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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제 인생을 결정하려는 거죠? 쟤는 쟤고 저는 저예요. 각자 알아서 살 거라고요. 그런데 왜 항상 저희를 엮으려고 하세요? 전 쟤랑 같은 학교에 다닐 생각 없어요. 그러니까 다들 그런 생각은 버리세요.”

유신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방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보이는 짙은 혐오가 날 너무 부끄럽게 했다.

소란스럽던 방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화동을 하겠다던 어린 남자아이는 엄마에게 안겨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삼촌 화 났어요.”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안고 밖에 있는 베란다로 나가서 아이를 달랬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나는 너무나 수치스럽고 또 괴로웠다. 난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싶었다. 그냥 이대로 기절한다면 이렇게 많은 동정을 받을 필요도, 안타까워하거나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눈빛 세례를 받을 필요도 없을 테니 말이다.

나와 유신우는 18년을 함께 했다. 유신우는 내 전부였고, 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에게 양보했다. 그러나 내가 돌려받은 거라고는 뻔뻔하다는 말뿐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유신우는 내 체면과 존엄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유신우는 정말 지독했다.

아빠는 중학교 교사라 항상 온화하고 점잖아 화를 내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유신우의 말 몇 마디에 아빠는 안색이 확 어두워지면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다른 집안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아빠는 틀림없이 날 괴롭힌 유신우를 주먹으로 때렸을 것이다.

엄마 또한 몹시 노여워했다. 엄마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신우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본 엄마였기에, 그가 사람들 많은 곳에서 자기 딸을 이렇게 모욕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유신우의 아빠가 가장 처음 정신을 차렸다. 내가 난감해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자 아저씨는 서둘러 유신우를 혼냈다.

“입 다물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제가 뭐 못할 말 했나요? 수진이는 제게 이웃일 뿐이에요. 여동생으로 여길 수는 있어도 수진이와 결혼할 일은 절대 없어요. 수진이랑 같은 대학교에 다닐 생각도 없고요.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할 거예요. 아무도 제 미래를 멋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전 수진이를 좋아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절대 그럴 일 없고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절대 우리 둘을 엮지 마세요. 계속 헛소리한다면 저 가출할 거예요.”

유신우는 목청이 아주 컸다. 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선 게 보였다.

“그리고 너, 앞으로는 나 따라다니지 마. 짜증 나. 진짜 짜증 난다고.”

유신우는 젓가락을 내팽개친 뒤 자리를 뜨려 했다. 유신우의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과 난처해하는 날 바라보더니 단단히 화가 난 상태에서 유신우를 따라가서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그의 뺨을 쳤다.

“이 자식,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감히 어른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해? 누가 그렇게 가르쳤어?”

아저씨는 그를 아주 힘껏 친 듯했다. 짝 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난 아저씨가 화를 내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 유신우가 맞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유신우는 자기 아빠가 본인을 때릴지 몰랐는지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그는 아저씨가 힘준 방향에 따라 한 바퀴 돌았고 벽 모서리에 뒤통수를 부딪쳤다. 유신우는 이를 악물고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그의 눈동자에 핏발이 서 있었다.

유신우는 눈을 부릅뜬 채로 아저씨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마른 그의 몸은 힘없이 벽을 따라 내려왔고, 흰 벽면에 불규칙한 붉은색 흔적이 남겨졌다.

피비린내가 음식 향기와 함께 섞여서 역겨웠다.

아줌마는 아들이 다친 걸 보더니 서둘러 유신우에게 다가갔다.

“신우야, 얼른 일어나. 괜찮니? 여보, 얼른 구급차 불러. 우리 아들이 다쳤잖아. 안 보여? 말로 하지, 왜 애를 때리고 그래?”

“걔 걱정하지 마. 걔는 반성 좀 해야 해. 걔가 한 말이 어디 사람이 할 말이야?”

유신우는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꼼짝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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