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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가영은 육지훈의 말뜻을 이해하고 저도 모르게 침대맡으로 슬슬 피했다.

곧 그녀의 종아리가 육지훈에게 잡혀 끌어당겨졌다.

육지훈은 무거운 몸으로 임가영을 짓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임가영은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황급히 물었다.

“육지훈, 뭐 하려는 거야?”

“몰라서 물어? 남자와 여자가 침대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어?”

육지훈의 냉랭한 기운이 덮쳐오면서 그는 짐승처럼 격렬하게 임가영의 목에 키스했다.

“그만해!”

임가영은 겁을 먹고 발버둥 쳤다.

“육지훈, 이러지 마! 날 만지지 마!”

임가영은 그날 밤의 남자도 이렇게 거칠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날 밤 기억이 떠오르는 게 싫었다. 육지훈이 계속 이렇게 하면 임가영은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임가영이 아래서 울고 있으니 아무리 냉철한 육지훈도 더 이상 이런 방법을 그녀를 괴롭힐 수는 없었다.

사랑 없이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처벌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육지훈은 임가영을 괴롭히지 않고 두 손을 그녀의 몸 옆에 놓고 불쌍한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왜 울어?”

육지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혼하기 싫으면 다른 남자 때문에 나랑 하는 거 거부하지 말아야지! 네 남편은 나야!”

육지훈은 여자를 강요하기 싫었다. 더군다나 임가영처럼 다른 남자와 잤던 여자는 더욱 싫었다.

그래서 옷장에서 이불과 베개를 꺼내어 바닥에 폈다.

임가영은 너무 억울했다.

다른 남자를 마음에 품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피임약은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낯선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말해도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

다음날 일어났을 때 육지훈은 온몸이 너무 아팠다. 한 번도 이렇게 바닥에 누워서 잔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같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육정근은 마음을 살짝 내려놓았다.

이때 육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정유안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다.

임가영이 흘끗 쳐다보자 사진 한 장이었는데 아마도 정유안이 차린 정교한 아침 식사 같았다.

육지훈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식탁에 음식을 하나도 먹지 않고 일어나면서 말했다.

“할아버지, 저 먼저 회사에 나가 볼게요.”

“몇 신데 벌써 나가?”

육정근이 불만스럽게 말했다.

“내가 나이 많다고 이제 막 속이려 드는 거야?”

육지훈이 말했다.

“오늘 회의가 있는데 길이 막힐까 봐 걱정돼서 그래요.”

임가영은 코웃음을 쳤다. 길이 막히긴, 정유안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러자 육정근이 명령하듯 말했다.

“당장 앉아서 아침 먹어. 다 먹고 나서 가영이 학교로 데려다주고 다시 회사에 가.”

“가영이를 데려다주라고요?”

육지훈은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

“가영이도 차가 있잖아요.”

임가영은 재빨리 말했다.

“여보, 내 차 어제 고장 나서 정비소에 맡겼어.”

여보?

또 여보라고 부르다니?

화가 났지만 할아버지가 앞에 있다 보니 참으면서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 데려다줄게.”

아침 식사 후 육정근은 일부러 물었다.

“가영이 차가 고장 났다는데 저녁에 수업 끝나고 어떻게 돌아오지?”

“할아버지, 지훈이가 저 데리러 올 거예요.”

임가영은 맑은 눈동자로 육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럴 거지, 여보?”

육지훈은 억지로 미소를 쥐어 짜내며 말했다.

“그래.”

육정근은 그제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우리 때는 결혼하기 전에 서로 얼굴도 몰랐어. 그런데도 한평생 사랑하면서 잘 살았잖아? 게다가 가영이는 이렇게 착한데 네가 잘 아껴줘야지!”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육지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 사람이 막 차고에 도착했을 때 육지훈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임가영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임가영, 어제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경고했잖아.”

임가영은 눈을 깜빡이며 순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젯밤에 우리가 이혼하지 않는 한 네가 내 남편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럼 내가 널 그렇게 부르는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임가영! 너 나를 화나게 하기로 작정했지?”

육지훈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이마를 만졌다.

임가영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평소에 그렇게 참으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가?

육지훈의 냉철한 마음을 도저히 녹일 수 없었다. 심지어 내연녀를 데리고 나타나 당당하게 굴다니 말이다.

임가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육지훈의 차에 올라탔다.

가는 길에 육지훈이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가영, 할아버지가 네 편 든다고 날뛰지 마. 내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으니 자제하는 게 좋을 거야!”

“잘됐네.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거든!”

임가영은 미소를 지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여보, 학교 맞은편 사거리에 내려주면 돼. 저녁에 잊지 말고 꼭 데리러 와.”

육지훈은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

“너 막무가내로 굴지 마. 저녁에 시간 없으니까 네가 직접 택시를 타고 돌아가.”

임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럼 할아버지한테 전화해서 기사님 보내달라고 할게.”

...

예상대로 할아버지의 말은 무엇보다 효과가 있었다.

저녁 6시 30분, 임가영은 학교에서 나오자마자 눈에 띄는 빨간색 포르쉐를 봤다.

이때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 들려왔다.

“여기 의사 있나요? 누가 쓰러졌어요.”

“꽤 심각한 것 같아요! 숨을 쉬지 않아요.”

“...”

의대생이었던 임가영은 당연히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인파 속으로 달려갔다.

한 할머니가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얼굴은 시퍼렇게 변한 채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임가영은 즉시 주변 사람들에게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119에 전화하라고 지시하는 동시에 할머니에게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여기 천식 환자가 있나요? 혹시 천식용 스프레이가 있나요?”

임가영은 할머니의 증상으로 미루어 볼 때 천식으로 인한 뇌 산소 부족과 오랜 시간 약을 먹지 않아 발생한 심정지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 있어요!”

이때 몇몇 친절한 사람들이 천식약을 건네주었다.

10분 동안의 심폐소생술과 천식약의 효과로 할머니의 의식은 마침내 회복되었다.

이때 구급차도 도착했다.

“가영 학생, 학생의 신속한 구조가 아니었다면 이 할머니는 저희가 올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에요.”

구급차에서 내려온 의사는 마침 임가영을 가르쳤던 선생님이었는데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 제자를 길러낸 것은 그의 자부심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임가영의 용감한 행동에 칭찬하는 동시에 방금 일어난 무서운 상황에 한탄했다.

사람들은 서서히 흩어졌고 임가영은 멀지 않은 곳에 육지훈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임가영은 약간 놀란 표정으로 그와 눈을 마주쳤다. 평소처럼 얼음같이 차가운 눈빛이 아니라 이렇게 부드러운 육지훈의 눈빛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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