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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이세영은 내 곁에서 작게 투덜거렸다. 그녀는 유신우가 양심도 없고 보는 눈도 없는 놈이라 앞으로 분명 후회할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현주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김현주가 내게 보여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아주 얄미운 타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처럼 바보 같은 애는 절대 김현주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라고 했다.

난 이세영이 씩씩대면서 말하는 걸 지켜보았다. 이세영이 분풀이를 끝낸 뒤 나는 그녀에게 유신우는 내게 이미 지나간 과거니 다시는 그의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다.

이세영은 이를 악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 모습은 내 결혼으로 걱정이 가득한 엄마처럼 보이기도 했다.

난 날 생각하는 이세영의 마음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난 이미 유신우를 멀리하려고 마음먹었으니 그런 얘기를 해봤자 소용없었다.

그를 좋아하는 건 내 일이고 그와는 상관없었다.

그리고 김현주를 좋아하는 건 유신우의 일이니 나와는 상관없었다.

각자 자기 일을 책임지면 그만이었다.

이세영은 날 안타까워했다. 남자들은 순진한 척하는 여우 같은 여자들만 좋아해서, 나처럼 착한 여자는 틀림없이 지게 돼 있다고 했다.

난 이세영과 말싸움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말을 들어주면서 그녀가 목을 축일 수 있게 생수를 건넸다.

장겨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들이 있는 쪽 벼랑에 복숭아나무가 있는데 그 나무에 복숭아가 가득 달려 있으니 얼른 보러 오라고 했다.

복숭아나무는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벼랑에 자란 복숭아나무는 드물었기에 나와 이세영은 서둘러 그걸 보러 갔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애들은 난간에 엎드려서 재잘대고 있었다. 그들은 복숭아나무가 이 척박한 바위틈에서 어떻게 양분을 얻었는지, 어떻게 이렇게 과일이 주렁주렁 달릴 수 있는지 얘기하고 있었다.

동쪽 양지바른 언덕에는 확실히 아주 커다란 복숭아나무가 비스듬하게 자라나고 있었다.

크고 작은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있어 그 무게 때문에 나뭇가지는 심하게 휘어져 있었다. 복숭아들은 이미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난 이세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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