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4화

난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김현주는 이렇게도 날 싫어하는 걸까? 심지어 우리 집까지 찾아와서 내 신경을 긁다니.

김현주는 유신우가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자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신우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품에 고개를 묻은 채로 처량하게 울었다.

“수진아, 이러지 마. 우리 아빠가 감옥에 가서 우리 집안 사정이 너보다 못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난 정말로 다른 뜻은 없었어. 그냥 네가 괜찮은지 한 번 보고 싶었던 것뿐이야. 내가 그렇게 밉다면, 지금 당장 갈게. 앞으로는 절대 널 귀찮게 하지 않을게.”

내가 뭘 어쨌다고 이렇게 우는 건지. 김현주는 눈물을 너무 잘 흘렸다. 저 정도면 연기를 안 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점점 더 짜증이 치솟았다. 난 김현주의 연기가 너무 싫었다.

“유신우, 나 보러 와줘서 고마워. 인제 그만 가 봐. 난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

난 덤덤하게 차가운 목소리로 축객령을 내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는 법이다.

내 오후가 두 사람 때문에 망가진 걸 생각하면 아까웠다.

유신우는 표정이 어두워졌고 눈빛은 심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내가 그를 쫓아내는 것에 몹시 화가 난 건지 굳은 표정으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유신우는 흐느끼고 있는 김현주를 보더니 마음 아픈 얼굴로 김현주를 품 안에 앉으면서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착하지, 울지 마. 자꾸 울면 눈 아파. 수진아, 우리는 네가 걱정돼서 병문안을 온 건데 왜 이러는 거야? 현주가 그렇게 미우면 앞으로 우리 둘 다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그렇지만 이렇게 현주를 모욕할 필요는 없잖아.”

앞말은 김현주 들으라고 한 소리였고 뒷말은 내게 하는 소리였다.

나는 화가 났다. 나는 이 순간 유신우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었다.

유신우가 옛날에 왕으로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어리석은 왕이었을 것이다. 아끼는 비가 말 몇 마디 하면 나라까지 말아먹었을 것이다.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오고부터 지금까지 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