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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신우야, 미안해. 난 네가 이렇게 난감해하는 줄 몰랐어. 앞으로는 안 그럴게. 네 말대로 앞으로는 절대 널 따라다니지 않을게.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일들은 우리 엄마, 아빠, 그리고 아줌마, 아저씨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할게. 날 용서해 줘.”

난 굴욕감을 참으며 깊게 허리를 숙였다.

“맹세할게요. 앞으로는 절대 유신우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진짜 내가 잘못한 듯했다.

유신우와 평생 함께하겠다던 내 다짐은,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결국엔 나 혼자만의 일이었고,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입술을 힘껏 짓씹었다. 피비린내가 입안에서 퍼져 나갔다.

‘유신우, 이게 네가 원하는 거지? 그렇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결국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바닥에 툭툭 떨어져서 흔적을 남겼다.

“신우야, 너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아줌마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말했다.

“수진아, 일어나. 넌 아무 잘못 없어. 그러니까 사과할 필요 없어. 엄마랑 같이 집에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가자.”

엄마는 울먹거리면서 날 일으켜 세웠다. 엄마의 따뜻한 손가락이 내 볼을 잔뜩 적신 눈물을 닦았다.

“우리 아가, 울지 마. 엄마 마음 아파.”

“여보, 수진이가 옳은 일 한 거야. 수진이 때문에 신우가 부담이 컸나 봐. 그러니까 수진이가 사과해야 지. 수진아, 잘못한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절대 그러면 안 돼. 알겠지?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잘못을 반성할 줄 알고 자기 말에 책임질 줄 알아야지.”

아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와서 나와 엄마를 품에 안고 토닥토닥 달래주었다.

난 아빠의 눈동자가 빨간 걸 보았다.

“아빠, 엄마. 우리 아줌마 도와서 정리 좀 해요. 방 안이 어지럽혀졌네요. 전부 제 탓이에요.”

난 꿋꿋하게 눈물을 닦으면서 웃음을 쥐어 짜냈다.

“그래, 같이 정리하자.”

엄마는 안쓰러운 얼굴로 내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난 주방으로 가서 쓰레기통을 가져왔고, 아빠는 부서진 그릇 파편들을 주워서 안에 넣었으며 엄마는 키친 타월로 바닥을 치웠다.

“이럴 필요 없어. 성민아, 정말 괜찮아...”

아저씨가 달려와서 강경한 태도로 우리 아빠를 말렸다.

아줌마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아들의 상처를 살피고 싶었으나 우리 가족이 눈물을 머금고 다이닝룸을 치우는 걸 지켜볼 수 없었다.

아줌마는 잠깐 망설이더니 우리 엄마가 들고 있는 키친 타월을 빼앗으며 자기가 할 테니 가만 놔두라고 했다.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가족들도 다가와서 도와줬다. 같이 하면 더 빨리 치울 수 있다며 말이다.

그러나 엄마는 거절했다. 엄마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로 더러워진 바닥을 바라보면서 덤덤히 말했다.

“아뇨, 다들 도와주지 마세요. 사고는 우리 수진이가 쳤으니 당연히 우리가 치워야죠. 걱정하지 말아요. 전 미나 습관을 알고 있어서 미나가 만족해할 만큼 깨끗이 치울 수 있어요.”

아줌마는 쭈그리고 앉아 바닥을 청소하는 우리 가족을 보면서 얼굴을 가리고 울었다. 그녀는 울먹거리면서 끊임없이 사과했다.

“해윤아, 수진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오늘 일은 우리 신우가 잘못한 거야. 내가 꼭 사과하라고 할게. 해윤아, 이러지 마. 나 정말 너무 힘들어.”

“미나야, 너만 힘들어? 나는 안 괴롭겠니? 우리 수진이가 커가는 모습 너도 곁에서 지켜봤잖아. 수진이가 어떤 애인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우리 수진이가 뭘 잘못해서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해? 난 신우를 내 친아들처럼 생각했어. 우리 가족이 신우한테 뭘 잘못했길래 우리 딸 수진이가 신우한테 이런 꼴을 당해야 해? 미나야, 네가 나였으면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

엄마는 바닥을 닦으면서 흐르는 눈물을 어깨로 닦았다.

난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아줌마는 엄마를 끌어안고 끊임없이 미안하다고, 전부 신우 탓이라고 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전부 내 탓이었다. 난 유신우를 좋아하지 말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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