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훈은 임가영에게로 다가갔다.그러다가 정유안을 보자 그의 안색이 확 변했는데, 마음이 약해져서인지 미안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육지훈은 분명히 막 일어난 모습이었다.‘두 사람, 어젯밤에 같이 잔거야?’어쩐지 육지훈이 그녀와 함께 있지 않는다 했더니, 알고 보니 임가영 저 여우 같은 년에게 홀린 것이었다.정유안은 눈 밑이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지훈아, 목과 팔에 왜 이렇게 붉은 반점이 많아?”그러더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왜 전화가 안 통하는가 했는데. 지훈아,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내가 왔으니까 망정이지 아니면 너 아픈 줄도 몰랐을 텐데.”육지훈은 그녀가 대수롭지 않은 일을 크게 키운다고 생각했다. "괜찮아. 알레르기일 뿐이야.”"알레르기라니?”그러자 정유안이 빠르게 말했다."네가 고추 알레르기가 있어서 요리할 때마다 고추를 안 넣었어. 설마, 임가영 씨는 몰랐어요?”임가영은 옆에 서 있었는데 점점 더 자기가 죄인처럼 느껴지고 이방인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정유안의 비난을 들으면서도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육지훈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괜찮아. 어젯밤에 약을 먹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괜찮아? 봐봐, 몸에 온통 붉은 반점이잖아, 전혀 가라앉지 않았어.”"병원에 가보자,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불안해.”육지훈은 그녀의 관심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젯밤에 그녀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지만 그녀를 바람맞혔다.만약 이번에도 그녀를 거절한다면 정유안은 또 울것이다.그렇게 옷을 갈아입은 육지훈은 그녀에게 붙잡혀 별장을 떠났다.떠날 때, 정유안은 창백한 임가영을 돌아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임가영의 눈언저리가 시큰해졌다.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아주 좋은 꿈을 꾸었던 것 같다.그러나 육지훈이 정유안을 따라 떠나는 순간, 그녀는 꿈에서 깨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임가영은 하루 종일 집에 있었지만 육지훈은 돌아오지 않았다.저녁 무렵 초인종 소리를 듣고서야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임가영은 문 앞에서 막아서 그녀를 들여보내지 않았다.그녀는 정유안이 옷을 가지러 온 게 아니라 도발하러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비켜요."정유안이 당당하게 말했다."임가영 씨, 당신은 이제 곧 이 집에서 나갈지도 몰라요. 결국 앞으로는 저와 지훈이가 지내게 될 곳인데,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제 길을 막죠?”임가영은 오랫동안 참은 후에야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있었다.알 수 없는 무력감이 엄습했고, 그녀는 더 이상 버티고 싶지도 않았고, 더 이상 다투고 싶지도 않았다.육지훈은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이제 그녀는 자기 자신도 돌볼 힘이 없었다.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에게 사랑은 역시 사치였다.임가영은 정유안이 들어갈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돌렸다.그때, 갑자기 누군가 정유안의 어깨를 힘껏 움켜쥐고 그녀를 뒤로 밀어버렸다.정유안이 앞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매서운 따귀가 그녀의 얼굴을 때렸다.“혜인아?”하혜인이 왜 갑자기 왔는지 임가영도 몰랐다.정유안은 얻어맞은 뒤 몇 초가 지나서야 반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듯 하혜인을 바라보았다."당신... 당신은 그날 나를 인터뷰한 기자?”정유안은 그녀를 보다가 임가영을 보고는 분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기다려, 내가 너 고소할 거야!”하혜인은 두말없이 또 뺨을 때렸다."아!"정유안이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리고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 미친 년이, 네가 먼저 나 때린거야!”말을 마친 후, 그녀도 달려들어 하혜인과 싸웠다.하지만 정유안이 하혜인의 적수가 될 리가 없었다.정유안의 몸이 하혜인의 팔에 닿자마자 하혜인은 그녀를 벽에 눌렸다."태권도 검은띠라고 말하는 걸 깜빡할 뻔했어. 내 호신술이 남자한테 쓰이지 않고 내연녀에게 쓰일 줄이야. 오히려 좋은 일을 한 셈인가?”하혜인은 말을 마치고 다시 힘을 조금 더 주었고, 정유안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임가영 씨, 이 사람 당신이 부른 사람이에요?"정유안이 소리
임가영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하혜인을 막았다. "혜인아, 더 이상 때리면 안 돼. 계속 이러다간 정말 골치 아파 질 거야.”하혜인도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저 이번에는 이 뻔뻔한 여자를 혼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정유안을 쓰레기 버리듯 밖으로 밀어냈다.“꺼져!”하혜인은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앞으로 다시 가영이를 괴롭히면 내가 너 볼때마다 패줄 거야!”정유안이 떠난 후 임가영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혜인아, 나 방금 정말 놀랐어.”"뭘 놀래.”하혜인은 가슴을 치며 말했다."나중에 내 남편이 감히 내연녀를 만든다면, 내연녀에게 이번 생에 태어난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임가영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근데 솔직히 속시원하긴 하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으면 나도 초등학교에서 태권도 배웠을 텐데!”그녀는 말하면서 하혜인에게 물 한 잔을 따라줬다.아까 그렇게 오래 때리고 땀을 많이 흘렸으니 목이 마를 게 틀림없었다."혜인아,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임가영은 의문스럽다는 듯이 물었다."미안해, 가영아.”하혜인이 우울하게 말했다. "내연녀가 너한테 죄를 뒤집어씌운 일, 도와줄 수 없을 지도 몰라. 그 놈 진짜 완전 나쁜 새끼야! 다시는 그 놈한테 부탁하지 않을 거야!”임가영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그 놈이 누군데?”"내가 말했던 그 변호사 말이야, 이름은 모정혁이야!”하혜인이 화를 냈다. "잘생긴 거죽에, 높은 사회적 지위만 가지면 뭐해! 그놈은 그냥 양아치야! 개자식!"임가영은 일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도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그가 나더러... 그 사람 애인이 되어주길 바란대.”하혜인이 이를 갈았다. "네 소송을 도와준다는 조건으로 나더러 자기가 부르면 바로 오라는 거야. 난 이렇게 파렴치한 변호사는 처음 봐. 게다가 파렴치한 주제에 완전 떳떳해.”임가영이 얼른 말했다. "혜인아, 절대 넘어가지 마, 멍청하게 굴면 안 돼. 괜찮아, 다른 변
임가영은 황급히 달려가 말했다."저기,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일단 데리고 가지 않으시면 안될까요? 배상할게요, 아니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해결할 수도 있어요.”경찰은 차갑게 말했다."변호사 선임과 배상은 나중의 일이고요, 지금 피해자가 이미 신고를 했으니 저희는 반드시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말을 마치고 그들은 하혜인을 데려갔다.떠날 때 하혜인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애썼다. "가영아, 내 걱정은 하지 마, 곧 괜찮아질 거야. 그건 그렇고, 우리 아빠한테 말하지 마.”이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늙은이가 또 그녀를 야단칠 것이다.어쩌면 거액을 써서 정유안과 합의할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여자에게 조금이라도 돈을 주고 싶지 않았다.하혜인이 끌려가자 임가영은 완전히 당황했다.밤이 되었으니 육정근은 이미 쉬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할아버지께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하혜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육지훈뿐이다.하지만 전화를 해도 그는 받지 않았고 통화 연결음 소리만 들렸다.임가영은 정유안이 맞았으니까 지금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또 분명 하혜인이 지시했다고 생각할 것이다.또 그녀를 미워할 것이다.밤새 임가영은 하혜인을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다음날 아침, 그녀는 아성 그룹으로 갔다.그가 그녀의 전화를 받으려고 하지 않으니 그녀가 직접 그를 찾아갔다.하지만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직원에 의해 길이 막혔다."누구 찾으시죠?”"육지훈 씨, 지금 계십니까?”수상쩍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본 프런트 직원이 물었다."혹시 예약하셨나요?”"아니요."임가영의 말투는 단호했다.”근데 오늘 꼭 만나야 합니다.”프런트 직원은 좀 귀찮아졌다. 어디서 온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여자가 또 난리를 치는 건지.뭐라도 된 것처럼 대표님의 이름 석자를 말하면서 나대는게 꼴보기 싫었다.그녀가 비웃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대표님께서는 스케줄이 바쁘셔서 약속 없이는 만날 수 없습니다
"임가영, 누가 그래도 된다고 했지? 왜 회사에 와서 헛소리하는 거야?”육지훈이 화를 냈다. "네가 내 아내라고 알리고 다니는거야?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여론을 이용해서 내게 족쇄라도 채울려고?”임가영은 육지훈이 그녀를 그렇게 비열하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갑자기 그가 그 프런트 직원을 해고한 것이 결코 그녀를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단지 그들이 부부라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입을 다물도록 본보기를 보였을 뿐이었다.임가영은 속에서 차가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육지훈의 모진 수단과 마음을 아마 그녀는 평생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하혜인을 구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거지, 우리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리려던게 아니야.”임가영은 자신의 성질을 거두며 비굴하게 간청했다."혜인이는 날 위해서 참지 못한거야. 결국 다 나 때문이야!”육지훈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어두운 얼굴로 그녀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유안이가 너희들 때문에 어떻게 된 줄 알아? 유안이는 무용수야, 근데 팔이 탈골되었어. 이게 과연 유안이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임가영, 솔직히 말해서 정유안을 미워했지? 유안이가 그렇게 비참하게 맞은 게 설마 네가 시킨 건 아니겠지?”임가영은 너무 억울해서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녀는 울먹이며 변명을 늘어놓았다.“뒤집어 씌우지마! 만약 정유안 씨가 스스로 집에 와서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 내가 아무리 그녀를 미워한다 해도 그녀에게 복수할 기회가 있었을까?”육지훈은 할 말이 없다는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그는 분명히 정유안에게 비서를 시켜 갈아입을 옷 몇 벌을 사오게 하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굳이 혼자 집에 갔다가 임가영과 마주쳤다.그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공기가 무서울 정도로 경직되었다.임가영은 심호흡을 하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너랑 이혼해줄게, 그리고 그냥 빈털터리로 나갈게. 그러니까 제발 고소 취하해줘. 더 이상 내 친구를 난처하게 하지 마.”"임가영!"육지훈은 그녀에게 소리질렀다."일을 저
하지만 이 두 여자를 비교하면, 그는 여전히 임가영을 사모님으로 모시고 싶어했다.정유안 그 여자는 육지훈의 앞에서의 태도와 육지훈이 없을 때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사실상 대표님이 밖에서 만나는 여자일 뿐인데, 늘 자신이 사모님이라도 된 것 처럼 굴었기에 이미 그는 그녀가 눈에 거슬렸다.그래서 소이준은 이번에도 임가영을 도왔다....임가영은 강성에서 정형외과로 유명한 병원 여러 곳을 다 찾아다녔고, 마침내 사립 정형외과 병원에서 정유안을 찾았다.육지훈이 그녀에게 마련해 준 곳은 최고의 VIP 병동이었는데 밖은 호수 풍경이어서 전망이 좋고 실내 시설도 좋았다.그리고 대여섯 명의 간병인이 병실에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임가영은 마음이 아팠다.그래, 정유안이야말로 육지훈에게 보물처럼 여겨지는 여자였다."임가영 씨, 저를 폭행하려고 또 여기까지 오신 건 아니죠?”정유안이 비웃었다."전화해서 지훈이더러 오라고 할까요? 지훈이 앞에서는 좀 더 신중해지지 않을까요?”임가영은 정유안의 빈정거림과 조롱을 듣고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어제 일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해 줄 수 있어요. 아니면,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해요? 혜인이만 놔주면...”"하, 그 여자...”그녀가 음산하게 말했다."무지막지하고 폭력적인 성향의 여자는 그냥 가둬두는 게 좋지 않겠어요? 그게 모든 사람을 위해 좋을 것 같은데요.”임가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차갑게 말했다."정유안 씨, 너무 욕심부리지 마세요. 전 지금 당신한테 부탁하러 왔고, 심지어 당신의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계속 거절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겠죠. 전 다른 방법을 생각해서 제 친구를 구하면 되고요.”임가영이 돌아서자 정유안이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잠깐만!”그녀가 간병인들에게 말했다."다들 나가요.”방에 둘만 남게 되자 정유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방금 한 말 사실이에요? 어떤 요구도 들어줄 수
정유안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럼 그냥 기소할 때까지 기다려도 되고요.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 풀려난다고 해도 여전히 전과가 남겠죠. 그 전과는 그 여자를 평생 따라다니며 일생의 오점이 될 거고요.”임가영의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았다.하혜인은 그녀를 돕기 위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지금에 와서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하혜인을 최대한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해 그녀는 결국 정유안의 요구를 들어주었다.”제가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죠?"임가영은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만약 제가 육지훈과 이혼하고, 당신 외할머니를 죽였다고 인정했는데, 당신이 약속을 번복하고 혜인이를 놓아주지 않으면 어떡하죠? 그럼 전 모든 걸 잃게 되는데.”정유안은 콧방귀를 뀌며 그녀를 흘겨보았다."임가영 씨, 아직도 당신한테 선택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당신한테 기회를 주고있는 거지 당신이 저와 거래를 하는 게 아니에요! 똑바로 알고 있어요!"임가영은 그 곳이 아무리 구렁텅이일지라도 하혜인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뛰어내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래요, 거래 성사.”임가영은 또박또박 말했다."하지만 만약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전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만약 육지훈과 앞으로 잘 살고 싶다면 약속을 지키는 게 좋을겁니다.”그렇게 임가영은 정유안의 병실을 떠났다.병원 아래층에 도착하자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임가영의 선생님이었다."선생님, 저 수업 다시 들어가도 될까요?”임가영은 오랫동안 정학당했으니 이제 다시 복귀해도 된다는 내용이 들려올 줄 알았다.하지만 선생님이 한 말은 예상외의 것이었다."학교에서 징계가 내려졌으니까 이달 말까지 퇴학 절차를 밟아.”임가영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 일 때문에, 학교에서 그녀를 퇴학시킨다고?결국 학교는 이미 그녀의 과실을 인정한 셈이고, 아무도 그녀가 결백하다고 믿지 않는것이었다.임가영은 무력감이 밀려와 자신을 위해 변명할 힘조차 없어졌다.학업도 잃고 남편도 잃고...모든 것
그녀의 말을 들은 듯 육지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너 도대체 왜 그래? 말해!"임가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약속할게, 이번에 오면 후회하지 않을거야.”임가영과 통화한 후 육지훈은 의심스러운 듯 어두워진 스크린을 바라보았다.옆에 있는 부상을 입은 정유안이 신경 쓰였지만, 방금 임가영의 목소리는 분명히 뭔가 문제가 생긴것이었다.그는 자신이 그녀를 걱정하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은 빌어먹게도 그녀가 걱정되었다.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다.정유안은 그 전화가 임가영에게서 온 것임을 눈치챘다.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임가영은 될수록 빨리 이혼하려고 할테니까.방금 임가영의 전화는 아마도 육지훈에게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겠지.정유안은 배려하는 척 말했다."지훈아, 네 부인이야? 너더러 집에 오래?”"응."육지훈은 정유안이 오늘 당한 억울함을 생각하며 마음을 굳혔다.”신경 쓸 것 없어.”정유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굴며 억울해했다.“그냥 가봐, 혹시나 그 여자가 나한테 원한을 품고 나를 또 때리려고 하면 어떡해.”육지훈은 그녀를 위로했다."유안아, 걱정 마.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야.”하지만 결국 육지훈은 임가영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지 못했다.그는 정유안이 잠이 든 것을 보고는 별장으로 돌아갔다.때는 이미 11시가 넘었고, 임가영은 거실 탁자 앞에 앉아있었다.밤색 곱슬머리가 귓가에 늘어뜨려져 그녀의 얼굴을 더욱 여위고 창백하게 만들었다.육지훈은 그 모습을 보자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가까이 다가갔다.”무슨 얘기 하려고 오라고 했어?”임가영은 남자의 냉혹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이제 이 남자는 앞으로 더 이상 그녀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기회조차 가질 수 없을 것이다.육지훈은 소파에 앉아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임가영의 침묵에 그는 점점 더 걱정스러워하며 물었다."임가영, 너 왜 말을 안해.”“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