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영은 그렁그렁한 눈물을 애써 떨구려 하지 않았다.“말하자면 길어. 일단 씻을게.”“잠깐만, 할 말이 있어.”육지훈이 손목을 꽉 잡자 임가영은 눈살을 찌푸렸다.“어제저녁 네가 살리려고 한 사람, 바로 유안이 외할머니셔. 병원으로 이송되는 길에 돌아가셨어. 임가영, 설마 그 할머니가 유안이랑 어떤 관계인지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거야?”육지훈은 의심의 눈초리로 따갑게 쳐다보았다.임가영은 두 눈이 휘둥그레한 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그 할머니가 정유안 씨 외할머니라고?’육지훈은 정유안한테 복수하려고 외할머니를 죽였다고 의심하는 모양이었다.이 순간, 임가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절망스럽기 그지없었다.그 어떤 누구한테 손가락질받는 것보다 더 괴로웠다.임가영은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피식 웃기만 했다.“뭐 어쩌려고? 아, 정유안 씨가 뭐 어쩌려고 그러는 건가?’육지훈은 이 말투에 화가 치밀어 올라 그녀의 턱을 꽉 잡았다.“그러니까, 인정하는 거지?”“내가 인정하든 말든 뭐가 중요해?”분명 웃고 있었지만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내가 부정한다고 해도 믿어줄 건 아니잖아. 그래, 내가 졌어. 정유안 씨 상대가 아니라는 거 인정할게.”하지만 애써 강한 척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 났다.그러다 번뜩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내가 설마 걱정하고 있는 건가?’육지훈은 애써 이런 감정을 숨기려고 했다.“유안이는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랑 함께 자랐어. 설마 너를 모함하려고 일부러 죽였겠어?”임가영이 울먹거리기 시작했다.“육지훈, 내가 어제 사람 살릴 때 너도 옆에서 직접 봤잖아! 내가 언제 죽이려고 했다고 그래? 왜 정유안 씨 말만 믿고, 네가 두 눈으로 직접 본 사실을 믿지 못하는 건데!”육지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내가 직접 보긴 했지만 난 의대생이 아니라서 잘 몰라. 의사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고 들었어. 그리고 넌 유안이를 미워하잖아!”“그래! 미워하는 거 맞아!”임가영이 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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