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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난 그의 말에 화가 나다 못해 헛웃음이 났다. 저 사람이 과연 내가 19년을 알고 온 유신우가 맞을까? 옳고 그름 따위 안중에도 없고 인성까지 쓰레기였다.

내가 김현주를 자극했다니? 내가 언제 김현주에게 눈치를 줬길래 나한테 또 누명을 씌운단 말인가?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유신우, 나도 이젠 더 할 말 없다. 너도 머리가 있으니까 돌아가서 잘 되짚어 봐. 됐고 난 너희랑 계속 얘기할 마음 없어. 나 피곤하니까 인제 그만 돌아가. 보러와 준 건 고맙지만 앞으로는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 봐.”

유신우는 김현주의 손을 잡고 씩씩대면서 떠났고 나는 혼자 텅 빈 거실에 멍하니 서 있었다.

우리 집에서 나가기 전 김현주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우쭐함에 나는 웃음이 났다.

유신우가 편애해 주니 김현주는 자꾸만 선을 넘었다.

하지만 난 김현주와 싸울 생각도, 그녀에게서 유신우를 빼앗을 생각도 없었다. 굳이 유신우여야만 하는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왜 우쭐해하는 걸까?

그들이 떠난 뒤 나는 다시 침대 위에 누웠고, 이불을 끌어당겨서 소리 없이 울었다.

유신우는 변했다. 그는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김현주의 편을 들었다.

그는 더 이상 내가 좋아하던 소년이 아니었다.

나는 유신우를 완전히 잊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맹세했다.

이틀 뒤, 장겨울과 이세영이 날 찾아왔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나를 내보냈다.

내가 집에서 나오자마자 엄마는 날 따라 나왔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면서 잔소리를 해댔다. 난 장겨울과 이세영을 데리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머리 위에는 흰 구름이 떠 있는 새파란 하늘이 있었고 뒤에서는 못 말린다는 듯이 날 나무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있었다.

난 저녁쯤에 돌아왔다. 석양이 드리워진 세상은 그림 같았다.

우리 두 집은 모두 1층에 있었고 각자 작은 마당이 있었다.

마당 면적은 크지 않았다. 엄마와 아줌마는 그곳에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꽃을 심었는데 너무 잘 자라서 무성한 잎이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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