명분 없이 지내도 착하고 얌전하게 말을 잘 들으며 달갑게 그에게 휘둘리고 아낌없이 이 남자를 사랑해주었다. 그러던 중 이연준의 약혼 소식이 전해졌고 유나은은 여전히 못 믿은 채 바보처럼 따져 물으러 갔다. 결국 그녀는 이 남자의 무덤덤한 대답만 안고 왔다. “난 너한테 충분히 잘해줬어!” 그 순간 유나은은 철저히 깨달았다. 자신의 일편단심은 웃음거리일 뿐이고 그에게 본인은 고작 장난감에 불과하단 것을. 나중에 유나은은 결혼을 준비했다. 결혼식 당일, 신랑은 그녀를 위해 도시의 한 거리를 통째로 비우고 수백 대의 수입차가 웅장하게 이 거리를 휩쓸었다. 거의 10년 만에 보는 위풍당당한 기세에 모든 이가 유나은이 시집을 잘 갔다고 칭찬했다. 이연준도 결혼식장에 왔지만 신랑 신분은 아니고 하객 신분은 더더욱 아니다. 그는 신부를 빼앗으러 왔다. 유나은은 부케를 들고 신랑의 팔짱을 낀 채 이연준의 앞으로 다가가 애초에 그가 했던 말투와 똑같이 되물었다. “내 웨딩 화보는 충분히 클 텐데? 삼촌이 노안이라서 잘 안 보이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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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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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kko Ko
다른 작품들보다 읽기가 편해요 오타도 적고 내용이 재미있어요
2024-06-24 18:03:2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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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kko Ko
다음 편이 왜 안나오나요? 안나올 수도 있나요? 여태 읽은 것 중에 제일 잼나는데 연재해주세요!
2024-06-24 18:02:1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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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윤
끝까지 연재했으면 좋겠네요
2024-06-22 13:44:1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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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해윤
없어지지말고 계속 연재해주세요
2024-06-22 13:43:33
0
30 챕터
제1화
유나은은 요 이틀 구역질이 심하고 생리도 8일이나 미뤘다.보름 전, 그 남자가 스완 시티에서 돌아온 그 날 밤, 너무 성급하고 사납게 몰아붙여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잘못 걸린 듯싶었다.병원 동료들이 입방정이다 보니 유나은은 퇴근 후 일부러 길을 에돌아 밖에 있는 약국에 가서 임테기를 구입했다.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결과를 기다리는 몇 분 동안, 유나은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하필 이때 밖에 놓아뒀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우우웅...유나은은 가슴이 움찔거렸지만 신경 쓰지 않은 채 머리를 숙이고 임테기 결과만 기다렸다.임신 테스트는 5분 뒤의 결과가 가장 정확하다. 유나은은 시계를 들여다봤는데 아직 2분이 더 남아있었다. 확실히 그녀가 조급한 듯싶었다.그 시각, 밖에 있는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시끄러운 벨 소리와 진동음 때문에 그녀는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혹여나 중요한 일일까 봐 걱정된 그녀는 결국 나가서 전화를 받았다.유나은은 발신자 번호를 본 순간 거부감이 들어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지만 상대는 받을 때까지 걸어올 기세였다. 그녀는 마지못해 전화를 받고 수척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전화기 너머로 김준희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은아, 네 아저씨 또 병이 도졌어. 날 유리로 찌르고 불을 달려고 해. 피가... 몸에 피가 너무 많이 나. 나 너무 아파... 얼른 도곡 별장으로 돌아와...”유나은은 순간 휴대폰을 꽉 잡았다.“일단 안전한 곳으로 가서 숨어요. 나 금방...”‘돌아갈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제로 통화가 종료됐다.전화가 끊기면서 유나은은 처참한 비명을 똑똑히 들었다.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모든 걸 제쳐두고 슬리퍼도 못 갈아신고 허겁지겁 문밖을 나섰다.그녀가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면대 위의 임테기에 결과가 나왔다....도곡 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꽤 멀었다.유나은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어둠이 드리워지고 하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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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유나은은 의기소침해서 딱히 반박하지 못했다.김준희는 전혀 본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하물며 두 사람 잠도 잤겠다. 이 3년 동안 너 정말 아무것도 건지고 싶지 않아? 명분은 있어야 할 거 아니야?”“엄마!”유나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만 해요.”하지만 김준희는 진작 마련한 옷을 그녀의 손에 쑤셔 넣었다.“원우 3층 침실에서 쉬고 있을 거야. 내가 다 시간 재서 널 돌아오라고 한 거야. 이때쯤이면 아무도 없을 테니 얼른 올라가 봐.”유나은은 아랫입술을 꼭 깨물고 한없이 수치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몇 년 동안 그녀는 줄곧 반복해서 생각했다. 만약 그날 밤 그 차를 엄마가 직접 그녀에게 준 게 아니었다면 아마 평생토록 엄마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적을지라도 그 마음을 의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일말의 의심도 없었겠지...유나은은 시린 마음을 추스르며 옷을 돌려주었다.“나 안 가요. 엄마도 이만 마음 접어요. 그리고, 한두 번 속지 다음엔 절대 이런 수법 안 통해요. 혼자 생각 잘 해봐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이젠 더 이상 엄마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다만 문밖에 나서기도 전에 김준희의 협박이 들려왔다.“나은아, 어떤 일은 3년이 지났지만 나한테는 평생 넘어갈 수 없단다. 마침 원우도 왔겠다, 공개적으로 말할 때도 됐겠네.”유나은은 사지가 굳어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김준희의 협박은 유나은의 머리 위에 찬물을 끼얹은 것만 같았다.몸도 마음도 한없이 차가워졌다.김준희가 쓴웃음을 지으며 경고했다.“갈지 말지 잘 생각해봐.”유나은은 주먹을 꽉 쥐어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것 같았지만 끝내 그녀의 요구에 응했다.“알았어요. 갈게요.”곧이어 명령대로 안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김준희는 가슴이 파인 벨벳 드레스를 준비했는데 너무 깊게 파여서 지퍼를 잠그니 가슴이 노출될 지경이었다. 다행히 아직 초봄이라 드레스에 니트 케이프를 매치해 겨우 바람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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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나은은 그날 밤을 영원히 기억한다.김준희는 원래 그녀를 이원우의 방에 들여놓고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후 공개적으로 이원우를 협박해 유나은과 결혼시킬 예정이었다.하지만 정작 그녀는 딸아이를 다른 방으로 잘못 보냈다. 이원우의 방에 들어가야 할 유나은은 이연준의 방으로 보내지고 말았다.다음날 아침, 잠에서 깼을 때 이연준이 자신을 쳐다보던 그 싸늘한 눈빛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이연준은 그녀에게 의도가 뭐냐고 물었고 착잡해진 유나은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말았다. 이원우을 좋아하는데 방을 잘못 들어왔으니 이연준더러 한 번만 너그럽게 봐달라고 했다.이연준은 야유 섞인 말투로 그녀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모녀가 쌍으로 난리네. 한 명은 신분 상승하려고 정신질환자에게 시집오질 않나, 또 한 명은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스스로 천하게 굴지를 않나.”유나은은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제발 너그럽게 봐줘요 삼촌...”이연준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빈말로 어떻게 너그럽게 봐주겠어? 성의를 보여야지.”유나은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이연준은 옷을 챙기고 자리를 떠났다.“앞으로 내가 부르면 바로 달려와. 내가 질린다고 할 때까지. 안 오면 뒷감당은 혼자 하도록.”유나은은 확실히 어떤 결과가 차려질지 잘 안다.그녀는 반항할 여력이 없었고 그렇게 3년 동안 이연준과 불분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한편 이원우는 다음날 출국했다고 들었는데 김준희가 사람을 붙잡지 못하니 소란을 피울 수가 없어 모든 게 일단락됐다.웃기는 건 김준희가 아직도 그날 밤 유나은과 잔 사람이 이원우라고 착각하고 있다...이연준은 지금 이 시각 유나은의 앞에 보란 듯이 서 있었다. 그의 정장 바지는 구김 하나 없이 깔끔하고 정갈했다.그는 귀한 몸을 움츠리고 앉아 유나은의 턱을 잡고서 자세히 훑어봤다.“꽤 신경 썼나 봐.”유나은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이연준이 그녀의 턱을 너무 세게 잡아당겨서 고통이 밀려왔다.“속내가 너무 드러나면 오히려 상대의 흥미를 잃게 하지.”유나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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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망했다.’어제 너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임테기 결과도 못 본 채 그대로 내버려 두고 뛰쳐나왔다.유나은은 어떻게 주승아에게 합리한 설명을 할지 고민했다. 둘은 더없이 친한 사이지만 그녀와 이연준의 일은 아무한테도 알려선 안 되기에 주승아는 줄곧 그녀가 솔로인 줄 안다.“승아야, 그 임테기는...”유나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승아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심지어 두 줄이야.”‘뭐? 두 줄이라니?!’유나은은 충격에 휩싸였다. 머리가 백지장이 되었고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맴돌았다.그녀가 정말 임신한 걸까?아니, 어쩌면 주승아가 잘못 봤을지도 모른다.유나은은 너무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요행을 바라며 휴대폰을 꽉 쥔 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되물었다.“승아야, 너 제대로 본 거 맞아? 두 줄 확실해?”주승아는 가슴 찔린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모르겠다니?”유나은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다른 한 줄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아서 그래?”주승아가 해명했다.“아까 화장실 들어왔다가 세면대에 임테기가 있는 줄 모르고 그만 세면대 안에 떨어트렸어. 이 안에 물이 그대로 있어서 임테기도 젖었거든.”물에 젖었다는 말에 유나은은 더욱 혼란스러웠다.세면대에 담긴 물은 핸드워시가 섞여 있어 임테기의 두 줄이 임신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려워졌으니까.똑똑.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유나은은 정신을 가다듬고 주승아에게 말했다.“승아야, 임테기에 관한 일은 내가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 누가 왔어. 할아버지께서 찾으시는 것 같아.”“그래, 일 봐.”주승아도 그녀가 감히 이동건을 지체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도곡 별장에서 나올 때 잊지 말고 전화해. 내가 데리러 갈게.”“알았어.”통화를 마친 후 유나은은 슬리퍼를 신고 외투를 걸치면서 문 쪽으로 걸어갔다.집사인 줄 알았는데 상대는 정작 김준희였다.“엄마.”유나은이 입을 열었다.김준희는 안색이 어두웠지만 그녀를 질책하지 않고 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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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심란해졌다.특히 지금 이동건이 날카로운 눈길로 자신을 훑어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그녀와 이연준의 은밀한 관계를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문밖의 저 아이를요?”이연준이 문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유나은을 힐긋 쳐다봤다.서로 눈이 마주친 순간 유나은의 심장이 2초 동안 멈췄다.이동건은 살짝 의외라는 듯이 그에게 되물었다.“못 알아보겠어?”이연준은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이름이 뭐였더라?”이동건이 담담하게 말했다.“유나은, 너희 상윤이 형 딸이잖아.”“아 네, 조카딸이었네요.”이연준은 느슨한 자세로 뒤로 기대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평상시에 도곡 별장에서 잘 안 보이더라니 대뜸 낯설더라고요.”그는 지금 둘 사이에 선을 긋고 있다. 유나은은 마땅히 기뻐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걸까?이동건이 불쑥 이상야릇한 웃음을 터트렸다.“낯설면서도 저 아이 대신 편들어주네?”유나은은 가슴이 움찔거렸다.이에 이연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아버지는 결국 요 녀석에게 핑곗거리를 찾아주시는 거잖아요. 얘가 방금 누굴 겨냥해서 공을 던졌는지 내가 모를 리 있겠어요?”이동건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수현이가 방금 널 맞히려고 그랬던 거야?”이연준은 이수현을 힐끔 째려보고서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직접 물어보세요.”한편 이동건이 입을 열기도 전에 이수현이 먼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이는 울먹이면서 사과했다.“흐엉... 내가 잘못했어요 삼촌, 절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난 아무것도 못 봤어요... 앞으로 다시는 함부로 뛰어다니지 않을게요. 엉엉...”이동건은 그제야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채고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지난번에 네가 뒷마당에서 처리한 일을 수현이가 본 거야?”이연준은 눈썹을 치켰다.이동건의 눈가에 싸늘한 기운이 스치더니 손을 흔들며 집사를 불렀다.“이 녀석 데려가.”집사는 재빨리 다가와 이수현의 손을 잡고 나갔다.유나은의 옆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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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이동건은 모처럼 화를 내지 않았고 조금 의외라는 얼굴로 물었다.“그래? 어느 집 영식이지?”유나은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답했다.“아직 만나고 있는 단계는 아니에요.”“집은 배현시에 있고? 직업은?”이동건은 계속해서 물었다.“네, 배현시 사람이에요. 그리고 직업은... 교수예요.”교수라는 건 어쩌다 떠오른 직업이었다.그리고 사실 다른 직업이라도 상관은 없었다. 인생 중대사를 이동건의 손에 쥐여 주어 그의 이익에 휘둘리고 싶지 않을 뿐이니까.“의사와 교수라... 잘 어울리긴 하네.”잘 어울린다고 얘기했지만 말투로 볼 때 인정하는 건지 아닌 건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도우미가 다가와 비워진 찻잔에 차를 부었다. 곧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동건의 얼굴을 완전히 가려버려 유나은 쪽에서는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도우미는 찻잔을 쥔 이동건의 손에 힘줄이 튀어나와 있는걸 발견했다. 그리고 마침 시선을 위로 올리는 그와 눈이 마주치더니 하마터면 손에 든 도자기 찻주전자를 떨어트릴 뻔했다.“쯧, 칠칠치 못하긴.”이동건이 언짢은 얼굴로 질책하자 도우미는 서둘러 뒤로 물러서며 손을 벌벌 떨었다.이에 이연준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아버지도 나이가 드시긴 드셨나 보네요. 이런 작은 일에도 성질을 다 내시고.”이동건은 혀를 한번 차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나가봐. 너도 나가고.”마지막 말은 유나은에게 한 것이다.유나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이연준의 얼굴은 보지도 않은 채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문이 닫힌 뒤 이동건은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말했다.“너는 나은이 쟤를 자주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저거 내가 오늘처럼 기를 눌러놓지 않으면 조만간 우리 집안에 악재를 불러올 거다.”이연준은 뜨거운 차를 후후 불며 말했다.“간이 콩알만 해 보이는 애가 뭘 할 수 있다고 그러세요.”“그거야 모를 일이지.”...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유나은은 메슥거림이 밀려오는 것이 느껴졌다.참으려고 했지만 발걸음을 내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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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눈앞에 있는 여자는 예쁘장한 얼굴에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있었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풀 세팅을 하고 있었다.유나은은 이 여자를 알고 있다.그녀의 이름은 양수경으로 근 2년간 이연준이 공식 석상에 무수히 많이 데리고 다녔던 여자다.이연준에 관한 소문 중에 양수경의 지분은 컸다.그녀는 얼굴이 예쁜 데다 능력까지 있었고 이연준의 곁에 제일 오래 머물고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이연준이 중요한 자리에 참석할 때면 그 옆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연준의 미래 와이프가 그녀일 것이 분명하다는 얘기도 돌고 있었다.“의사 선생님 맞죠?”양수경의 시선이 의사 가운을 다시 입은 유나은에게로 향했다. 병원에서 이렇게 예쁜 얼굴의 의사를 만날 줄은 몰랐는지 양수경은 반신반의한 표정이었다.“네, 그런데요?”유나은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그러자 양수경은 그제야 이곳으로 온 이유를 설명했다.“우리 아빠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요. 지금 바로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데 중환자실에서 나오게 해주세요.”유나은은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로 가 양진수의 차트를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양진수 씨에게 다른 지병은 없었나요?”양수경은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다른 지병 같은 건 없고요. 그냥 빨리 중환자실에서 나오게 해주세요.”“그건 안 됩니다. 병원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고 양진수 씨 이대로 보내면 위험할 수도 있어요.”유나은은 차분하게 얘기했다.“보호자인 제가 원하는 일이에요.”“보호자분, 상식적으로 오늘 아침 중환자실에 들어간 사람을 하루도 안 돼 바로 집에 보내 달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양수경은 표정을 굳히고 말했다.“그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당신이 꼭 들어줘야 한다면요?”“죄송하지만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유나은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거절했다.그 모습에 더 열이 받은 양수경은 팔짱을 한번 끼더니 협박 조로 말했다.“이봐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유나은이 되물었다.“그걸 제가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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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응, 우리 가문 사람이야.”이연준의 말에 유나은은 조금 놀라버렸다.설마 그가 직접 그녀가 누군지 밝힐 줄은 몰랐으니까.하지만 다시 자세히 곱씹어보면 그는 그녀가 조카라는 사실을 인정한 건 아니었다.윤수경은 유나은의 가운에 적혀진 이름을 보고는 당황함이 잔뜩 묻어 있는 목소리로 얘기했다.“나, 나는... 유 선생님이 이씨 집안 사람인 줄은 몰랐어...”‘이 여자’라고 부르던 호칭은 어느새 ‘유 선생님’으로 바뀌어 있었다.유나은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고는 살짝 웃었다.“성이 달라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양수경은 좀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성이 다른 걸 보면 핏줄이 아닌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그럼에도 이씨 가문 사람들을 건드려서 좋을 건 없기에 지금 그녀는 상당히 당황한 얼굴이었다.게다가 아직 이연준과 결혼한 것도 아니니 더욱더 무서웠다.그렇게 혼자 초조해하고 있을 때 유나은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양수경 씨 맞으시죠? 항상 삼촌 곁에서 같이 사진 찍히는 거 봤어요. 삼촌이 양수경 씨를 매우 좋아하나 봐요.”그 말에 양수경은 어깨가 으쓱해지며 기분이 들떴다.이씨 가문 사람에게 이연준의 여자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연준 씨가 어디 갈 때면 항상 저만 부르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면 불편하다나 뭐라나.”윤수경은 행복한 얼굴로 얘기했다.유나은은 여전히 웃음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어딘가 미세하게 경직되어 있었다.“그러면 곧 좋은 소식 들을 수 있는 거예요?”윤수경은 볼을 예쁜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이연준을 바라보았다.“연준 씨가 대답해줘.”하지만 이연준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몸을 옆으로 틀어 코트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이 각도에서는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라이터에 파란색 불꽃이 일었다.담배에 불을 붙이기 전 유나은이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삼촌, 여기 병원이에요. 담배 피울 거면 나가서 피우세요.”그 말에 이연준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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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이연준과 이런 사이가 된 지 어언 3년, 그녀는 여자친구라는 타이틀도 받지 못했고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 항상 이렇게 숨어서 만나야 했다.사실 이런 떳떳하지 못한 관계는 진작에 끊어냈어야 했다.하지만 함께하는 3년 동안 이연준은 그녀의 몸에 중독이라도 된 양 처음에는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만 부르다가 그 뒤로는 일주일에 세 번, 심지어는 보름 내내 그녀를 놓아주지 않기도 했다.“애기야...”남자의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그녀를 상념에서 끄집어냈다. 두 사람은 해암 별장에 도착한 뒤 바로 침실로 향했고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침대 위였다.목에 아릿한 고통이 일어 그녀는 낮게 신음했다.“살살, 제발 살살...”“살살 못 해.”침대 위에서의 그는 한 마리의 흉포한 짐승이 따로 없었다. 열에 일곱 번은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애걸복걸을 하고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세 번의 격렬한 사랑을 나눈 뒤 유나은은 침대에 완전히 쓰러져버렸다. 몸은 땀범벅이었고 두 눈은 뜰 힘조차 없었다.그녀의 귓가에 또다시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이에 그녀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를 밀어냈다.“안돼. 나 더 이상은 무리야.”이연준은 그녀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있는 힘껏 자신의 것을 밀어 넣었다.유나은은 침대 시트를 꽉 쥐고 또다시 그를 받아냈다.“착하네.”이연준은 땀으로 가득한 그녀의 쇄골과 목을 부드럽게 매만졌다.열기로 인해 핑크빛으로 물든 피부가 무척이나 탐스러웠다.“내 옆에 있는 게 싫어?”유나은은 거의 실신한 상태로 은은한 불빛이 감도는 천장을 바라보았다.만약 이연준의 옆에 있는 게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그는 체력도 좋고 몸매도 좋으며 관계 뒤의 매너 또한 완벽했다. 잠자리 파트너로서는 가히 최고였다.하지만 그는 이연준이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말하자면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와 같았다.“다른 생각할 여유가 있나 봐?”그는 그녀의 턱을 잡아 시선을 마주치게 했다.유나은은 그의 오뚝 솟은 큰 코를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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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얼마나 지났을까, 유나은은 매콤한 떡볶이 냄새를 맡으며 정신을 차렸다.눈을 천천히 떠보니 주승아가 병상 옆에서 치즈가 듬뿍 들어간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승아야, 다음부터는 병실 안에서 먹지 마.”그녀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이에 주승아는 고개를 번쩍 들더니 빵빵한 볼에 묻은 소스를 티슈로 벅벅 닦고 말했다.“나은아, 너 괜찮아?”그녀는 입에 있는 것을 마저 삼키고 다시 말을 이었다.“몸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응, 괜찮아졌어.”기절하기 전과 비교하면 안색은 확실히 좋아졌다.“그런데 승아 네가 여기는 왜 있어?”“아침 일찍 너한테 전화하니까 서민호라는 의사 선생님이 네 전화를 대신 받아서 네가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줬어. 그래서 바로 여기로 달려왔지.”유나은이 계속해서 물었다.“내 상황을 뭐라고 얘기했는데?”그녀는 기절하기 전 속이 울렁거리고 몸이 으슬으슬 떨리며 심장 고동이 빨라졌던 것만 기억하고 있다.주승아는 그녀에게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급성 위염이래.”유나은은 물을 건네받지 않고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되물었다.“급성 위염이라고?”“그래. 왜, 아닌 것 같아?”주승아는 그녀가 편히 기댈 수 있게 옆에 있는 쿠션을 등 뒤에 받쳐주었다. 그러고는 다시 그녀에게 물을 건네주었다.유나은은 물을 받아들고 한잔을 전부 비워냈다.주승아는 그제야 다시 의자에 앉아 떡볶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녀 앞에는 떡볶이 먹방 중인 영상이 틀어져 있었다.유나은이 정신을 차리기 전, 그녀는 떡볶이 먹방을 보다 침이 고여 결국 똑같은 떡볶이를 주문하고야 말았다.조금 뒤, 서민호가 그녀의 병실로 들어왔다. 그는 혈색이 제대로 돌아온 유나은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몸은 좀 어때?”유나은은 그를 바라보았다.“응, 이제 괜찮아졌어. 고마워.”“고맙기는.”서민호는 지금 마음이 불편했다.유나은은 그 모습을 보고 그가 뭔가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요즘 스트레스받는 일이라도 있었어?”그의 걱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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