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닐 리가

사랑이 아닐 리가

By:  변해솔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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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수진이고 그는 유신우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양가 어른들은 우리의 결혼을 약속했다. 난 철이 들었을 때부터 내가 유신우의 아내가 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그를 나의 신처럼 받들었고, 최선을 다해 그에게 잘해주었고 그의 말에 따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해, 유신우는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날 찾아왔다. 유신우는 그 여자를 부드럽고 달콤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쪽은 내 여자 친구야. 올케라고 불러.” 나는 대답했다. “그래.” 그 뒤에 유신우가 말했다. “수진아, 너 계속 솔로면 주현이가 불안해해.” 그래서 난 유신우의 형과 연애했다. 난 유신혁이 무덤덤하고 무심한 성격인 줄 알았는데 사귀고 난 뒤부터 그는 내게 끊임없이 플러팅을 했다. 내가 도망치면 쫓아오고, 내가 화를 내면 날 달래주고, 내가 욕을 해도 그는 웃었다. 내가 배고파하면 밥을 먹여주었고 내가 추워하면 안아주었다. 난 유신혁에게 말했다. “오빠, 좀 떨어지면 안 돼? 더워 죽겠어.” 유신혁은 날 품에 안고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우리 자기, 착하지? 한 번만 더 뽀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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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Chapters
제1화
고3 추석 때, 날씨는 쌀쌀했다.유신우의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우리 집에 들렀고, 우리 가족을 포함한 총 스무여 명의 사람이 함께 식사를 했다.술이 몇 잔 들어가니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그날엔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들은 함께 술을 마셨고 여자들은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어쩌다 보니 나와 유신우의 이야기가 나왔고 다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이런 상황은 거의 매번 외식 때마다 벌어졌다. 처음엔 솔직히 쑥스럽기도 했지만 매번 그러니 이젠 면역이 생겼다.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난 그들을 말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유신우의 어머니가 옆에서 새우 껍질을 까면서 말했다.“우리 애가 이렇게 빨리 클 줄은 몰랐어. 수능 끝나면 집을 떠날 거로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빨리 지나는 것 같네.”“그러니까. 가까운 대학교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먼 곳으로 가는 건지. 수진이 곁에 챙겨줄 사람이 없을 걸 생각하니 걱정이 되네. 얘가 좀 많이 덜렁대잖아.”“수진이도 신우랑 같은 대학교에 가면 되지. 우리 신우가 수진이 잘 챙겨줄 거야.”간단한 말 몇 마디로 두 사람은 날 어느 대학교로 보낼 건지 결정했다. 내 의견을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들은 날 없는 사람 취급했다.유신우의 아버지에게는 아들이 두 명 있었다. 장남 유신혁은 24살로 성문대 한국화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1년에 겨우 한 번쯤 돌아왔다. 난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작은아들 유신우는 나보다 1살 연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라서 그런지 난 나와 유신우의 사이가 꽤 좋다고 생각했다.난 걸음마를 뗀 뒤부터 그를 졸졸 쫓아다녔고, 말을 떼고 나서는 유신우의 이름을 제일 많이 불렀다. 그리고 연애 감정을 깨우치기 시작할 때쯤부터, 그는 하나의 작은 씨앗이 되어 내 마음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큰 나무가 되었다.난 그를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그와 같은 대학교에 갈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국화를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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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엄마는 아주 호탕한 성격으로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통이 컸다.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유신우의 큰아버지가 벌게진 얼굴로 호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맞는 말이에요. 애들이 참 빨리 커요. 참, 해윤 씨라고 했죠? 애들 결혼할 때 우리를 꼭 불러줘요. 집안 경사인데 우리가 빠지면 섭섭하죠!”“다른 분은 몰라도 아주버님은 꼭 불러야죠. 아주버님은 신우 큰아버지니까 상석에 앉으셔야죠.”화제는 이내 어느 대학교에 갈 것이냐에서 시작해 어떻게 결혼을 준비할지로 넘어갔다. 내일 당장 결혼하는 것처럼 다들 이 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심지어 어린아이들은 서로 화동이 되겠다며 아우성치면서 열의를 불태웠다.난 의식의 흐름에 따른 그들의 대화를 몇 번이나 경험해 보았었다. 난 반박하지도, 제지할 수도 없었기에 그저 못 들은 척했다. 그래서 그들은 열띠게 토론했고 난 그릇 안에 수북이 쌓인 새우를 먹는 것에 집중했다.내가 유신우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혼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이었다. 그래서 아직은 결혼 얘기를 꺼내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의 결혼식은 우리가 결정할 일이지, 어른들이 모든 걸 결정하게 하는 건 옳지 않았다. 나도 인권이 있으니 말이다.난 진심으로 유신우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와 나의 결혼식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물론 이건 나의 일방적인 생각이었다.어렸던 나는, 사랑은 두 사람의 일이라는 걸 몰랐다.내가 그 점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사랑 때문에 크게 상처 입은 상태였었다. 어리고 진실되었던 마음이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다친 뒤에야 말이다.그날 유신우가 한 행동은 너무도 뜻밖이었고 나는 그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다.그는 자신의 상처와 피로 나에게 그를 포기하도록 강요했다.밥을 먹고 있던 유신우는 아무런 징조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힘을 너무 쓴 탓에 의자가 멀리 날아가서 쾅 소리를 내며 바닥에 부딪혔다. 아주 귀에 거슬리는 소리였다.밥을 먹는 데 여념이 없던 나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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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제 인생을 결정하려는 거죠? 쟤는 쟤고 저는 저예요. 각자 알아서 살 거라고요. 그런데 왜 항상 저희를 엮으려고 하세요? 전 쟤랑 같은 학교에 다닐 생각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그런 생각은 버리세요.”유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방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보이는 짙은 혐오가 날 너무 부끄럽게 했다.소란스럽던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화동을 하겠다던 어린 남자아이는 엄마에게 안겨서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삼촌 화 났어요.”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안고 밖에 있는 베란다로 나가서 아이를 달랬다.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나는 너무나 수치스럽고 또 괴로웠다. 난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싶었다. 그냥 이대로 기절한다면 이렇게 많은 동정을 받을 필요도, 안타까워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눈빛 세례를 받을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나와 유신우는 18년을 함께 했다. 유신우는 내 전부였고, 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에게 양보했다. 그러나 내가 돌려받은 거라고는 뻔뻔하다는 말뿐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유신우는 내 체면과 존엄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유신우는 정말 지독했다.아빠는 중학교 교사라 항상 온화하고 점잖아 화를 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유신우의 말 몇 마디에 아빠는 안색이 확 어두워지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집안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아빠는 틀림없이 날 괴롭힌 유신우를 주먹으로 때렸을 것이다. 엄마 또한 몹시 노여워했다. 엄마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신우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본 엄마였기에, 그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자기 딸을 이렇게 모욕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유신우의 아빠가 가장 처음 정신을 차렸다. 내가 난감해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자 아저씨는 서둘러 유신우를 혼냈다.“입 다물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제가 뭐 못할 말 했나요? 수진이는 제게 이웃일 뿐이에요. 여동생으로 여길 수는 있어도 수진이와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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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엄마는 아빠를 힐끔 보았고 아빠는 눈치를 채고 119에 신고하려고 했다.유신우는 우리 아빠의 움직임을 보더니 상처를 살피던 아줌마의 손을 힘껏 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아빠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아줌마는 그의 손짓에 뒷걸음치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줌마는 허우적대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했고 그녀의 얼굴 근육은 심하게 경련을 일으켰다.유신우도 몸을 과하게 움직인 탓에 중심을 잃었다. 그는 테이블 변두리를 내리누르면서 미끄러졌고 곧 와르륵 소리와 함께 테이블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릇들이 전부 바닥에 쏟아져서 산산이 조각났다. 아줌마와 엄마가 수고스럽게 만든 음식들은 전부 엎어졌고, 국물이 바닥을 축축하게 적셨다.방 안은 흡사 내 마음처럼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아저씨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당황했다.즐거웠던 식사 자리가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유신우는 더러워진 몸으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오른 주먹을 쥔 그의 손에서 빨간 피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릇 파편 때문에 다친 게 틀림없었다.유신우는 날 죽일 듯이 매섭게 노려보았다. 내가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나수진, 이제 만족해?”난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눈물 때문에 눈앞이 흐릿해져서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내가 뭘 만족해한다는 거야? 내가 뭘 했길래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난 처음부터 끝까지 말도 몇 마디 하지 않았어. 상황이 이렇게 된 게 어떻게 나 때문이란 말이야?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모든 걸 다 내 잘못으로 돌리는 거야? 그래서 네 멋대로 날 괴롭히고 모욕하는 거야?’난 정말로 슬펐다.유신우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난 유신우를 좋아하는 것뿐이지, 존엄이 없지는 않았다.‘날 받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가 널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내게 상처를 주면 안 되지. 유신우, 나도 사람이야. 내게도 마음이 있어. 나도 상처받고 마음 아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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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신우야, 미안해. 난 네가 이렇게 난감해하는 줄 몰랐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네 말대로 앞으로는 절대 널 따라다니지 않을게.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일들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아줌마, 아저씨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할게. 날 용서해 줘.”난 굴욕감을 참으며 깊게 허리를 숙였다.“맹세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유신우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진짜 내가 잘못한 듯했다.유신우와 평생 함께하겠다던 내 다짐은,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결국엔 나 혼자만의 일이었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나는 입술을 힘껏 짓씹었다. 피비린내가 입안에서 퍼져 나갔다.‘유신우, 이게 네가 원하는 거지?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툭툭 떨어져서 흔적을 남겼다.“신우야,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아줌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말했다.“수진아, 일어나.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엄마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엄마는 울먹거리면서 날 일으켜 세웠다. 엄마의 따뜻한 손가락이 내 볼을 잔뜩 적신 눈물을 닦았다.“우리 아가, 울지 마. 엄마 마음 아파.”“여보, 수진이가 옳은 일 한 거야. 수진이 때문에 신우가 부담이 컸나 봐. 그러니까 수진이가 사과해야 지. 수진아, 잘못한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절대 그러면 안 돼. 알겠지?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잘못을 반성할 줄 알고 자기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지.”아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나와 엄마를 품에 안고 토닥토닥 달래주었다.난 아빠의 눈동자가 빨간 걸 보았다.“아빠, 엄마. 우리 아줌마 도와서 정리 좀 해요. 방 안이 어지럽혀졌네요. 전부 제 탓이에요.”난 꿋꿋하게 눈물을 닦으면서 웃음을 쥐어 짜냈다.“그래, 같이 정리하자.”엄마는 안쓰러운 얼굴로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난 주방으로 가서 쓰레기통을 가져왔고, 아빠는 부서진 그릇 파편들을 주워서 안에 넣었으며 엄마는 키친 타월로 바닥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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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러니 이젠 달라질 것이다....나와 유신우의 악연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아줌마와 우리 엄마는 아주 친한 친구였는데 우연히도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층에 살게 되어 한 가족처럼 지냈다.우리 엄마가 날 임신했을 때, 유신우는 기저귀를 차고 걷는 연습을 하던 아기였다.아줌마는 나무 그늘에서 그림자로 놀고 있던 아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해윤아, 네가 혹시 딸을 갖게 된다면 우리 아들이랑 결혼시키자. 그게 좋을 것 같지 않아?”우리 엄마는 동의하지 않았다.“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지. 아이가 태어난 뒤에 스스로 정하게 하자.”“아가, 이리 와 봐. 우리 아들, 아줌마 배 속에 있는 여동생을 아내로 삼는 거 어때?”유신우는 엄마의 다리 위에 엎드려서 엄지를 쪽쪽 빨면서 생글거렸다. 그러면서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아내라고 계속 중얼거렸다.우리 엄마와 아줌마는 크게 웃었고 두 엄마는 그 자리에서 내 결혼 상대를 정했다. 내가 겨우 단추만큼 컸을 때 말이다.내가 아내라는 말을 이해했을 때는 거절하기에 너무 늦은 상태였다.게다가 나는 거절할 생각도 없었다.어렸을 때부터 나는 좋은 아내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항상 자신을 다그쳤고, 언제나 유신우를 첫 번째로 두었다.과자를 먹더라도 난 하나만 먹고 나머지 하나는 호주머니 안에 넣어 유신우의 것을 남겨두었다. 그러다 유신우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과자를 먹어주면 난 무척 기뻐했다.조금 더 큰 후엔 유신우가 학교 뒷마당에서 다른 사람과 주먹다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우리 둘의 가방을 안고 옆에서 관전하며 그를 응원했다. 그리고 욕먹을 위험을 무릅쓰고 내 용돈으로 약을 사서 그의 상처에 발라줬었다.유신우가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을 때, 난 멍하니 화단 옆에 앉아 그의 가방을 봐주고, 그에게 물과 타월을 가져다주고, 가끔은 그를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유신우는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날 향해 눈을 흘겼다.난 유신우를 나의 신처럼 생각하며 그를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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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난 힘겹게 웃음을 쥐어 짜내며 엄마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엄마, 괜찮아요. 전 마음에 담아두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바보 같은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 울지 말아요.”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마음에 담아두지 않겠다는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살펴보았다.난 엄마의 눈을 마주보기가 겁나서 목이 마른 척하며 주방으로 가서 물을 따라 마셨다.엄마만큼 자기 자식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난 엄마가 내 말에 속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다.예상대로 엄마는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수진아, 공부 열심히 해. 열심히 해서 앞으로 더 나은... 우리 수진이 이렇게 훌륭한데 분명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널 좋아하지 않는 건 걔 손해야. 걔 분명 후회할 거야.”난 컵을 들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오직 나만 알았을 것이다. 내가 마신 물이 뜨거운 눈물이 되어 마음속에서 흘렀다는 걸.18년간 이어왔던 감정을 정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난 일찍 침대 위에 누웠지만, 머리가 무거워서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어렵게 잠기운이 몰려왔다. 벽을 사이에 둔 유신우의 집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싸우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벽의 방음 효과가 꽤 좋아서 아줌마가 흐느끼는 소리와, 아저씨의 혼내는 소리와, 유신우가 화를 내는 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싸우는 소리가 오래도록 지속된 건 확실했다. 난 한참 동안 그 소리를 듣다가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아빠와 엄마도 분명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그건 그들 집안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빠도, 엄마도 그들 집안일에 관여할 권리는 없었다.난 저녁에 잠에서 깼다. 안방 문이 닫혀 있지 않아서 엄마의 작게 울먹이는 소리와 아빠의 다정하게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그 빌어먹을 자식,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 수진이를 욕했어. 우리가 그동안 걔를 얼마나 예뻐했는데, 고마운 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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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빠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그래, 우리 내일부터 집 알아보자.”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무자비하게 짓밟힌 내 마음 때문에, 그리고 온 마음 다해 날 지켜주고 사랑해 주는 엄마, 아빠 때문에. 무슨 일이 있든 엄마,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날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다시 침대 위에 누운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지난 18년이 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내가 모든 걸 다 내주며 좋아했던 그 소년은 결국 나와 인연이 아니었다.앞으로 우리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고, 점점 멀어질 것이다.‘내 소년 신우야, 내 꿈아. 이제 안녕!’...다음 날은 주말이었다. 나는 나른하게 침대에 기대어서 일어나질 않았다.엄마와 아빠는 몇 번이고 날 보러 왔다. 내가 아무렇지 않아 보이자 더 자게 내버려두었다.내가 일어났을 때는 거의 8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었다. 난 식탁 앞에 앉아 엄마가 날 위해 따뜻하게 데워준 음식을 먹었다.아빠와 엄마는 내 곁을 지켜줬다. 너무도 조심스러운 두 분의 모습에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내가 부족해서 엄마, 아빠에게 걱정을 끼쳤으니 내 잘못이었다.사실 난 입맛이 별로 없었지만 엄마, 아빠가 걱정할까 봐 걱정되어 억지로 밥 한 그릇을 다 비웠고 음식도 반쯤 먹었다.젓가락을 내려놓자마자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엄마는 현관문 렌즈로 밖을 바라보았고 소리 없이 나와 아빠에게 유신우 가족이 찾아왔다고 알려줬다.어제저녁에 있었던 일이 다시 새록새록 떠올랐다. 난 차마 그들을 마주할 수 없어 몸을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갔고 엄마, 아빠에게 뒷일을 맡겼다.엄마는 문을 연 뒤 덤덤히 입을 열었다.“이렇게 이른 시간에 무슨 일로 온 거야?”“해윤아, 어제 일은 전부 신우 탓이야. 나랑 우리 남편이 신우를 데리고 사과하러 왔어.”아줌마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늦은 사과가 무슨 쓸모가 있단 말인가? 상대방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심장을 파낸 뒤에 겨우 사과 한마디 들었다고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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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문을 꼭 닫지 않아서 작은 틈 사이로 거실의 모습이 조금 보였다.유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우리 엄마와 아빠를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아저씨, 아줌마, 죄송합니다. 어제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수진이를 그렇게 욕해서는 안 됐어요. 사실 수진이는 아주 착한 아이예요. 전 수진이를 그런 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저도 제가 왜 그랬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세요.”아빠는 줄곧 굳은 얼굴로 대답하지 않았고, 엄마는 잠깐 침묵한 뒤 입을 열었다.“신우야, 우리 마음은 바뀌지 않아. 넌 사과할 필요 없다. 네 말이 맞아. 너희도 컸으니 앞으로 각자 인생을 살아가겠지. 수진이가 널 계속 따라다니는 것도 타당치 않아. 네가 어제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지 못했을 거야. 그리고 어제 수진이가 사람들 앞에서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잖니? 나도 수진이를 혼냈단다. 그러니까 넌 걱정할 필요 없어. 앞으로 수진이는 수진이 인생 살 거니까 너도 네 인생 살면 돼. 우린 그저 이웃일 뿐이잖아. 그렇게 특별한 사이도 아니고 말이야.”“해윤아...”아줌마는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듯했는데 아빠가 말렸다.“정훈아, 미나 씨.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 돌아가세요. 고3이라 바쁠 텐데 신우도 공부해야죠.”아빠와 엄마는 문을 열고 세 사람을 내보냈다.난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유신우와 관련된 모든 것을 박스 안에 넣은 뒤 적절한 시기에 그에게 돌려줄 생각이었다.어차피 정리해야 할 테니 깨끗이 정리하는 편이 나았다.다음날 난 아침 일찍 일어나 평소와 같이 책상 앞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풀었다.엄마는 몰래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날 본 뒤 다시 문을 닫고 조용히 떠났다. 곧 주방에서 밥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밥을 먹은 뒤 난 큰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갔다. 평소처럼 유신우의 집 문을 두드려서 그를 찾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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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난 이제야 깨달았다. 유신우의 인내와 묵인은 그때의 그 우스운 약속과는 무관하다는 걸 말이다. 유신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게 싫증이 나 있었다. 그저 오랫동안 참았을 뿐이다.아마도 추석 때 식사하면서 엄마와 아줌마의 말에 큰 자극을 받아서, 장소 따위, 결과 따위 상관하지 않고 그런 소동을 일으켰을 것이다.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모든 사람에게 우리 둘은 절대 이어질 수 없다는 걸, 그러니까 두 번 다시는 우리 둘을 엮지 말라고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유신우, 난 네 말을 전부 기억해 뒀어. 난 네가 말한 대로 할 거야. 난 마지막으로 네 말에 따를 거야. 내가 진짜 많이 좋아했던 널 이젠 보내줄 거야.’그날 등굣길에 우리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아침 햇살은 따스했고 나와 유신우는 남남처럼 걸었다.내가 먼저 교실로 들어갔고 유신우가 뒤이어 들어왔다. 예전에는 유신우가 먼저 교실로 들어갔는데 이제는 내가 그를 앞섰다. 생각해 보면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친구들은 우리 둘 얘기로 자주 농담을 했다. 그들은 나와 유신우가 언제나 찰싹 붙어 다닌다고 했었다.우리 둘이 나란히 교실로 들어오자 뒷줄에 앉아 있던 남학생들이 휘파람을 불면서 짓궂은 장난을 쳤다.“우리 반 잉꼬부부가 왔네.”평소 자주 치던 장난이었다. 난 그 말을 들으면 짜증이 나는 동시에 조금 기쁘기도 했다. 비록 사귀는 건 아니었지만 난 그를 진심으로 내 남자 친구처럼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그에게 잘해주려고 했었다.오늘도 그들은 평소처럼 장난을 쳤다. 그들은 달라진 게 없지만 내 마음이 완전히 달라졌다.난 본능적으로 유신우를 힐끗 보았다. 유신우는 굳은 얼굴로 바지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자리에 가서 앉더니 문제집을 꺼내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유신우의 냉담한 표정을 보자 난 마음이 콕콕 쑤셨다.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그리고 어떤 일들은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다.‘나와 완전히 연을 끊을 생각이라면 내가 도와줄게.’난 가방을 자리에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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