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육지훈이 정유안과 함께했을 거라는 생각에 표정이 차가워졌다.“상관하지 마. 그리고 난 멍청하게 정문으로 들어갈 일도 없어. 실험실 옆에 작은 문이 또 하나 있는데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정말 멍청하긴.”육지훈이 핸드폰을 꺼내 보여주었다.“아까 기사님이 먼저 가보셨어. 이거 봐봐!”임가영은 사진을 보고 난 뒤 그제야 무서워졌다.평소에 아무도 지나치지 않는 실험실 쪽에 있는 옆문에도 기자들이 빼곡히 서 있었기 때문이다.육지훈이 진지하게 물었다.“왜 갑자기 학교로 온 거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실험이 그렇게 중요해?”임가영이 우울해하면서 말했다.“같은 반 친구가 실험 쥐들이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말해줬거든.”육지훈이 물었다.“언제 연락이 왔는데?”“그게 중요해?”임가영이 어이없어하면서 째려보았다.육지훈은 임가영이 보는 앞에서 기사님에게 전화해 기자들이 언제부터 그 옆문에 몰려들었는지 물었다.돌아온 대답은 한 시간 전이었다.임가영은 그제야 깨달았다.‘글쎄 난데없이 내 실험 쥐를 걱정해 준다 했어. 결국엔 이것 때문이였어?’육지훈이 말하려던 것도 이거였다.심지어 임가영보다 더 빨리, 더 전면적으로 문제를 파악한 것이다.임가영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아이처럼 풀이 죽은 채 말했다.“미안해. 내가 흥분하면 안 되었어.”육지훈은 은근슬쩍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가끔 가시 없는 고슴도치도 귀여울 때가 있었다.육지훈은 더는 캐묻지 않기로 했다.“됐어, 집에 가. 이 일은 내가 해결할 테니까.”“안돼. 이대로 가면 안 돼.”임가영이 불쌍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실험 쥐한테 아직 먹이 못 줬단 말이야.”육지훈이 멈칫했다.“죽으면 다시 사면 되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학교 가면 안 된다고. 아니면 기사가 또 어떻게 날지 몰라!”“나는 안 돼도 너는 되잖아!”임가영이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쳐다보았다.육지훈은 황급히 그녀의 두 눈을 피하면서 어색하게 마른기침했다.“임가영,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나보고 쥐한테 먹이를 주
임가영이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다.“넌 뭐 먹고 싶은데? 내가 해줄게.”나름대로 요리 솜씨가 괜찮았기 때문에 한 끼 정도 해결하기에는 문제없었다.“알아서 해. 난 먼저 씻을 거니까.”육지훈은 넥타이를 풀면서 2층으로 향했다.임가영은 바보같이 웃으면서 주방으로 향하다 육지훈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정유안 그년이랑 함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출장을 갔다고?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날 보호해 주려고 우리 학교로 찾아온 거라고?’임가영은 갑자기 육지훈한테서 인간미를 느꼈다.식사 준비를 마치고, 임가영은 2층으로 올라가 육지훈을 부르려고 했다.방 입구에 도착하자 그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안아, 정말 괜찮아? 왜 밥을 안 먹는데.”나무라는 듯했지만 한없이 부드러운 말투였다.“저혈당을 앓고 있으면서 그러면 어떡해.”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육지훈의 말이 귀에 꽂혔다.“네 잘못도 아니잖아. 친척분들이 한 짓인데, 뭘. 너는 그 사람들이랑 달라... 유안아, 미안해. 가장 필요할 때 옆에 못 있어 줘서. 요 며칠 회사 일로 너무 바쁘거든. 그리고 가영이 일도 처리해야 하고. 잘못하면 육씨 가문이 피해를 입을까 봐서 그래.”문밖에 우두커니 서 있던 임가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를 보호해 주려는 것이 아니라 육씨 가문에 피해갈까 봐 그런 거였구나. 내가 법적으로 와이프가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임가영은 속으로 자책했다.‘임가영, 꼭 이렇게까지 불행한 결혼생활을 유지해야겠어? 나한테 마음도 없는 남자를 잡아서 뭐 해?’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 숨을 쉴 때마다 저릿저릿 아파져 왔다.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정유안 뿐이었다.임가영은 그저 거지같이 육지훈이 가끔 표현해 주는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감정을 추스르다 1층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육지훈도 잠옷 차림으로 1층으로 내려왔다.임가영은 자신을 미치게 하는 차가운 얼굴과 마주하기 싫어 고개를 떨궜다.“수고했어.”육지훈은
“임가영...”육지훈은 임가영을 밀어내는 대신 시선을 허리춤에 돌리면서 머뭇거렸다.“어딜 잡는 거야.”임가영은 그제야 그곳에 손이 닿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뻘쭘해진 임가영은 재빨리 손을 거두면서 다급하게 설명했다.“미...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그러면서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육지훈은 슬쩍 미소를 지으면서 임가영의 온기가 남아있는 입술을 어루만졌다.이런 풋풋한 감정은 또다시 그날 저녁을 떠올렸다.육지훈은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미친 거 아니야? 그날 밤은 가영이가 아니라 유안이잖아. 내가 왜 이런 어이없는 상상을 하는 걸까?’임가영은 그의 눈빛을 피하면서 원망했다.“네가 날 끌어당겼잖아. 아니면 내가 널 다치지도 않았어.”“내가 언제 널 탓했어?”육지훈은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입술을 어루만졌다.“우리 진작에 이랬어야 했어.”‘만약 남편으로서의 임무를 다했다면 이런 지경까지 오지 않았겠지...’임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육지훈 맞아? 분명 나에게 미래도 줄 수 없는, 아이를 핑계로 잡을 수도 없는 그런 남자잖아. 분명 정유안 씨를 사랑하잖아! 그리고 아까 통화 내용도 똑똑히 들었잖아!’심정이 복잡미묘해진 임가영은 황급히 일어나 원래처럼 그와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다.“어디 가게?”육지훈은 여전히 임가영의 손을 잡고 있었다.“설마 날 모른척하려고? 내가 한밤중에 죽어버리면 넌 남편을 살해한 범인이 되는 건데?”임가영이 씩씩 화를 내면서 그의 말을 끊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넌 안 죽어. 절대 죽게 내버려 둘 수 없어!”임가영은 육지훈을 부축해서 방 안에 눕히고는 그의 방 안에 있는 아이보리색 소파에 움츠리고 누웠다.그러면서 여전히 걱정되는지 물었다.“약 먹고 두드러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는데 어디 불편한 데 없어? 불편하면 꼭 말해. 의사 보러 가게.”임가영은 저녁에 덮으려고 육지훈의 머리맡에서 담요를 가져가려고 했다.이때 육지
육지훈은 임가영에게로 다가갔다.그러다가 정유안을 보자 그의 안색이 확 변했는데,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미안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육지훈은 분명히 막 일어난 모습이었다.‘두 사람, 어젯밤에 같이 잔거야?’어쩐지 육지훈이 그녀와 함께 있지 않는다 했더니, 알고 보니 임가영 저 여우 같은 년에게 홀린 것이었다.정유안은 눈 밑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지훈아, 목과 팔에 왜 이렇게 붉은 반점이 많아?”그러더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왜 전화가 안 통하는가 했는데. 지훈아,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내가 왔으니까 망정이지 아니면 너 아픈 줄도 몰랐을 텐데.”육지훈은 그녀가 대수롭지 않은 일을 크게 키운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알레르기일 뿐이야.”"알레르기라니?”그러자 정유안이 빠르게 말했다."네가 고추 알레르기가 있어서 요리할 때마다 고추를 안 넣었어. 설마, 임가영 씨는 몰랐어요?”임가영은 옆에 서 있었는데 점점 더 자기가 죄인처럼 느껴지고 이방인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정유안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육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괜찮아. 어젯밤에 약을 먹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괜찮아? 봐봐, 몸에 온통 붉은 반점이잖아, 전혀 가라앉지 않았어.”"병원에 가보자,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불안해.”육지훈은 그녀의 관심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젯밤에 그녀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만 그녀를 바람맞혔다.만약 이번에도 그녀를 거절한다면 정유안은 또 울것이다.그렇게 옷을 갈아입은 육지훈은 그녀에게 붙잡혀 별장을 떠났다.떠날 때, 정유안은 창백한 임가영을 돌아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임가영의 눈언저리가 시큰해졌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아주 좋은 꿈을 꾸었던 것 같다.그러나 육지훈이 정유안을 따라 떠나는 순간, 그녀는 꿈에서 깨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임가영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육지훈은 돌아오지 않았다.저녁 무렵 초인종 소리를 듣고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임가영은 문 앞에서 막아서 그녀를 들여보내지 않았다.그녀는 정유안이 옷을 가지러 온 게 아니라 도발하러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켜요."정유안이 당당하게 말했다."임가영 씨, 당신은 이제 곧 이 집에서 나갈지도 몰라요. 결국 앞으로는 저와 지훈이가 지내게 될 곳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제 길을 막죠?”임가영은 오랫동안 참은 후에야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알 수 없는 무력감이 엄습했고, 그녀는 더 이상 버티고 싶지도 않았고, 더 이상 다투고 싶지도 않았다.육지훈은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도 돌볼 힘이 없었다.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에게 사랑은 역시 사치였다.임가영은 정유안이 들어갈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돌렸다.그때, 갑자기 누군가 정유안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고 그녀를 뒤로 밀어버렸다.정유안이 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매서운 따귀가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혜인아?”하혜인이 왜 갑자기 왔는지 임가영도 몰랐다.정유안은 얻어맞은 뒤 몇 초가 지나서야 반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하혜인을 바라보았다."당신... 당신은 그날 나를 인터뷰한 기자?”정유안은 그녀를 보다가 임가영을 보고는 분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기다려, 내가 너 고소할 거야!”하혜인은 두말없이 또 뺨을 때렸다."아!"정유안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미친 년이, 네가 먼저 나 때린거야!”말을 마친 후, 그녀도 달려들어 하혜인과 싸웠다.하지만 정유안이 하혜인의 적수가 될 리가 없었다.정유안의 몸이 하혜인의 팔에 닿자마자 하혜인은 그녀를 벽에 눌렸다."태권도 검은띠라고 말하는 걸 깜빡할 뻔했어. 내 호신술이 남자한테 쓰이지 않고 내연녀에게 쓰일 줄이야. 오히려 좋은 일을 한 셈인가?”하혜인은 말을 마치고 다시 힘을 조금 더 주었고, 정유안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임가영 씨, 이 사람 당신이 부른 사람이에요?"정유안이 소리
임가영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하혜인을 막았다. "혜인아, 더 이상 때리면 안 돼. 계속 이러다간 정말 골치 아파 질 거야.”하혜인도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저 이번에는 이 뻔뻔한 여자를 혼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정유안을 쓰레기 버리듯 밖으로 밀어냈다.“꺼져!”하혜인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다시 가영이를 괴롭히면 내가 너 볼때마다 패줄 거야!”정유안이 떠난 후 임가영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혜인아, 나 방금 정말 놀랐어.”"뭘 놀래.”하혜인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나중에 내 남편이 감히 내연녀를 만든다면, 내연녀에게 이번 생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임가영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속시원하긴 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나도 초등학교에서 태권도 배웠을 텐데!”그녀는 말하면서 하혜인에게 물 한 잔을 따라줬다.아까 그렇게 오래 때리고 땀을 많이 흘렸으니 목이 마를 게 틀림없었다."혜인아,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임가영은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미안해, 가영아.”하혜인이 우울하게 말했다. "내연녀가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일, 도와줄 수 없을 지도 몰라. 그 놈 진짜 완전 나쁜 새끼야! 다시는 그 놈한테 부탁하지 않을 거야!”임가영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그 놈이 누군데?”"내가 말했던 그 변호사 말이야, 이름은 모정혁이야!”하혜인이 화를 냈다. "잘생긴 거죽에, 높은 사회적 지위만 가지면 뭐해! 그놈은 그냥 양아치야! 개자식!"임가영은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도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그가 나더러... 그 사람 애인이 되어주길 바란대.”하혜인이 이를 갈았다. "네 소송을 도와준다는 조건으로 나더러 자기가 부르면 바로 오라는 거야. 난 이렇게 파렴치한 변호사는 처음 봐. 게다가 파렴치한 주제에 완전 떳떳해.”임가영이 얼른 말했다. "혜인아, 절대 넘어가지 마, 멍청하게 굴면 안 돼. 괜찮아, 다른 변
임가영은 황급히 달려가 말했다."저기,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데리고 가지 않으시면 안될까요? 배상할게요, 아니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해결할 수도 있어요.”경찰은 차갑게 말했다."변호사 선임과 배상은 나중의 일이고요, 지금 피해자가 이미 신고를 했으니 저희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말을 마치고 그들은 하혜인을 데려갔다.떠날 때 하혜인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애썼다. "가영아, 내 걱정은 하지 마, 곧 괜찮아질 거야. 그건 그렇고, 우리 아빠한테 말하지 마.”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늙은이가 또 그녀를 야단칠 것이다.어쩌면 거액을 써서 정유안과 합의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여자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하혜인이 끌려가자 임가영은 완전히 당황했다.밤이 되었으니 육정근은 이미 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하혜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육지훈뿐이다.하지만 전화를 해도 그는 받지 않았고 통화 연결음 소리만 들렸다.임가영은 정유안이 맞았으니까 지금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또 분명 하혜인이 지시했다고 생각할 것이다.또 그녀를 미워할 것이다.밤새 임가영은 하혜인을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아성 그룹으로 갔다.그가 그녀의 전화를 받으려고 하지 않으니 그녀가 직접 그를 찾아갔다.하지만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직원에 의해 길이 막혔다."누구 찾으시죠?”"육지훈 씨, 지금 계십니까?”수상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 프런트 직원이 물었다."혹시 예약하셨나요?”"아니요."임가영의 말투는 단호했다.”근데 오늘 꼭 만나야 합니다.”프런트 직원은 좀 귀찮아졌다. 어디서 온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여자가 또 난리를 치는 건지.뭐라도 된 것처럼 대표님의 이름 석자를 말하면서 나대는게 꼴보기 싫었다.그녀가 비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대표님께서는 스케줄이 바쁘셔서 약속 없이는 만날 수 없습니다
"임가영, 누가 그래도 된다고 했지? 왜 회사에 와서 헛소리하는 거야?”육지훈이 화를 냈다. "네가 내 아내라고 알리고 다니는거야?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여론을 이용해서 내게 족쇄라도 채울려고?”임가영은 육지훈이 그녀를 그렇게 비열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갑자기 그가 그 프런트 직원을 해고한 것이 결코 그녀를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단지 그들이 부부라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도록 본보기를 보였을 뿐이었다.임가영은 속에서 차가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육지훈의 모진 수단과 마음을 아마 그녀는 평생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하혜인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지, 우리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던게 아니야.”임가영은 자신의 성질을 거두며 비굴하게 간청했다."혜인이는 날 위해서 참지 못한거야. 결국 다 나 때문이야!”육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어두운 얼굴로 그녀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유안이가 너희들 때문에 어떻게 된 줄 알아? 유안이는 무용수야, 근데 팔이 탈골되었어. 이게 과연 유안이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임가영, 솔직히 말해서 정유안을 미워했지? 유안이가 그렇게 비참하게 맞은 게 설마 네가 시킨 건 아니겠지?”임가영은 너무 억울해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녀는 울먹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뒤집어 씌우지마! 만약 정유안 씨가 스스로 집에 와서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 내가 아무리 그녀를 미워한다 해도 그녀에게 복수할 기회가 있었을까?”육지훈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그는 분명히 정유안에게 비서를 시켜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사오게 하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굳이 혼자 집에 갔다가 임가영과 마주쳤다.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공기가 무서울 정도로 경직되었다.임가영은 심호흡을 하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너랑 이혼해줄게, 그리고 그냥 빈털터리로 나갈게. 그러니까 제발 고소 취하해줘. 더 이상 내 친구를 난처하게 하지 마.”"임가영!"육지훈은 그녀에게 소리질렀다."일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