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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유신우는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난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과일도 맛이 없어졌다.

“뭘 봐, 기분 나쁘게.”

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내 건? 나수진, 너 오빠한테 이럴 거야?”

난 어이가 없었다.

손이 있으면 알아서 챙겨야지, 내가 예전처럼 먹여주기를 바랐던 걸까?

‘미안하지만 네가 내 마음을 사정없이 짓밟았던 그때부터 많은 게 달라졌어.’

“네가 알아서 해. 우리 집 통장이 어디 있는지도 알면서 왜 갑자기 손님인 척 구는 거야?”

난 별 뜻 없이 한 말이었다. 그저 단순히 대화한 것뿐이지, 다른 의도는 절대 없었다.

그러나 김현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그녀는 조금 화가 난 것 같기도, 내키지 않는 것 같기도, 또 질투하는 것 같기도 했다.

“수진아, 너희 집 돈 많아? 남에게 통장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주다니. 누가 훔치면 어쩌려고?”

난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난 그저 유신우가 그만큼 우리 집에 익숙하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예를 든 것뿐이다. 우리 집 통장이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몰랐으니 유신우는 더욱더 모를 것이다.

그러나 김현주의 말은 아주 의미심장했다. 그녀는 우리 집에 돈이 많은지 아닌지를 신경 쓰고 있었고, 동시에 유신우의 인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김현주의 사고방식은 정말 이상했다.

“우리 아빠는 중학교 교사고 엄마는 디자이너라서 수입이 나쁘지 않아. 우리 집은 부자는 아니지만 뭐 그럭저럭 사는 편이야.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은 상태지.”

내 말은 사실이었다. 과장은 전혀 없었다. 그냥 수다를 떠는 것뿐이니 솔직히 얘기했다.

김현주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그녀는 유신우의 팔을 꽉 쥐면서 여전히 유약한 모습으로 낮게 중얼댔다.

“사실 돈이 없는 것도 괜찮아. 집이 잘살면 다들 행복하지 않다고 하더라고. 형제자매끼리 재산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언젠가는 이혼한다고 하더라고.”

‘우리 아빠와 엄마가 언젠가는 이혼할 거라고 암시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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