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했던 두 남녀의 달콤 살벌한 사랑 이야기] “가영아, 우리 이혼하자. 육씨 집안에서는 깨끗하지 않은 여자를 사모님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결혼 2년 후, 육지호는 이혼 합의서를 그녀 앞에 던졌다. 임가영은 육지호가 그의 첫사랑에게 명분을 주기 위해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을 안다. 육지호의 눈에 자신은 그저 다른 남자가 놀다 버린 불량품 같은 존재였다. “육지호, 꿈 깨. 내가 있는 한 그 여자는 절대 육씨 집안에 들어올 수 없어!” 임가영이 이혼에 거절한 결과, 집안은 망하고 아버지는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 임가영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육지호의 곁에 남아 있던 그녀의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육지호와 첫사랑의 결혼 당일, 부하가 갑자기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대표님, 사모님이야말로 그날 밤 대표님과 함께 계셨던 분입니다!”
View More"왔어?"임가영이 그에게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그러나 육지훈의 나지막한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고, 가까이 오지 말라는 분위기가 온몸에 배어 있었다.그는 담담하게 그녀를 한 번 힐끗 보고는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임가영은 참지 못하고 그의 뒷모습을 향해 물었다. "육지훈, 네가 정유안 씨한테 변호사 찾아 준거야?”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 그게 왜?”"왜? 꼭 혜인이한테 이래야만 해?”임가영은 앞으로 달려가 그의 앞에 섰다."나는 이미 이혼 하겠다고 했고, 두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했는데, 근데 왜 이러는건데?”"내가 원하는 대로?”육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네가 원하는 대로겠지.”순조롭게 이혼을 해야만 그녀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남자와 같이 있을 수 있을 테니까.그리고 그 남자는 아마도 진평화겠지.임가영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처음부터 이혼을 원한건 너잖아. 근데 이제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야?”육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고 말했다."네 친구를 놔주라고?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야?”"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임가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어떻게 알아? 네가 도대체 뭘 원하는지.”육지훈은 입술을 찡그리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말했다."지난번에 봤던 그 속옷, 괜찮던데.”임가영은 갑자기 멍해졌다가 순간적으로 얼굴이 붉어졌다."너 지금 나 희롱하는거야?”그녀는 괴로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육지훈, 너 진짜 너무한다. 도대체 날 뭘로 보는 거야?”육지훈의 눈동자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그가 그녀의 턱을 잡으며 한글자 한글자 말했다. "네가 날 뭘로 보면, 나도 똑같이 널 뭘로 보겠지!”말을 마친 그는 빠른 걸음으로 위층으로 걸어갔다.임가영은 그가 다른 침실로 간 줄 알았는데, 위층에 도착해서야 육지훈이 그녀의 침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잠깐만 나가 있으면 안 돼?”임가영은
아니면, 임가영이 바람 핀 남자가 진평화인가?그러자 육지훈의 안색은 더욱 험악해졌다.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그는 그녀를 오해한 것 때문에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리고 지금은 다른 남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임가영은 진평화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집에 초대하지는 못했다.육지훈이 집에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다행히 진평화도 매너가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그녀를 목적지까지 바래다 주고는 차를 몰고 떠났다.임가영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물었다.“아주머니, 그 사람은... 왔어요?"만약 그녀가 누명을 썼다는 걸 알면 그는 후회하지 않을까? 그녀를 좀 더 신경 쓰지 않을까? 정유안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지는 않을까?아쉽게도 장희숙이 난처하게 입을 열었다.“아니요, 안 오셨어요.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까요?”"그럴 필요 없어요."임가영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여기 올 시간이 없을 거예요.”그는 정유안과 함께 있을 것이다.그녀는 쓸쓸히 침실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그때, 갑자기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발신자 표시를 보았는데,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세요?”"가영이니? 나 혜인이 아빠야.”전화기 너머에서 하혜인 아버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혜인이가 고의상해죄로 구치소에 잡혀간 거 알고 있어?”임가영의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녀는 하혜인의 아버지가 걱정할까봐 이 일을 알리지 않았다.근데 어떻게 알게 된거지?임가영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아저씨... 누가 알려준 거예요?”"변호사한테서 경고장이 날아왔는데 어떻게 모르겠니. 변호사가 나한테 전화해서 혜인이가 정유안이라는 무용수를 때렸다고 하던데.”하혜인의 아버지가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요즘 혜인이가 나한테 연락도 잘 안해서. 넌 혜인이랑 제일 친한 친구잖아, 무슨 일인지 알고 있어?”임가영은 하혜인이 자기 대신 나섰다가 경찰에게 잡혀간 일을
"그만해요! 내가 언제 발을 빼겠다고 했어요?”"지금은 일단 밖에 나가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마요.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전화를 끊은 후 정유안은 더욱 짜증났다.비록 방금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라고 무슨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임가영과 육지훈을 이혼시키고, 자기한테는 아무런 화살도 돌아오지 않게 하고, 그리고 이번 일도 깨끗하게 처리하라고?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임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때는 임가영이 막 학교를 마쳤을 때였다.정유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보고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멈추었다."임가영 씨, 당신 친구 안 구할 거예요?"정유안의 목소리가 차가웠다."당신, 나한테 약속한 일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네요?”임가영이 덤덤하게 말했다."보시다시피 인터넷에서 이미 많은 교수님들이 저를 도와 해명하고 있어요. 당신이 제 커리어를 망치게 하려는 계획은 실패한 것 같네요.”"그럼 이혼은요?" 정유안이 계속 캐물었다.“재밌어요? 굳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 옆에서 자발적 내연녀가 되는게? 지훈이는 요 며칠 동안 줄곧 저와 함께 있었어요. 그리고 당신이 그에게 너무 치근덕거려서 짜증난다고 말했어요. 지훈이가 이미 당신을 이렇게 싫어하는데, 아무리 그 애 옆에 귀찮게 달라붙어 있어도 의미가 없어요.”임가영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정유안의 앞에서 자존심을 잃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어디 한번 저랑 지훈이가 이혼하게 해보던가요. 그럼 저도 참 고맙겠네요.”이 말은 정유안의 입장에서는 순수한 도발이었다."임가영 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럼 당신 친구가 감옥에 갇히도록 그냥 내버려둬요. 평생 그 죄책감을 가지고 살게 해줄게요!”정유안과의 통화가 끝나자 임가영은 이마를 감싸쥐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그녀는 계속 하혜인의 일을 생각하며 멍하니 앞으로 걸어갔다.바로 그때, 검은색 벤츠가 급정거하는 소리에 그녀가 정신을 차렸다.임가영은 깜짝 놀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차와 부딪힐 뻔했다.
"가영아, 미안해, 우리가 오해했어.”"그래 그래, 근데 너도 오히려 잘 된 셈이지. 진 교수님 같은 사람 눈에 띄었으니까. 이제 대학원에 진학할때 우리보다 더 쉬울거 아니야.”"참, 진 교수님이 내년에 대학원 진학 때 제자로 받아주겠다고 하셨어?”임지영은 그 물음에 어리둥절해하며 대답했다."진 교수님과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은 없어서 잘 몰라 나도.”그나저나 교실에는 귀에 거슬리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주위를 둘러본 임가영이 물었다. "노정서는? 수업에 안 왔어?”"걔?"평소 노정서는 동기들에게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아, 한 동기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실험실에서 누군가한테 찍혔다나봐, 그래서 아마 쫓겨난 것 같아. 이제 실험 할 곳도 없는데, 졸업 논문은 못 쓴다고 봐야지. 이미 며칠째 휴가 내고 수업에 오지 않았어.”임가영은 의문스러웠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쨌든 노정서는 예전에 그녀에게 일이 생겼을 때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고 했다.그러니 그녀의 생사 또한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다....아성 그룹.육지훈은 사무실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었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그는 병원에 가지도, 집에 가지도 않고, 쉴 때도 사무실에 있었다.그가 SNS에 있는 진평화의 해명을 다시 한 번 봤다.임가영의 남편으로서 그는 그녀를 믿지 않았고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그리고 결국 다른 남자가 이렇게 임가영의 결백을 증명해줬다.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육지훈의 눈동자가 잠시 빛나는가 하더니, 스크린을 보고는 다시 어두워졌다.또 정유안의 전화다.그는 수신거절 버튼을 눌렀다.그는 이 일들이 모두 정씨 집안의 친척들이 한 짓이고 정유안은 그 집안의 양아치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근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유안의 전화를 보는 순간 솟아오르는 짜증을 참을 수 없었다....병원.정유안은 다시 어두워진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육지훈은 한 번
각도가 좋은 덕분에 그때의 상황이 처음부터 끝까지 선명하게 찍혔다.의학 분야의 떠오르는 인재이자 심장외과의 권위자인 진평화가 직접 이 영상 아래에 설명을 곁들였다.알고 보니 이 동영상은 그의 여동생이 해성대 앞을 지나가다 그 장면을 보고 찍은 것이었다.하지만 진평화는 평소 해외에서 연구를 했기에 귀국한 적이 거의 없어서 국내의 사정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날은 동생과 영상통화를 하며 잡담을 나누던 중 우연히 이 일을 알게 되었다.임가영에게 구조된 사람의 가족이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울 줄은 몰랐다.진평화는 당장 여동생에게 동영상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고, 동영상을 공개하며 임가영의 구조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처음부터 끝까지 임가영 씨의 구조 방법과 조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약 또한 천식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약입니다.]진평화는 영상 말미에 말을 덫붙였다.[죽을 위기에 있거나 다친 사람을 구해도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앞으로 저희 의사, 그리고 의대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죠? 그리고 병원 밖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때 구조되지 못해 목숨을 잃어야 합니까?]진평화의 동영상은 공개되자 미친 듯이 퍼졌다.많은 의학계 교수들도 동영상을 보고는 임가영을 두둔하고 나섰다.임가영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전에 임가영을 욕했던 네티즌들은 임가영을 모욕한 사람들을 욕하기 시작했다.[그 빌어먹을 할멈. 그런 사람한테서 나온 아이니까 그 모양인 거겠지.][그러니까, 죽일 놈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어. 보나마나 임가영 한테서 돈 뜯어내려고 그런 거겠지.][임가영 씨가 불쌍해. 사람을 살렸는데도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다니, 정말 구할 가치도 없어.]“...”상황은 갑자기 반전되었고 임가영은 순식간에 죽일 년에서 영웅으로 변신했다.잠시 후, 임가영은 해성대 교장으로부터 직접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임가영에서 학교로 돌아오라고 부탁했다."가영 학생, 정말 미안해요.”교장은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했다."이번 일에 대해 철저
그녀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달려갔지만 탁자 위에는 어젯밤에 그녀가 인쇄한 이혼 합의서가 없었다.그녀는 한참을 찾다가 결국 쓰레기통에서 찢어진 이혼 합의서를 찾아냈다.거기에는 자신의 사인만 있을 뿐, 육지훈이 사인할 곳은 비어 있었다.그 순간, 그녀는 다행인지 실망인지 모를 감정을 느꼈다.다행히, 그는 아직 그녀의 남편이다.그리고 실망스럽게도, 그녀는 정유안의 요구를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하혜인은 아직 구치소 안에 갇혀 있다.임가영은 자기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오전에 장희숙이 별장으로 돌아왔다.임가영은 장희숙이 오늘 돌아올 줄 몰랐다.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장희숙에게 전화를 할 시간도 없었다."대표님이 사모님을 돌보라고 하셨어요.”장희숙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여전히 사모님을 아끼시나 봐요. 혼자서는 안된다면서 저를 부르셨어요.”임가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행복한 감정은 느낄 수 없었다.결국, 그녀에게 필요한 사람은 장희숙이 아니라 그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다."사모님, 뭐 좀 드시겠어요? 제가 지금 해드릴게요.”장희숙은 냉장고를 열고 나서야 안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녀가 말했다."그럼 전 일단 장 보고 올게요. 예전에 좋아하시던 음식들 하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네, 고마워요, 아주머니.”임가영은 엷게 웃으며 장희숙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장희숙이 외출한 후 임가영은 서재의 컴퓨터 앞으로 왔다. 그녀는 검색한 정보를 바탕으로 로펌에 전화를 하며 문의를 했다.하지만 모든 로펌이 그녀에게 준 답은 거의 다 같았다. 소송을 걸면 하혜인 쪽의 승산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결국 하혜인이 사람을 때린건 명백한 사실이고, 게다가 이미 정유안에게 경미한 부상을 입혔다.임가영은 너무 답답했다. 결국 정유안이 소송을 취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육지훈과 이혼하지 못했으니, 적어도 나머지 하나의 약속을 지켜야 정유안의 화를 풀 수 있다.그녀는 문서 파
"임가영?"깜짝 놀란 육지훈은 황급히 일어나 그녀를 안아 들고 침실로 달려갔다.그가 그녀를 침대에 눕혔지만 그녀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임가영, 시치미 떼지 말고 일어나!”육지훈이 호통쳤다."방금까지 울면서 불쌍한 척 하더니 이젠 꾀병이야? 장난 치지 말고 빨리 일어나.”하지만 안타깝게도 임가영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댔다. 임가영의 이마가 불에 덴 듯 뜨거웠다.언제부터 열이 났지?육지훈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개인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개인 주치의가 오는 틈에 그는 욕실로 가서 찬물을 받아와 수건으로 열을 식혀주려 했다.그러다가 그는 무심코 싱크대 옆에서 그녀의 젖은 옷을 발견했다.그 옷은 그녀가 오늘 오전에 그를 찾으러 왔을 때 입었던 것이다.그러니까, 임가영은 오늘 비를 맞으면서 집으로 온 건가?“빌어먹을.”육지훈은 자신에게 향하는 건지, 아니면 임가영에게 향하는 건지 모를 욕을 퍼부었다.그는 대야를 들고 나가서 그녀의 이마를 적셔 주었다.주치의가 와서 임가영에게 해열 주사를 놓고 나서야 육지훈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의사를 배웅하고 그는 침실로 돌아왔다.침대 옆에는 무드등 하나만 켜져 있었고, 어슴푸레한 불빛 아래 임가영의 머리카락이 새하얀 베개 위에 비단처럼 늘어져 있었다.그녀의 새하얀 얼굴은 열 때문에 홍조를 띠고 있었고, 가늘고 긴 속눈썹은 파들파들 떨렸다. 눈 밑에 비친 두 줄의 그림자가 마치 나비의 날개 같았다.육지훈은 침대 옆에 서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뺨을 따뜻하게 문질렀다.비몽사몽한 정신으로 임가영이 그의 손을 잡았다."추워... 지훈아, 가지 마. 나 너무 추워...”그녀는 잠꼬대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하며 작은 머리를 그의 손바닥에 붙이고 칭얼거렸다.그녀는 마치 상처 입은 고양이처럼 끊임없이 그에게 기대며 사람의 체온을 찾고 있었다."그래, 나 여기 있어.”육지훈은 아예 그녀의 옆에 누워 임가
그녀의 말을 들은 듯 육지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 도대체 왜 그래? 말해!"임가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약속할게, 이번에 오면 후회하지 않을거야.”임가영과 통화한 후 육지훈은 의심스러운 듯 어두워진 스크린을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부상을 입은 정유안이 신경 쓰였지만, 방금 임가영의 목소리는 분명히 뭔가 문제가 생긴것이었다.그는 자신이 그녀를 걱정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은 빌어먹게도 그녀가 걱정되었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다.정유안은 그 전화가 임가영에게서 온 것임을 눈치챘다.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임가영은 될수록 빨리 이혼하려고 할테니까.방금 임가영의 전화는 아마도 육지훈에게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겠지.정유안은 배려하는 척 말했다."지훈아, 네 부인이야? 너더러 집에 오래?”"응."육지훈은 정유안이 오늘 당한 억울함을 생각하며 마음을 굳혔다.”신경 쓸 것 없어.”정유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굴며 억울해했다.“그냥 가봐, 혹시나 그 여자가 나한테 원한을 품고 나를 또 때리려고 하면 어떡해.”육지훈은 그녀를 위로했다."유안아, 걱정 마.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하지만 결국 육지훈은 임가영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그는 정유안이 잠이 든 것을 보고는 별장으로 돌아갔다.때는 이미 11시가 넘었고, 임가영은 거실 탁자 앞에 앉아있었다.밤색 곱슬머리가 귓가에 늘어뜨려져 그녀의 얼굴을 더욱 여위고 창백하게 만들었다.육지훈은 그 모습을 보자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가까이 다가갔다.”무슨 얘기 하려고 오라고 했어?”임가영은 남자의 냉혹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이제 이 남자는 앞으로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다.육지훈은 소파에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임가영의 침묵에 그는 점점 더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임가영, 너 왜 말을 안해.”“저기.
정유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럼 그냥 기소할 때까지 기다려도 되고요.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 풀려난다고 해도 여전히 전과가 남겠죠. 그 전과는 그 여자를 평생 따라다니며 일생의 오점이 될 거고요.”임가영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하혜인은 그녀를 돕기 위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지금에 와서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하혜인을 최대한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 그녀는 결국 정유안의 요구를 들어주었다.”제가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죠?"임가영은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만약 제가 육지훈과 이혼하고, 당신 외할머니를 죽였다고 인정했는데, 당신이 약속을 번복하고 혜인이를 놓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죠? 그럼 전 모든 걸 잃게 되는데.”정유안은 콧방귀를 뀌며 그녀를 흘겨보았다."임가영 씨, 아직도 당신한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당신한테 기회를 주고있는 거지 당신이 저와 거래를 하는 게 아니에요! 똑바로 알고 있어요!"임가영은 그 곳이 아무리 구렁텅이일지라도 하혜인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래요, 거래 성사.”임가영은 또박또박 말했다."하지만 만약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전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만약 육지훈과 앞으로 잘 살고 싶다면 약속을 지키는 게 좋을겁니다.”그렇게 임가영은 정유안의 병실을 떠났다.병원 아래층에 도착하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임가영의 선생님이었다."선생님, 저 수업 다시 들어가도 될까요?”임가영은 오랫동안 정학당했으니 이제 다시 복귀해도 된다는 내용이 들려올 줄 알았다.하지만 선생님이 한 말은 예상외의 것이었다."학교에서 징계가 내려졌으니까 이달 말까지 퇴학 절차를 밟아.”임가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 일 때문에, 학교에서 그녀를 퇴학시킨다고?결국 학교는 이미 그녀의 과실을 인정한 셈이고, 아무도 그녀가 결백하다고 믿지 않는것이었다.임가영은 무력감이 밀려와 자신을 위해 변명할 힘조차 없어졌다.학업도 잃고 남편도 잃고...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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